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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임직원, 별도 전산망으로 고객돈 1500억 원 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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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임직원, 별도 전산망으로 고객돈 1500억 원 횡령

다른 금융기관·기업에도 유사 범죄 가능성

새마을금고 임직원들이 별도의 전산시스템을 설치해서 고객예탁금 1500억 원을 조직적으로 횡령한 사건이 검찰에 적발됐다. 고객 가운데 일부를 따로 골라내 공식적인 새마을금고연합회 전산시스템이 아닌 별도 전산시스템으로 거래하도록 한 뒤, 이렇게 처리된 거래 금액을 빼돌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식적인 전산시스템에는 실제 거래 내역이 반영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감사에서 적발되지 않았던 것도 그래서다.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별도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고객의 돈을 횡령한 일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금융거래에 전산시스템을 이용하는 다른 금융기관 및 대기업에서도 유사한 범죄가 저질러졌을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창구 직원부터 이사장까지 가담한 조직적 횡령

대전지검 홍성지청(지청장 곽규홍)은 16일 이런 수법으로 고객의 돈을 횡령한 충남 홍성군 광천읍 소재 전(前) 광천새마을금고 이사장 이 모 씨 등 이 새마을금고 임원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범행에 가담한 이 새마을금고 직원 16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지난 1999년 4월께 새마을금고연합회 전산시스템과 별개의 전산시스템을 설치해 지난해 5월까지 조합원 5880명 명의의 정기예탁금 15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빼돌린 돈을 이씨 개인 명의의 농협 통장으로 송금하거나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모두 168억 원을 가로챘다.

이 금고 창구직원 최 모 씨 등은 조합원들이 예금을 하기 위해 금고에 오면 구속된 전(前) 상무 장 모 씨의 지시에 따라 별도의 전산시스템으로 처리할 조합원을 선택한 뒤 이들에게 새마을금고연합회의 전산시스템에는 계좌번호가 존재하지 않는 대포통장을 발행해주고 그 예금을 별도의 거래시스템에 입금해 관리해 왔다.

이들은 개별적으로 억대의 고객예탁금을 빼돌려 명품가방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가 하면 고객이 대출을 받은 것처럼 서류를 위조하고 대출금을 빼돌리거나 장기간 거래가 없는 조합원의 예탁금을 임의해지해 개인적으로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간에 걸친 범죄행각으로 인해 죄책감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횡령 위한 전산시스템 별도 개발

검찰 관계자는 "광천새마을금고는 컴퓨터프로그램 업체에 개발을 의뢰해 정상적인 전산시스템과 맞먹는 규모의 전산시스템을 별도로 만들고 이를 각 직원의 컴퓨터에 설치한 뒤 전직원이 전표조작과 수기장부 작성 등의 방법으로 조직적으로 범죄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피의자들은 고객이 만기가 되기 전에는 출금하지 않는 정기예탁금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면서 "새마을금고연합회 감사에서는 별도의 전산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긴 채 정상적으로 처리한 내역만을 허위보고해 장기간 범행이 발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이사장 이 모 씨는 퇴직하는 직원들에게는 내용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아 놓고 새로 충원되는 직원은 돈을 미끼로 범행에 가담시켰왔다"며 "이번 범행은 대포통장을 발행받은 조합원이 타 지점에 가서 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범행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횡령 사실이 드러나면서 광천새마을금고는 지난해 9월 해산됐으며 고객들이 피해를 입은 168억 원은 새마을금고연합회의 공공자금으로 변제됐다.

전산 거래하는 금융기관, 기업에서 유사 사례 발생 가능성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객이 오랫동안 찾지 않고 맡겨둔 돈을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불법적으로 빼돌린 사례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8년 삼성특검 수사로 드러난 삼성화재 미지급 보험금 횡령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수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고객에게 지급하기로 했으나 합의 등의 이유로 지급하지 않은 미지급 보험금, 고객이 잘 찾아가지 않은 렌트카 비용 등 소액의 돈을 따로 모아 차명계좌에 빼돌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

당시 수사 결과를 놓고, 이런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그리고 이번에 새마을금고 사건이 터지면서, 이런 지적에 힘이 실리게 됐다. 현재 거의 모든 금융기관과 기업이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거래를 처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천새마을금고의 사례처럼 전산시스템을 별도로 설치한 뒤 변칙적으로 거래를 처리한다면 공식적인 회계감사 및 세무조사에 포착되지 않는 자금 횡령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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