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현실 됐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설마 했다.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다'고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었다. '설마 뿌리치기야' 했던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며 "그러나 설마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고 정세균 대표에 대한 서운함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내민 손이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정치를 하면서 내가 지은 '업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입당부터 2000년 '정풍운동', 2002년 대선경선,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2004년 탄핵과 의원직 사퇴 및 총선 승리,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민주당 합당 및 대선 패배, 2008년 총선 동작 출마 등 자신의 정치 역정에 대해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며 나열한 뒤 "시기마다 당의 이름은 달랐지만, 저의 정치인생 13년 동안 제 삶은 온전히 민주당 당원으로서의 삶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옷을 벗고 나와 바람부는 벌판으로 들어서고 있다"며 "비판과 아픈 지적 달게 받겠다. 정동영의 종아리를 때려 달라. 그 아픔을 참아내는 것 또한 저의 몫"이라고 말했다.
▲ 10일 오후 민주당사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정동영 전 장관. ⓒ프레시안 |
그는 그러나 "당원 여러분과 지지자들께서는 민주당을 지켜달라"며 "제 몸 위에 옷을 두르든 아니든 제 몸 속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 만나면 헤어지는 이치를 '회자정리'라고 하는데, 헤어지면 만나게 된다는 이치와도 같다고 생각한다"고 지지자들의 탈당 등을 경계했다.
그는 특히 "반드시 다시 돌아와 민주당을 살려내겠다"며 "민주당을 사랑한다. 민주당원과 지지자를 사랑한다"고 기자회견문 낭독을 마쳤다.
정 전 장관은 기자회견문을 읽는 동안 여러 차례 숨을 고르며 감회에 젖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날 민주당사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여는 이유에 대해 "민주당은 제 정치인생이었는데, 잠시라도 당사를 밟아보고 싶어 왔다"고 설명했다.
"정세균 대표 불출마 선언, 잘 이해 못하겠다"
정세균 대표가 이날 오전 '19대 총선 호남 불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서는 "오늘 이 시점에 왜 그런 발표를 했는지 저로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또한 '지도부에 대한 서운한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당에 상처가 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지금은 야당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만 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묻는 질문에도 "불행한 일"이라고만 말하는 등, 구체적 답변을 요구하는 민감한 질문은 모두 피해나갔다.
▲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정 전 장관을 기다리고 있는 지지자들. ⓒ프레시안 |
정 전 장관은 서울 기자회견에 이어 곧바로 전주 덕진에 내려가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전주에서는 "전주는 어머니와 같은 곳"이라는 취지로 자신에 대한 투표 호소에 역점을 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민주당사 주변에는 50여 명의 정 전 장관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지지 의사를 밝히는 한편, 정 전 장관에 대한 공천 배제 결정을 내린 당 지도부를 맹렬히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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