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모습을 두고 '외사랑'이라고 하나? 상대방 마음이 어떻든 일편단심 민들레를 피우려 하니 그렇게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근데 예뻐 보이지 않는다. '외사랑'이 아니라 '스토킹'으로 보인다. '멜로'가 아니라 '호러'로 비쳐진다.
상대방, 즉 민주당의 사정이 여유롭지가 않다. 정동영 전 의장의 '연서'를 정독할 계제가 아니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에도 벅찰 정도다.
▲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뉴시스 |
깨진다. 만에 하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돈 수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민주당의 현상태는 유지되지 않는다. 민주당 의사와는 무관하게 환골탈태 압박에 내몰린다. '탈노(또는 극노)' 주문이 들어오고 '진보개혁성 강화' 요구가 빗발친다.
이게 문제다. 바로 이것이 정동영 전 의장의 복귀 전선의 성격을 바꿔버린다. 정동영 대 정세균 대결구도를 뒷전으로 밀어내고 정동영 색깔을 앞전으로 끌어낸다. 이런 것이다.
'탈노'와 '정동영 복귀'는 호응하지 않는다. 정동영 전 의장이 노무현 정부의 2인자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본인이 뭐라 하건 그건 중요치 않다. 자신은 결코 친노직계가 아니었다고 주장해도, 단지 노무현 정부 하에서 잘 나갔다는 이유만으로 '노무현의 굴레'를 계속 쓰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읍소해도 울림은 없다. 2007년 대선에서, 그리고 2008년 총선에서 그를 대했던 국민의 시선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노무현' 극복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그를 보면서 눈 돌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더 치켜 올라갈지 모른다. 정동영 전 의장을 바라보는 국민 눈꼬리가 매섭게 올라갈지 모른다. '진보개혁성 강화'와 '정동영 복귀'는 호응하지 않는다. 정동영 전 의장이 당 결정에 불복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본인이 뭐라 하건 그건 중요치 않다. 자신은 탈당할 생각이 없었노라고 주장해도, 당 지도부의 기득권 지키기에 희생된 것일 뿐이라고 강변해도 울림은 없다. 그런 울림을 자아내기에는 정동영 전 의장의 전주덕진 출마 명분이 너무 약하다. 민심을 거스르고 일신의 안위를 좇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이겨야 한다. 정동영 전 의장이 아니라 민주당이 4.29재보선에서 완승을 거둬야 한다. 그래야 '노무현 쇼크'를 완화할 수 있고, 그래야 민주당 환골탈태 요구를 억누를 수 있고, 그래야 정세균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게 정세균 체제가 유지돼야만 정동영 복귀문제를 정동영 대 정세균 대결 프레임에 가둘 수 있고, 한숨 돌린 민주당 주류의 '여유(?)'를 기대할 수 있다.
근데 어쩌랴. 정동영 전 의장의 무소속 출마 강행으로 민주당의 완승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졌다. 전략지역 두 곳 가운데 한 곳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정동영 전 의장 스스로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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