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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 진짜 '개고생'이 뭔지 가르쳐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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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교육과학기술부, 진짜 '개고생'이 뭔지 가르쳐줄까?"

[기자의눈] 일제고사 재조사로 드러난 교과부의 자가당착

지난해 10월 치러진 일제고사(학업 성취도 평가) 재조사 결과가 13일 발표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결론은 한마디로 "별로 달라진 게 없다"였다.

이번 재조사는 지난 2월 발표한 지역별 성적에 오류와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였다. 특히 교과부가 자신만만하게 모범 사례로 꼽았던 전북 임실 지역부터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교과부는 3월까지 전면 재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천명하고 시·도교육청을 총동원해 작업에 들어갔다.

일선 학교는 발칵 뒤집어졌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은 그렇잖아도 학교에서 가장 바쁜 시기다. 더구나 애초 표집형에서 갑자기 전집형으로 바꿔 실시된 지난해 일제고사 자료는 제대로 남아있지 않았다. 버린 시험지까지 회수해서 채점을 하는 등 각 학교에서는 폭탄을 맞았다고 할 정도로 소란이 일었다.

결국 지난 2월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일제고사 성적 공개는 총 1만6402건의 오류가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과부는 "교사가 서답형 문항을 손으로 직접 채점하는 과정 및 학교에서 지역교육청으로, 지역교육청에서 다시 시·도교육청으로 여러 단계에 걸쳐 채점결과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실수나 착오로 인한 오류가 주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교사가 수기로 채점한 초등학교 보다 OMR카드로 성적을 처리한 중·고등학교에서 집계오류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교과부는 '오류는 오류일뿐, 문제삼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번 공개한 성적과 크게 달라진 내용도 없으며, 책임자 문책도 '아직 조사 중'이라고만 했다. 1만70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하고, 1만6400건의 오류가 발견됐는데도 결론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교과부 장기원 기획조정실장은 "학교 단위에서 성적 오류의 고의성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지역교육청이나 시·도교육청에서의 고의나 중과실은 향후 적절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가 강력하게 내놓은 후속 대책이란 초등학생도 OMR 카드로 시험을 보게 하겠다는 등 향후 시험에서 일괄 채점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교육청이 별도 채점단을 구성해서 일괄 채점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며, 결과 보고는 전산 시스템으로 자동 집계되도록 채점과 집계 방식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마디로 일선 교사들의 채점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반대 교사는 해직…1만6402건 오류는 '문제 없다'?

다시 한 번 일제고사의 목적을 상기해보자. 지난해 10월, 학업 성취도 평가를 표집형에서 전집형으로 느닷없이 바꾸며 10년 만에 일제고사를 부활시킨 교과부는 지난 2월 "뒤처지는 학생 없는 학교 만들기"라는 부제를 내걸고 지역별 성적 결과를 공개했다.

교과부는 정확한 판단을 통해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의 현황을 파악하고 지원하겠다며 전국의 모든 학생이 시험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논리는 일제고사 대신 체험 학습도 할 수 있다며 선택권을 안내했던 교사에 대한 해임과 파면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정작 1만6400건의 오류에 대해서는 넘어가겠다고 하고 있다. 또 교과부는 전체 900만 장의 답안지 중 약 7.2%가량(약 65만 장)이 유실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하면서도 '고의가 아니었다'며 "주로 대상 학생의 졸업, 교사전보, 교실변경, 학교 리모델링 공사 등에 따른 취급 소홀이었다"고 짤막히 발표했다.

더군다나 장기원 실장은 다문화 가정 자녀라든가 운동부 학생은 일부러 못보게 해서 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아마 오류에 포함돼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렇게 누락된 부분 역시 이번 재조사 과정에서 다 확인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운동부 학생들이 단체로 빠진 점을 두고서도 그는 "이런 저런 형태로 나눠져서 아마 조사가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따로 빼서 정리를 하지 않았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지난 2월 성적 조작 및 오류 파문이 불거졌을 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자체 확인 결과 서울시내 거의 모든 학교에서 운동부 학생은 출석을 하지 않거나 출석을 하고도 시험을 보지 않아 답안지 제출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 학교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은 교육계에서는 누구나 아는 얘기다.

전국 교육 공무원을 '개고생' 시키려는 교과부…목적은 무엇?

한 발 양보해 교과부가 오류로 인해 결과가 바뀌었다고 하거나,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할 경우 파장을 감당할 수 없어 애써 '오류'의 의미를 축소시켰다고 치자. 그러나 이어진 '지원 대책'은 더 참혹했다. 친절하게 예시를 들어가며 전북 임실 등을 성적 모범 지역의 사례로 들어 설명했던 지난 번과 달리 성적 격차에 대한 아무런 분석도, 설명도 없었다.

교과부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은 학교에 학력향상 프로그램 운영, 인턴교사, 대학생 멘토 등을 지원하겠다며 1200여 학교에 평균 5000만 원~1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장기원 실장은 "기초 학력 학생이 밀집된 비율이 높은 학교를 이미 프로그램을 돌려서 대상 학교는 잠정적으로 선정했다"며 교육청이 추후 집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학교 지정, 초빙 교사 임용비율 확대, 교장 공모 등도 이미 제시된 방안이었다.

결국 이번 재조사 발표는 논란 속에서도 일제고사를 강행하는 교과부의 '진짜 목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교과부에게 중요한 것은 일제고사 시행과 성적 공개 그 자체였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일괄 채점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세 학년이 전국에서 '오류 없이' 일괄적으로 치르는 시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수학능력시험보다 더 대대적인 동원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시험을 거부하는 학생과 교사가 있어서도 안 되니 부단히 일제고사의 정당성을 알리는 홍보도 해야 하고, 추후 그들에 대한 조사와 징계도 이뤄져야 한다.

요즘 뜬 광고 중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교과부가 일제고사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벌어지는 각 학교 내의 천태만상과 교사 해직 사태, 그리고 재조사 소동과 일괄 채점 결론을 보면 '개고생'이 바로 이런 걸 일러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학력 증진을 위해 일제고사를 실시한다며 정작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위한 정책은 뒷전인 교과부. 이번 재조사에 1만7000여 명의 인원을 동원됐다고 한다. 차라리 그들에게 기초학력미달 학생 지원을 위한 아이디어를 하나씩 제출하라고 하는 편이 한국의 교육 현실에 한층 더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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