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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황금기'의 배경은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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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황금기'의 배경은 '경제위기'

[의제27 '시선'] MB정권은 정말 견고해졌는가?

최근 정치상황의 전개를 바라보면서 MB정권의 모습이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일부 조사에 의하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40%에 육박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장자연 리스트, 박연차 게이트, 청와대 성상납 사건 등 MB정권을 위협하는 여러 사건들이 동시에 터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은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한국사회가 이룩한 민주주의적 토대들을 마구잡이로 파헤치며 말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에 대한 저항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경제위기의 파고는 여전하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감은 초기만큼 강렬하게 표출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진보개혁 진영은 MB정권이 생각보다 견고한 데 대해 의아스러움과 당혹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정권 출범 이후 실수연발의 MB정권을 보면서 지난 대선의 악몽을 떨쳐버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쾌재를 불렀는데, 지금은 전세가 역전되어 오히려 진보세력이 부패세력으로 몰리는 상황에까지 직면하게 되었다. 게다가 민주당은 정동영 공천파동으로 재보선 후 자칫 당이 와해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MB정권의 통치가 안정된 요인을 '보수결집전략', '이명박식 법치'가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눈치 보지 않고, 앞뒤 재지 않고 밀어붙인 전략이 적효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통치효과의 주요한 요인으로 1.19개각에 따른 강경파의 전면 포진을 꼽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진보개혁진영의 인사들에게서까지도 "우리도 이명박식 통치기법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게 된다.
▲ ⓒ청와대

그렇다면 MB정권은 정말 견고해졌는가? 국정기반은 안착되었는가? MB정권의 통치기반이 안정되었다면 어떤 요인이 어떻게 작용했는가? MB정권은 왜 시대적 추세나 세계적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음에도 쉽사리 균열되지 않고 있는가? MB식의 일방주의적 통치방식은 정말 효율적일까?

주지하다시피 MB정권의 집권 1년 성적은 최악이었다. 대부분의 정권이 출범 초기에 누리는 밀월기간을 MB정권은 아예 누릴 새도 없었다. 인수위 시절의 '어륀지' 사건이나 출범 내각의 '고소영', '강부자' 사건으로 국민들의 조롱을 받기 시작하더니, 곧이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결정과 촛불집회 사건을 겪으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아예 반 토막 나버렸기 때문이다.

그 후로 MB정권은 지지율 회복에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해 왔다. 최근까지도 세계적 경제위기의 도래와 설익은 대응, 1차 입법전쟁의 실패, 용산참사, 집권당인 한나라당 내부의 잦은 내홍 등으로 MB정권은 살얼음판을 걸었다. 그래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집권 2년차에도 MB정권의 전망이 밝지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 연말 혹은 연초부터 MB정권의 지지율이 소폭이나마 꾸준히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조사에 의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도는 1월에 비해 약 10%포인트, 2월에 비해 약 5%포인트 가량 반등하였다. 외형적으로도 MB정권을 향한 비판여론이 현저히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이런 지지도의 반등을 여론지형의 구조적 변동이라고 볼만한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지지율 상승은 촛불집회 이후 최고의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게 볼 일은 결코 아니다.
▲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보수층 결집전략?

그렇다면 지난 한 두 달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인가? 과연 세간의 전문가들 분석대로 보수층 결집전략이 성공한 것인가?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해서 보면 분명히 일리가 있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TK지역과 50대 이상의 보수성향이 강한 층위에서 지지도의 증가세가 현저히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층결집전략만으로는 현재의 흐름을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40대와 화이트칼러층에서도 지지도의 상승폭이 커 이런 현상이 어느 특정계층에 국한된 것으로 볼 수 없다. 사실 보수층 결집전략은 촛불집회 직후부터 오래 동안 구사되기 시작했지만 지금까지는 아주 약간의 제한적 효과만을 발휘하였다. 그것이 가시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래서 보수층 결집전략의 성공으로 지지도 반등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음으로 대안적 반대세력의 부재에서 지지도 상승의 원인을 찾는 관점도 있다. 이 또한 분명히 일리가 있다. 민주당(친노세력), 민주노총 등 주요 반대세력의 무력화는 정권의 공세를 저지하는 방벽이 상당부분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대안적 반대세력의 부재를 넘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진영이나 MBC, YTN, 민주노총 등에 대한 초토화 공세는 비판적 여론의 화살을 MB정권으로부터 반대세력 쪽으로 돌리는 효과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안적 반대세력의 부재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뿐더러 그런 속에서도 촛불집회와 같은 대대적인 저항의 열기가 분출하기도 했고, 그 후 MB정권은 대안세력의 존재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곤경에 직면해 왔기 때문이다. 또 반대세력에 대한 공세가 자칫 정치탄압으로 비춰져 정권의 부담으로 작용해 온 측면도 있었다. 그런데 MB정권의 반대세력에 대한 공세가 지금 시점에서는 정치적 효능을 발휘하고 있다. 심지어는 대중들이 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 왜 그럴까? 바로 매개변수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것이다.

매개변수는 경제위기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런 요인들을 담아내고 꿸 수 있는 그릇, 바로 매개변수를 찾아내야 한다. 필자는 그 그릇이 바로 경제위기에 대한 대중들의 불안감이라고 생각한다. 작금의 경제위기가 MB정권의 잘못된 경제정책 때문에 더욱 증폭되었다는 일부의 비판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일반적으로 경제위기를 외적 환경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위기를 MB정권의 실정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중의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정부에 대한 권한 위임을 강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경제위기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 계층일수록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강렬하고, 정부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식도 그만큼 강해진다. 아래 표는 경제위기 이전과 이후에 경제적 지위에 따라 사람들의 정치성향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혼란보다는 안정을 갈구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용산참사와 같은 대형 악재도 애초 예상과 달리 MB정권에 치명타가 되지 못하고 잠복하였다. 투쟁 유발형 이슈에 대하여 사람들이 버거워했다는 뜻이다.

<표> 선호하는 차기정부성향 추이
▲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조사결과를 재구성 ⓒKSOI

경제위기의 변수는 보수층 결집전략과 대안세력의 부재 등 여러 조건들을 결합하여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으로 연결시킨 중요한 백그라운드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한편에서 현재의 지지도 상승이 자력에 의한 상승, 대중의 인정에 의한 상승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위기가 MB정권에 한없이 관대할 수만은 없다. 경제위기의 역할은 MB정권에게 위임의 우선순위를 부여해준 정도이다. 여론의 비판과 저항을 잠시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 정도이다. 그렇게 볼 때 MB정권의 통치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것이다.

MB정권의 지지도가 상승하는 와중에도 대중들의 불만이 광범위하게 누적되어 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얼마 전 경기도 교육감선거에서는 MB정책에 대한 강렬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대중들이 MB정권의 저강도 심판에는 지금 당장에라도 기꺼이 동참할 의사가 있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물론 여기에는 민주세력 단일대오의 형성과 인물의 발굴, 그리고 효과적인 약점 관리와 같은 요인들이 결합됨으로써 가능한 승리였다. 그런 조건이 형성되면 정치지형은 언제든지 MB정권의 균열과 위기로 전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명박식 법치는 강점이 아니라 거꾸로 치명적 약점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근 교수가 적절히 지적한대로 하드파워(hard power)에 의존한 통치는 출세주의자들의 내부 경쟁을 낳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잘 돌아갈 때는 충성경쟁이 되지만, 쇠락할 때는 배신과 협잡의 드라마로 변질된다. 플라톤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수많은 승리는 승리자를 자멸하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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