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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인력 3000명 해고…"일단 줄이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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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인력 3000명 해고…"일단 줄이고 보자"?

목표치 정해놓고 할당…업무량 느는 기관도 막무가내 '감축'

정부가 대규모 인력 정리해고를 골자로 한 '제6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총 60개 공공기관 정원 2만5768명의 11.6%인 2981명이 감축될 예정이다. 정부는 인력감축과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해 총 1800여억 원 상당의 비용을 감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인력 감축 과정에서 부처간 제대로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던 정황이 포착된데다 일부 공공기관은 향후 업무 과중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정원축소 대상으로 잡혀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감축 목표치를 미리 정하고 '밀어붙이기식' 인력 감원을 주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력소요 늘어날 판인데도 '일단 줄이자'

31일 정부가 발표한 '제6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은 총 69개 기관에서 정원 1만9000여 명을 감축하는 4차 선진화 계획의 2단계 성격을 지닌다. 4차 선진화 계획과 마찬가지로 민간과 경쟁구도를 가진 업무부문이나 비핵심 기능, 성과가 낮은 사업부문 등을 폐지 또는 축소하고 중복업무를 줄이면서 그에 따른 인력감소분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 기관은 앞으로 업무량이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인력 감축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 발표안에 따르면 대한주택보증은 362명 정원의 13.0%인 47명을 이번에 감축하게 된다. 대한주택보증은 당장 전날 발표된 미분양주택 해소방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기관이다. 미분양주택 매입사업을 전담하게 되면서 공사 관리에서부터 환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대한주택보증이 관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윤영균 대한주택보증 노조위원장은 "미분양주택 매입사업에만 인력 40~50명 정도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인데도 인력 감축을 지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정부가 강제로 인력구조조정 목표치에 맞춰 노동법상 정리해고 요건에도 맞지 않는 인력감축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가 나서는 보증업무는 최근 경제위기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중소기업 신용을 지원하는 신용보증기금 역시 인력난이 시급한 상태다. 정부가 직접 개별 기업의 신용을 보강해야 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즈예방협회는 61명 정원의 절반이 넘는 33명이 이번에 감축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국 에이즈 감염인구는 지난해 12월말 현재 6000명이 넘는다. 지난해 한해 동안만 신규 감염인구 797명이 발견됐다. 업무 소요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인력은 절반 이상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에이즈예방협회는 비영리법인인데 운영비로 국가예산을 많이 지원받다보니 공공기관에 포함된 것"이라며 "원래 예산부족으로 현원은 정원의 절반 정도 수준이었다.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고 현원에 맞게 정원을 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인력 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마이스터고교 양성과 함께 업무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은 학교법인 한국폴리텍대학 역시 정원이 대규모로 줄어든다. 이번 감축으로 폴리텍대학 정원 1906명 중 191명이 감소될 예정이다.

대학 관계자는 "고창과 김천 등 일부 지방캠퍼스의 훈련을 종료하고 연수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면서도 "세부적으로 어느 부서 인력을 어떻게 줄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3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3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이용걸 기획재정부 차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 ⓒ프레시안

목표치 정하고 마구잡이식 할당?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선진화 계획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기관 담당부처 사이에 의견 조율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감축목표가 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 640명 중 224명(35.0%)이 감축돼 가장 큰 규모로 인력감원이 이뤄질 한국건설관리공사의 경우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간 특별한 의견조율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사와 국토해양부 간 의견협의 후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 간 협의도 있었느냐"는 질문에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서 (감축에 대한) 안건을 만든 것이고 부처 간 협의는 없었다. 국토해양부는 감축 관련 내용을 듣기만 한 상태"라고 답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한국건설관리공사는 대한에이즈예방협회와 마찬가지로 정원을 현원수준으로 맞춤에 따라 인원이 줄어들게 된다.

관계부처 간 협의를 떠나 인력 구조조정 안이 정부 주도로 짜여지고 일종의 총 감원인원 목표치가 정해진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취재에 응한 대부분 공공기관이 "정확한 인력감원 계획을 아직 짜놓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감축인력은 명확히 기관마다 제시됐는데도 대상기관은 "정확한 수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답한 것은 논리적으로 납득이 어렵다.

실제 정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금번 6차에서는 4차 경영효율화 및 통폐합 기관 등을 제외한 기관에 대한 효율성 10% 이상 향상을 목표로 했다"고 못박아뒀다. 목표치를 인력 10% 이상 감원으로 사업 초기부터 제시했음을 강조한 셈이다.

거의 정확히 10% 수준의 인력이 감축될 예정인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에서 10% 이상 감축하라고 협의 때 요청해서 그에 맞춘 것"이라며 "중간에 자연감소분도 있기 마련이니 이를 감안하면 정확히 몇 명이 감축될지는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관계기관과 계속해서 협의를 해 왔고 주무부처와도 협의했다"며 "오늘 의결안이 나온 후 공문으로 각 기관에 정식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감축 목표를 정하고 사업을 추진한 것은 아니다. 기관과 협의를 다 거친 결과"라고 해명했다.

"부서간 업무 강도를 고려하지 않고 인력을 줄인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먼저 비핵심기능과 민간에 이양해야 할 사업을 중심으로 발표한 것"이라며 "앞으로 새로 업무가 늘어나는 부분은 지켜본 후 (충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대상 60개 공공기관.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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