잘 알려져 있듯이 정부는 녹색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으로 6개 분야에 걸쳐 22개 신 성장 동력을 제시하였는데,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이 그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다. 녹색성장기본법안에서 말하는 녹색기술 및 녹색산업은 종전에 흔히 말하던 환경산업 및 환경기술과 거의 비슷한 개념이다. 다만 주안점이 약간 다를 뿐이다.
환경산업과 환경기술은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역대 정부들이 늘 강조하던 것이다. 보통 환경기술을 사후처리 기술과 사전예방 기술(제2세대 기술)의 두 가지 종류로 분류한다. 사후처리 기술이란 배출된 환경오염물질을 사후에 처리하여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기술 그리고 환경오염방지용 시설이나 기자재를 생산하는 기술을 의미하며, 1세대 기술이라고도 한다. 사전예방 기술이란 환경오염물질의 배출을 미리 줄이거나 환경파괴를 예방하거나 또는 환경을 더욱 좋게 개선하는 등의 기술을 말하며, 제2세대 기술이라고도 한다.
이런 환경기술의 개념에 대응해서 환경산업도 크게 두 가지 다른 의미로 쓰인다. 가장 흔히 말하는 환경산업은 환경오염물질의 사후적 처리와 관련된 산업이다. 예를 들면, 수질오염, 대기오염, 토양오염 등,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이나 서비스의 개발, 생산, 판매, 설치, 운영을 주된 영업으로 삼는 기업이 이런 의미의 환경산업을 구성한다.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기업, 환경오염 계측계기나 환경오염 감시 장치를 생산하는 기업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환경산업을 너무 기계적으로 정의하다 보면 이상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하천에 막대한 폐수를 배출하면서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생산하는 업체가 환경산업으로 분류되면서 정부의 환경산업지원금을 꼬박꼬박 받아 챙길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그래서 환경산업을 좀 더 환경친화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원자재의 채취에서부터 최종 소비단계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서 환경오염물질의 배출량을 줄이거나 적극적으로 환경개선에 기여하는 기업까지 포함하여 좀 더 넓은 의미로 환경산업을 정의하기도 한다. 이렇게 환경산업을 넓게 정의하더라도 예컨대 담배제조회사, 유독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기업, 무기제조회사, 원자력 발전소 등과 같이 위험하거나 국민적 이미지가 나쁜 기업은 아무리 내부적으로는 환경보전 시책을 모범적으로 철저히 실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통상 환경산업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녹색성장기본법은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요컨대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절약,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에 보다 더 중점을 두는 환경기술과 환경산업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녹색성장기본법은 원자력발전소도 녹색산업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논쟁이 있을 것이다.
녹색기술이나 녹색산업에 대한 정의는 그렇다 치고, 중요한 것은 그런 환경산업(녹색산업)을 어떻게 육성하느냐이다. 환경산업뿐만 아니라 그 어떤 산업도 돈벌이가 잘 되어야 발전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돈벌이를 잘 하는 기업은 흥하게 되어있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망하게 되어있다. 국민이 아무리 원하더라도 돈벌이가 안 되는 산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할 수가 없다.
돈벌이가 잘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수요가 충분히 커야한다는 것이다. 수요가 크다는 것은 곧 돈벌이가 잘 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환경산업의 발전과 환경기술 개발에 가장 결정적 요인은 환경산업이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의 크기이다. 환경산업의 발전과 환경기술의 개발이 아무리 녹색성장에 중요하다고 해도 환경산업이 생산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아무도 사주지 않는다면 발전은커녕 존속할 수도 없고 환경기술도 개발될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쓰레기 재활용률이 너무 낮다고 걱정하지만, 그 근본적인 이유는 재활용품에 대한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 녹색산업의 수요를 늘리기 위해선 오히려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 사진은 지난 2월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출범식. ⓒ연합 |
그러므로 환경산업을 육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 녹색산업을 육성하려고 한다면 규제를 완화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줄곧 규제완화를 서두르고 있다.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마도 정부는 규제완화로 건설경기를 살림으로써 경제위기를 돌파하려는 모양인데, 이는 하나만 생각하고 둘을 생각하지 못하는 근시안적 처사다. 한번 규제를 완화하면 돌이키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칫 규제완화가 부동산 거품과 같은 부작용을 촉발해서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물론 규제의 강화가 전부는 아니다. 수요를 늘려주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정부는 한 쪽으로는 규제를 강화하면서 다른 한 쪽으로는 일반기업들이나 일반인들이 환경산업의 상품을 손쉽게 살 수 있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환경오염방지시설의 설치는 통상 많은 자금을 소요하기 때문에 일반기업이 큰 부담을 느끼고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정부는 낮은 금리의 자금을 대여해줌으로써 일반기업의 환경오염방지시설의 설치를 장려할 수도 있다. 환경오염방지 시설의 설치 및 가동에 대한 조세특혜 및 금융지원이나 기타 일반기업의 공해방지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각종 경제적 유인책들이 있다. 이러한 정책들도 환경산업에 대한 수요를 간접적으로 늘려주는 정책이 된다.
정부는 일반인이나 기업들에게 환경기술이나 환경산업의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수요를 늘릴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보통 소비자들은 어떤 상품이 녹색상품인가를 알기 어렵다.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녹색상품도 많다. 따라서 공신력 있는 기관이 녹색상품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판정해줄 필요가 있다. 환경마크제도란 공신력 있는 기관이 과학적 근거에 의거해서 객관적으로 특정상품이 녹색상품임을 인증해줌으로써 한편으로는 녹색상품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의 녹색상품 생산을 장려하려는 취지를 가지는 제도이다. 이 제도도 환경산업의 상품에 대한 수요를 늘려주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이 환경산업에 대한 수요를 진작시키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 보다는 환경산업에 속한 기업들을 금전적 도와줌으로써 생산비를 절감하고 경쟁력을 높이는데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이 방법은 과거의 정부들도 자주 쓰던 방법이다. 예를 들면, 보조금의 지급, 조세의 감면, 각종 금융지원, 기술 및 정보지원, 환경산업의 주요 기자재수입에 대한 관세 감면 등의 정책수단들이 있다. 이런 방법은 주어진 수요에 대응해서 환경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으로서 공급측면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급측면의 정책들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이고 부차적인 차원의 정책에 불과하다. 아무리 그런 공급측면의 정책들이 효과적이어서 환경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해도 수요가 충분하지 못하다면 소용이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환경산업에 대한 수요를 늘려주는 정책이 환경산업의 발전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중요하고 핵심적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똑 같이 수요를 창출하는 방법이라도 규제를 강화하고 이를 철저하게 집행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업무다. 다른 방법들은 이 기본업무에 대한 보조적 수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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