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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허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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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허셜의 꿈

[별, 시를 만나다]

<프레시안>은 '2009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이미 연재 중인 '문화, 우주를 만나다'에 이어 '별, 시를 만나다' 연재를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가 운영하는 웹진 <이야진(IYAZINE)>과 공동으로 연재한다.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50인이 별, 우주를 소재로 한 신작시 50편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한 편씩 선보인다. 매번 첨부될 시인의 '시작 노트'와 천문학자 이명현 교수(연세대 천문대)의 감상은 시 읽는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다.

윌리엄 허셜*의 꿈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은 머나먼 별에서 왔습니다
나의 꿈이 온 길을 거슬러
하늘의 강 하늘의 바다를
뗏목을 타고 건너갑니다
뱃사공은 묻습니다
당신의 목적지는 대체 어디오
나의 목적지는 나의 꿈
귀뚜라미 노래 들려오는 별
사공은 또다시 묻습니다
어디로 가자는 말인가요
당신의 꿈을 향해 가면 되오
우주에서 가장 외로운 곳으로
나의 꿈은 가면 거기 있소
당신의 꿈이 간 바로 그곳이
나의 꿈이 온 바로 그곳
나의 쉼터 나의 음악 나의 일터
사공과 나는 망원경 노를 저어
하늘의 파도를 헤쳐 갑니다
망원경이여 조금만 더 오르자꾸나
저 하늘의 언덕에 너의 꿈이 있으니
악마가 넌지시 바라보고 있는 곳에서
나의 꿈은 망원경의 지휘에 따라
우주에서 가장 황홀한 춤을 춥니다

* 1781년 천왕성을 발견한 천문학자. 많은 곡을 작곡한 음악가였으나 중년 이후 천문학에 뜻을 두고 은하에 관한 이론을 정립하여 천문학 발달에 획기적으로 기여했다.



한참 전의 일이다. 프랑스 리용천문대에서 학회가 있었는데, 저녁을 함께 하러 가는 길목에 위치한 동네 성당에서 작은 연주회가 열렸었다. 음악가였던 갈릴레이의 아버지가 작곡한 연주곡에 이어서 허셜이 작곡한 파이프 오르간 연주곡이 학회에 참가했던 한 천문학자의 손을 통해서 우리들 가슴 속으로 울려퍼졌다. 작은 성당을 꽉 채운 그 소리는 천왕성을 우리 앞에 불러 세우는 듯한 감동을 가져다 주었었다.

얼마 전, 그룹 퀸의 기타리스트였던 브라이언 메이가 천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작은 대학의 총장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원래 천문학 전공 학생이었던 브라이언 메이는 음악을 위해서 천문학 공부를 접었었는데, 긴 음악으로의 여정 끝에 다시 돌아와 별의 품에 안긴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천문학자들 가슴 속에는 하늘의 음악이 살아 있는 것 같다.



천문학자들이야말로 시인이다. 시의 리듬이 우주의 리듬(宇宙律)과 닮아 있다면, 그 리듬은 별의 흐름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므로, 별의 흐름을 직관할 수 있는 천문학자야말로 시인인 것이다.

천왕성을 발견한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의 본업은 음악가였다. 평범한 음악가가 아니라 24개의 교향곡, 7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포함하여 수백 곡을 작곡한 대가였다. 음악가로 크게 성공한 허셜은 30대 중반에 망원경을 준비하여 하늘을 관찰하더니 나중에는 아예 음악 활동을 접고 천문학에 몰두하게 된다.

윌리엄 허셜의 생애는 생각할수록 감동적이다. 우선, 크게 성공한 음악가로서의 명성을 포기하고 새로운 모험을 감행한 그 용기에 감탄하게 된다.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격언이 맞지 않을 때도 있다. 혹시 허셜에게 음악가의 길과 천문학자의 길이 한 우물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럴지도 모른다. 별들의 일주운동과 이동이 음의 진로이고, 별들 사이의 거리와 영향이 화성학이며, 별의 운동이 곧 리듬이 아니겠는가?

천문학자의 꿈, 그것이야말로 참으로 뜬구름 잡는 일이지만, 그것은 우주의 리듬에 동참하는 일! 시를 쓰는 것도 그와 같은 일이라 여기며 나는 허셜의 꿈을 명상하다가 차라리 몽상해 보기도 하는 것이다.

차창룡은…

1966년 생.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인도 기행 산문집 <인도신화기행> 등. 김수영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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