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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나잇 앤 굿 럭

[신기주 칼럼]<20>언론의 성공신화, 과연 현실은...?

언론인이 진실을 추구하는 투사처럼 그려지는 영화가 종종 있다. 대다수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조지 클루니가 연출한 <굿 나잇 앤 굿 럭>은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에 용감하게 맞섰던 CBS 뉴스맨 에드워드 먼로의 이야기를 다룬다. 공산주의자로 매도 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에드워드 먼로는 유창한 연설로 매카시 의원의 공산주의자 사냥을 공격한다. 먼로의 연설은 대중을 설득하는데 성공한다. 결과로 매카시는 몰락한다.

▲ <굿 나잇 앤 굿 럭>에서 에드워드 먼로 역을 맡아 열연을 보여준 데이빗 스트래튼. 언론이 진실의 언어로 대중을 설득해 정의를 구현할 수 있었던 때는 이제 낭만의 과거가 돼버렸다.

하지만 사회의 이해 관계가 더 복잡하게 얽히면서 언론이 언어로 대중을 설득하고 정의를 구현하던 낭만은 중세의 전설이 되고 만다. 마이클 만 감독의 <인사이더>에서 알 파치노는 역시 CBS의 탐사 보도 프로그램 <60분>의 프로듀서로 나온다. 그는 담배 회사의 간부였던 러셀 크로우를 설득한다. 러셀 크로우는 미국 담배 회사가 중독성을 높이려고 담배에 발암 물질인 암모니아를 섞어 넣었다는 증언을 하지만 CBS는 방송을 보류한다. 돈 때문이었다. TV안에선 정의를 외치는 언론도 현실에선 온갖 지분 관계와 주주 이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알 파치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 CBS의 인사이더가 돼야 했다.

이젠 언론을 영웅으로 삼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언론이 양심과 취재력으로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것부터가 한편으론 희극적이고 한편으론 유아적이다. <프로스트 VS. 닉슨>이 그런 영화다. 프로스트는 누가 봐도 진지한 언론인이 아니다. 프로스트는 닉슨한테 천문학적인 인터뷰 비용을 지불한다. 사실 그가 돈을 대가로 닉슨한테서 얻어낸 건 대단하다면 대단하고 보잘 것 없다면 보잘 것 없는 결과였다. 닉슨은 워터게이트에 대해 후회하냐는 프로스트의 질문에 고통스런 표정을 짓는다. 그 때 TV카메라는 닉슨의 낙심한 표정을 전리품으로 노획한다. 프로스트가 얻은 건 닉슨의 설명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워터게이트에 대한 어떤 보도보다도 진실에 다가간 듯 보였지만 또 어떤 보도보다도 추상적이고 모호했다.

▲ <프로스트 vs. 닉슨>에서 프로스트가 제공한 것은 언론인으로서 진실의 폭로라기보다는 찰나의 위안에 불과하다.

론 하워드 감독은 미국식 신파를 잘 만든다. <신데렐라맨>이나 <아폴로13>이나 <뷰티풀 마인드>는 주인공과 상황을 각기 달랐지만 한 가지 얘기를 하고 있었다. 다 잘 될 거다. 이 역경은 이겨낼 수 있을 거다. 우리가 성취한 성과는 언제나 가치가 있다. 진실은, 진심은, 정의는 실현된다. <프로스트 VS. 닉슨>에서 보여주는 언론의 모습도 같다. 프로스트는 닉슨의 염세적 표정을 이끌어낸 공로로 로또 복권이라도 당첨된 듯 대접 받지만 대중이 프로스트의 방송을 통해 얻은 건 찰나적인 위로였다. 그걸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론 하워드는 방송 한 자락이 세상을 바꿨다는 듯 군다.

앵커의 말 한 마디가 세상을 달라지게 하진 못한다. 그런 기사도의 시대는 지나갔다. 진실을 밝히던 언어는 신전에서 내려와 권능을 잃은 채 유희로 전락했다. 지금 저널보다 더 막강한 건 막말이다. 마찬가지다. 앵커의 말문을 막는다고 세상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지금은 에드워드 먼로의 시대도 <60분>의 시대도 프로스트의 시대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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