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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노동자의 목소리 좀 들어주소"

[인터뷰]서울노동청 농성 들어간 서훈배 학습지노조 위원장

5일 정오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을 기습 점거했던 비정규노동자 20여명은 이날 오후4시30분경 경찰에 전원 연행됐다.

4시간 남짓 지속된 농성에서 이들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보장 ▲김대환 노동부장관의 퇴진 ▲비정규 권리입법 쟁취 등을 요구하며 릴레이 발언을 했다.

<프레시안>은 경찰 병력 투입이 임박했던 오후 4시경 노동청 농성단 단장을 맡은 서훈배 전국학습지노조 위원장을 만나 농성 돌입 배경을 들었다. 학습지 교사 6년차인 서 위원장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설명하면서 "정부가 하루빨리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장은 또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잇따른 면담 거부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겠다던 의원들이 정작 면담에 하나같이 난색을 표했다"며 "도대체 어디서 비정규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지난달 비정규 관련법안 처리가 무산된 뒤 환노위 회의실을 점거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비난하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서 위원장은 이어 "김태환 열사의 죽음이 남긴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며 "빼앗긴 '노동자'란 이름을 되찾자는 것이 우리의 어렵지 않은 요구"라고 덧붙였다.

서 위원장의 인터뷰가 끝난 지 불과 10여분 뒤 농성장에는 경찰 3개 중대가 투입돼 농성자를 전원 연행했다.

다음은 서 위원장과의 인터뷰.

- 농성단 단장을 맡았나?
"그렇다. 오늘 농성의 핵심요구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이다. 지난달 14일 충주에서 발생한 고 김태환 열사(전 한국노총 충주지부장)의 사망 사고는 대표적 특수고용직인 레미콘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을 위한 투쟁 속에서 발생했다. 노동자 한 명이 죽었지만, 정부는 특수고용직 노동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이번 농성은 이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 본인도 특수고용직 노동자 아닌가?
"6년동안 학습지 교사를 하고 있다. 오늘 농성이 평화롭게 끝난다면 내일도 아이들 가르치러 돌아다녀야 한다. 잘 알려져 있지만 학습지 교사도 레미콘 기사, 보험모집인과 더불어 대표적 특수고용직 노동자다. 사측으로부터 여러 가지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노동조합을 통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항의할 수 없다. 노조는 있지만, 사측은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섭을 하자고 하면 항상 듣는 소리가 '너희가 노동자냐'는 것이다. 오늘 농성 단장을 맡은 것도 내가 학습지 교사라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 농성단은 스스로 '점거'가 아닌 '면담 요청'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어떤 업무방해도 하지 않았다. 시설물에도 손대지 않았다. 노동자가 노동청에 와서 면담을 요청한 것뿐이다. 노동자를 위해 존재하는 노동청은 우리가 자기들 사무실을 '점거'했다면서 경찰에 시설보호요청을 했다고 들었다. 기자도 보라. 우리가 무슨 위해행위를 했는가?"

-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노동부와 청와대에 알리고 싶었다. 한 노동자가 25t이나 되는 레미콘에 머리가 짓이겨져 죽었는데,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내 일이 아니다. 현장에 가지 않겠다'고 외면했다. 이해할 수 없다. 우리의 요구는 어렵지 않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죽어간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것이다. 사측의 부당영업 강요로 과로와 스트레스를 못 이겨 자살한 학습지 '구몬'의 이정연 교사, 치솟는 경유가와 운반비에 엄청난 빚을 안고 절망한 수많은 레미콘 노동자들의 절망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거다. 강탈당한 '노동자'란 이름을 되돌려 주고 '노동조합'의 권리도 돌려달라는 것이다."

- 청와대, 열린우리당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안다.
"우리는 지난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또 최근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 면담도 요청했다. 하나같이 거부당했다. 우리의 면담 요청은 우리당 의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 가서 비정규직의 절절한 현실을 말해주고 싶었다."

- 비정규노동자 목소리를 듣겠다고 공언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정작 면담을 거부한 이유는 뭔가?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의 한 보좌관이 말하더라. 8백만 비정규노동자를 대표하지 못하는 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가 무슨 대표성이 있냐고. 그 말을 들었을 때 현장에서 비정규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 보좌관이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왜 비정규노조의 조직률이 3%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속내를 아는지 의문이다. 또 우리의 대표성을 문제삼는다면, 전체 노동자의 11%밖에 조직하지 못한 민주노총은 어떻게 사회적 대화의 상대로 삼을 수 있나. 솔직히 두려웠을 거다. 우리가 토해내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삶의 생생한 현실을 듣고 그들이 과연 무슨 논리로 대응할 수 있었겠나. 만약 면담이 성사되고 면담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면, 정부나 여당이 함부로 정부법안을 '비정규보호법안'이라고 강변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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