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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해고 걱정해 법 개정?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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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해고 걱정해 법 개정?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꼴"

[토론회] "비정규법 개정하면 실업 해결? 은폐될 뿐"

"비정규직의 사용 기간 제한은 근로자의 낮은 충성도와 사용자의 주기적인 추가 비용 지출이라는 '독'을 통해 기간제의 무분별한 확대라는 '사회적 질병'을 치료하는 수단이 된다."(강성태 한양대 교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비정규직법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얘기는 너무 냉정하게 들린다. 오히려 우리(정부)가 더 감상적인 것 같다."(박화진 노동부 차별개선과장)

"노동부가 감상적이다?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꼴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정부가 지난 1일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관련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다. "법 제정 전까지 3년 동안 온 사회가 한바탕 홍역을 앓았고 법 시행 이후엔 또 한 바탕 몸살을 앓았던"(김상희 민주당 의원) 비정규직법을 정부가 다시 '격돌'의 장으로 끌어내고 있다.

정부는 "법 때문에 잘리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기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기간 연장은 비정규직을 더 늘릴 뿐 보호책이 되지 못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3일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날카로운 논쟁이 벌어졌다. 정부가 비정규직 당사자를 내세우곤 있지만, 비정규직 개인의 고용안정 보다는 기업에 해고의 자유를 더 늘려 주는 것이 진짜 속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화진 노동부 차별개선과장도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기간 연장보다 폐지하자는 의견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며 정부의 실제 목적이 기간 제한 규정의 무력화에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3년 전엔 현행 법으로 보호할 수 있다더니…이제는 "해고 가능성이 더 크다"

▲ 최근 노동부는 "법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보다는 해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박화진 과장)하고 있다. 법 제정 불과 3년이 못 돼 입장이 바뀐 것이다.ⓒ프레시안
이날 토론회는 지난 2005년 비정규직법 제정 논란 당시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정규직 보호라는 원래 취지에 맞게 (법안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권고안을 낸 바 있었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접 주최한 토론회였다.

인권위의 이 같은 권고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간을 제한하고 차별시정 제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시 업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나쁜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최근 노동부는 "법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보다는 해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박화진 과장)하고 있다. 법 제정 불과 3년이 못 돼 입장이 바뀐 것이다. 박 과장은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프랑스가 최장 2년이고, 독일도 2년"이라며 "유럽에서 짧게 규제하는 나라들이 2년인데 우리가 그 나라를 따라가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사이 변화된 상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권이 바뀌었고, 또 하나는 최근의 경제 위기다.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서? 그렇다면 다른 보완책을 넣어라"

노동계를 비롯한 상당수 전문가들이 "정부의 진짜 목적은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다 하더라도 사람을 바꿔가며 같은 자리에 계속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 정부의 말대로 "올해 7월 100만 명이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치더라도, 4년으로 연장한 뒤 그 100만 명은 2011년 7월에 또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하게 된다.

강성태 교수가 "비정규직의 사용을 최소화하려면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용 자체에 대한 예외를 명시하는 것이지만 기간 제한 방식을 택할 경우에도 사람보다는 해당 업무의 기간을 제한하는 방법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로 경영계는 이 같은 방법을 강하게 반대한다.

강 교수는 "경제 위기가 너무 심각해 당장 그렇게 할 수는 없다면, 현행 기간 2년을 유지하면서 인센티브 등 자발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할 수 있는 유도책을 쓰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유선 소장은 "기업에 당근만 줄 것이 아닐 채찍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 촉진 장려금과 같은 당근에 덧붙여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는 업체는 사업주의 사회보험 분담금을 인상하거나 중국과 같이 비정규직에게 계약종료수당은 지금하게 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법의 진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 "비정규직 일자리 줄어드는 만큼 정규직 일자리 늘지 않는다"

정부 역시 이 같은 '효과적인 비정규직 보호책'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일자리'가 문제라는 것이다.

박화진 과장은 "기업은 현재 법으로 인해 비정규직 고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이는 비정규직 고용을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일자리가 당연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그만큼 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면 일자리 전체에 부정적 영향 미친다"고 강조했다.

즉, 법으로 인한 정규직 전환 효과보다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얘기다. 박 과장은 "지난해 10월 기업 설문조사 결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보다 교체하거나 외주화한다는 대답이 생각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정규직 전환 효과 떨어진다? 정부가 '슬라이드 효과' 만들고 있다"

문제는 노동부가 우려하는 이 같은 기업의 태도 변화가 왜 생겨났냐는 것이다. 김유선 소장은 "통계적으로 볼 때 법 시행 전후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효과는 뚜렷했다"고 말했다. 2007년 3월 879만 명이던 비정규직은 2008년 8월 840만 명으로 39만 명이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정규직은 76만 명이 늘어났다.

비록 법의 적용을 받는 기간제는 줄어든 대신 더 열악한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늘어나는 역효과도 발생했지만 분명히 법의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5월 100인 이상 사업장 설문조사 결과(한국리서치) "일부라도 정규직화 하겠다"는 기업이 64.9%에 달했던 것도 이를 보여준다.

김상희 의원은 "그런데 정부에서 법 개정 움직임이 나오면서 기업은 민감하게 환경의 변화를 감지했고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성태 교수도 "기간 제한 완화가 기간제 사용 촉진으로 읽히는 슬라이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방향대로면 비정규직 비율 60%까지 치닫을 것"

강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기간제 사용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켜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현 정부가 공기업 등 '질 좋은' 일자리는 줄이고, 청년인턴 등 '임시의 질 나쁜'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급급한 것은 이런 흐름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유선 소장은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은 정규직은 줄이고 비정규직은 늘리는 것인데, 그렇게 될 경우 현재 55~56%로 고착화된 비정규직 비율이 최대 60%까지 치닫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이런 정책 방향은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오히려 줄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임금을 깎고 비정규직을 늘리면 가계 수지가 악화되고 내수를 잠식해 다시 일자리가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강 교수도 "비정규직 문제는 실업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은폐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정당한 이유 없이는 해고 당하지 않을 권리는 노동 인권의 '보루'"라며 "해고 규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인간의 노동은 상품이 아니'라는 선언은 그저 말에 불과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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