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초국적기업 '파카하니핀'의 계열사, 파카한일유압도 마찬가지다. 파카한일유압은 최근 전체 노동자의 57%를 31일자로 정리 해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전체 노동자 197명 가운데 무려 113명이다.
정리 해고 대상자는 파카한일유압의 핵심 제품 건설 중장비용 '유압 콘트롤 밸브'가 파카하니핀의 또 다른 자회사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점을 들면서 "정규직을 자르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우려는 못된 심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파카한일유압분회는 30일 서울 양재동 파카하니핀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의도적으로 경영 악화를 조장해 이를 근거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30일 파카한일유압 노동자들은 서울 양재동 파카하니핀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대량 해고 중단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
이익 잉여금 115억 원, 신용등급 A등급…정리 해고 목적은?
노동자들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회사의 최근 경영 지표 때문이다.
노조가 분석한 금융감독원 공시 감사 보고서 자료에 의하면 2005년 12월부터 2008년 6월까지 경영 평균 실적은 안정적이다. 이 시기 동안 영업이익 누계액은 96억 원이고 이익 잉여금도 115억 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55%에 불과한 반면 회사 신용등급은 A등급이다. 매출액도 이전보다 150% 성장했다. 게다가 경제 한파가 몰아쳤던 2008년도 영업이익은 38억 원, 당기순이익도 28억 원이나 된다.
4개월 전부터 회사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경제 위기 영향이다. 매출 감소로 66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지만 기본적으로 건실한 기업이어서, 노조 측은 "적자 몇 개월 만에 노동자를 절반이나 자를 정도로 재무 구조가 엉망인 회사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신설된 파카하니핀의 자회사 파카코리아 장안공장에서 파카한일유압의 '굴삭기용 유압 콘트롤 벨브'를 생산하고 있다. 경영이 어렵다고 사람을 자르면서 원래 파카한일유압이 생산하던 제품을 다른 자회사로 옮겨 여전히 생산하고 있는 것.
노조 측은 "이곳에서 생산한 제품을 '파카한일유압'의 거래처로 납품하고 있으며 '파카한일유압 품질관리, 공정합리화' 부서에서 일하던 연구원도 파카하니핀 코리아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의도적으로 생산량을 신설 공장으로 돌려 경영 악화를 조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파카한일유압 노동자. ⓒ금속노조 |
113명 정리해고 소식이 알려지면서 노동자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2004년부터 파카한일유압에서 일해온 조남국(35) 씨는 3월초 대량해고 소식을 접하고 "황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하반기 때 물량이 잠깐 줄어들긴 했지만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 등에 지속적으로 납품을 하기 때문에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렇게 생산물량을 다른 곳으로 이전시켜 적자를 만들고 우리를 거리로 내몰 것으론 생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회사에 들어오기 전엔 일용직을 했다는 박용섭(가명, 47) 씨는 "지금은 회사를 나가면 일용직도 하지 못한다"고 답답해 했다. 그는 "여기서 일하면 한 달 손에 쥐는 돈이 110만 원 정도"라며 "하지만 내가 있는 지역에서는 이것조차도 벌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을 인수할 때는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자랑하더니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맨바닥에 집어 던질수 있냐"라며 "결국 노동자들은 죽으라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위니아만도 등 경제 위기 틈탄 외국 자본의 횡포 이어진다
특히 노조는 파카한일유압의 행태가 외국계 자본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의 정리 해고라며 비판하고 있다.
김치 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CVC캐피탈 자본의 위니아만도도 지난 25일 충남 아산공장의 전체 생산직 노동자 456명 중 절반인 220명을 정리해고 했다.
금속노조 위니아만도지회의 주장에 따르면 위니아만도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2300억의 당기 순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재투자와 기술 개발, 영업 활동은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익만 취득한 뒤 경제 위기를 틈타 대대적인 해고를 단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경기지방 노동청은 노사 간 자율 교섭을 통해 사태를 풀어나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오는 10일까지 113명을 모두 정리 해고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카한일유압 관계자는 "구조조정 관련해 자구책을 쓸 만큼 다 썼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카코리아 장안공장에서 유압 콘트롤 벨브 생산라인이 가동되는 것을 놓고는 "생산되는 것은 맞지만 유압 콘트롤 벨브 수요 확대를 예상하고 그 시설을 미리 마련한 것"이라며 113명 정리해고 이유와 상반된 주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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