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오히려 절실하다. 그렇게 해야 산다. '정신' 두 사람이 모두 당선돼야 '연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려면 친노 386으로 분류되는 이광철 민주당 후보를 눌러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법 처리를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이 악재를 털어내려면 안면몰수 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5년 내내 햇볕만 쐰 그가 무슨 염치로 안면몰수 하느냐는 얘기는 하지 말자. 정치가 원래 그렇다. 어제의 적을 오늘의 동지로 삼는 게 정치라면 어제의 동지를 오늘의 적으로 삼는 것도 정치다.
눈 여겨 볼 건 따로 있다. 왜 하필 신건 후보냐는 것이다.
신건 후보에겐 꼬리표가 달려 있다. 불법도청 꼬리표다. 이 문제 때문에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신건 후보의 이런 전력과 정동영 후보가 내세우는 '정신 연대'의 명분이 호응하지 않는다. "(정신 연대에) 힘을 모아주면 민주당의 가치를 복원하고 민주당을 민주개혁세력의 구심으로 만들겠다"는 주장과 불법도청의 '반민주성'은 맥이 전혀 다르다.
▲ 4.29 재보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주 덕진의 정동영 후보(오른쪽)와 완산갑의 신 건 후보가 19일 오후 전주시 경원동 전주객사에서 무소속 연대를 공식 선언한 뒤 맞잡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그런데도 정동영 후보는 신건 후보와 손을 잡았다. 단순히 손을 잡은 게 아니라 먼저 내밀었다. 신건 후보에게 출마를 적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일까?
눈 여겨 볼 점이 있다. 신건 후보의 또 다른 이력이다. 김대중 정부 때 국정원장을 지낸 이력이다. 바로 이게 포인트다. '김대중의 사람'과 손을 잡음으로써 부가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불식시킬 수 있다. 동교동을 찾아갔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했던 말, 즉 "분열은 안 된다"는 말을 불식시키는 데 '김대중의 사람'은 효과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은 '뉘앙스'에 그쳤지만 '정신 연대'는 확고한 행동이다.
다리를 놓을 수 있다. 4.29재보선 이후 모색될지도 모를 '반정세균 연대'를 대비하는 데 '김대중의 사람'은 적임자다. '반정세균'의 핵심세력이 구민주계란 사실을 염두에 두면 그렇다. 구민주계 입장에선 자신들 울타리 밖에 있던 전북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정동영 후보 입장에선 민주당 내 최대 세력인 구민주계의 지원을 얻을 수 있다.
정동영 후보가 그랬다. "정동영-신건은 선거기간 일시적 연대를 넘어서는 근본적인 연합을 선언한다"고 했다. 실제가 그렇다. 정동영 후보는 '근본'으로 회귀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을 찾아간 점에서 그렇고, 자신의 '지역적 태반'에 안주하려는 점에서 그렇다. 그는 '호남'에 목을 걸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그는 '못 먹어도 고'를 선언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고'가 아니라 '백'이다. 윷놀이판의 '백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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