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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해소방안 발표…"위험은 정부가, 수익은 민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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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해소방안 발표…"위험은 정부가, 수익은 민간이"

'유사 공적자금' 논란 일어날 듯…정부 "손실 걱정 안해도 돼"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 문제 해결책으로 민간자금 유입을 활성화하는 추가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산하 보증기관이 건설사에 신용보강을 해줘 민간자금이 보다 적극적으로 미분양아파트 매입에 나서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투자자 자금을 이용해 미분양 주택을 할인매입하는 방안도 나왔다.

사실상 미국 정부가 내놓은 민관합동투자프로그램(PPIP, Public Private Investment Program)과 철학이 비슷해 "'민간자율'을 표방했을 뿐, 또 다른 공적자금 투입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 신용보증 통해 미분양 아파트 매매 유도

30일 정부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8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민간자금 활용 및 주택수요 보완을 통한 미분양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기본 구조는 정부가 신용보강에 나서 건설사의 자금조달을 돕고, 분양보증에까지 나선다는 것이다. 주요 타깃은 11만4000호에 달하는 준공전 미분양 주택이다. 정부에 따르면 1월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16만2000호로 외환위기 당시(10만3000호)를 크게 웃돈다.

▲자산유동화를 통한 미분양 아파트 해소 방안 구조(기획재정부 제공). ⓒ프레시안

우선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의 유동화 과정에서 주택금융공사 산하 주택신용보증기금이 신용보강에 나선다. 투자자에게 원리금 상환을 보장해 건설사 회사채의 투자매력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신용도가 높아진 회사채는 특수목적회사(SPC)가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발행해 유통시킨다.

조달된 자금 관리는 공사비에서부터 PF대출금 상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대한주택보증이 담당한다.

대신 대한주택보증은 건설사의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설정해 건설사가 부도날 경우 분양보증에 나선다. 공사가 정상적으로 완료될 경우에는 미분양 주택을 수탁받은 신탁회사가 이를 매각 및 임대해 처분한다.

건설사 브랜드를 달고 아파트 공사가 지속되겠지만 자금 조달은 주택금융공사가, 자금관리는 대한주택보증이 각각 도맡는 것이다. 정부가 건설사 대신 아파트 건축 전 과정을 대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장 투자자금 미분양 주택 매입에 활용

리츠·펀드 자금을 미분양 주택 매입에 활용하겠다는 방안도 나왔다. 투자자가 자금을 모아 직접 아파트 매입에 나서 수익을 창출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리츠·펀드는 끌어모은 투자자금으로 건설사 미분양 주택을 할인 매입해 미분양 주택 건설을 지속시키는 구조다.

▲리츠·펀드를 활용한 투자자 모집 구조(기획재정부 제공). ⓒ프레시안

이 역시 정부 보증이 관여한다. 미분양주택 매입대금은 대한주택보증이 관리하며 역시 건설사가 부도날 경우 분양보증을 제공해 공사완공을 책임지게 된다. 공사가 무사히 완료된다면 대한주택공사가 미분양주택 매각 및 임대에 나서 자금을 회수한다.

만약 투자 기간 동안 미분양 주택이 다 처분되지 못할 경우 대한주택공사가 분양가가 아닌, 할인가로 매입해 투자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수익을 보장해주게 된다. 또 일정액의 주택관리 수수료를 수임해 정부 수입으로 귀속시킨다는 방침이다. 재정투입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와 같은 정부 지원책과 함께 주택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한 유인책도 마련했다.

주택관련 집단대출 보증비율을 현행 90%에서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100%로 확대했다. 집단대출금 전액을 정부가 보증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금융권의 BIS비율 유지부담을 덜어주고 건설사 신용위험도 낮춰 주택금융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내놓은 이유로 "지난해 10.21 대책 발표 당시 공공부문이 미분양주택을 직접 매입하고 미분양펀드를 지원하는 방안도 발표했으나 전반적 수요위축으로 정책효과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본진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정부는 (미분양주택 해소를 위해) 민간부분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나,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에서 민간부분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어 공공부분이 이를 약간 보완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정부는 "준공전 미분양 투자상품의 기본구조와 공공부문 지원유형, 전제조건이 명확히 제시돼 다양한 '준공전 미분양 투자상품'이 시장에 출시될 토대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또 유사 공적자금…공적자금 관리창구 단일화 해야"

정부의 이번 대책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발표한 PPIP와 기본 철학이 유사하다. 정부가 민간자본 유입을 이끌어 고장난 부문(건설부문)을 치유하겠다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의 이름을 따 '가이트너 방안'이라고도 불리는 PPIP는 총 1조 달러에 달하는 부실자산 처리에 공적자금을 토대로 민간자본을 일부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조성되는 민관펀드 규모가 140억 달러일 경우 민간은 10억 달러만 들이면 된다. 120억 달러는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으로 조성한 자금에서 대출받으며 기본자금 중 절반인 10억 달러는 정부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전체 동원자금의 90%는 결국 정부 자금으로 충당하는 셈이다.

펀드가 매입한 자산이 부실을 덜어낼 경우 민간에 이익이 돌아가지만 반대의 경우 손실의 절대다수를 정부가 떠안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위험은 정부가 지고 민간은 이익만 누리는' 위험이 산재해 있다.

▲정부는 30일 '제8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미분양 아파트 해소 대책을 발표했다(기획재정부 제공). ⓒ프레시안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 역시 결과적으로 PPIP와 유사하다. 정부는 각종 신용보증을 제공해 민간 자본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데 유입되도록 했다.

구 국장은 "회사채 발행시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해줄 수 있는 범위는 50~60%에 불과해 PPIP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강조했으나 정부가 '만일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주택금융공사는 건설사가 부도날 경우 신탁회사에 건설사 대신 대위변제해야 한다. 미분양 주택을 처분해서 생긴 수익과 부도채권 회수를 통해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정부는 밝혔으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미분양 주택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경우 정부 부담은 커진다.

분양보증 역시 정부 산하 기관인 대한주택보증이 진다. 결국 위험과 수익이 완전히 분리돼, 정부는 위험만 감수하고 수익은 민간이 누리는 꼴과 마찬가지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미분양 주택 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손실이 발생한다면 결국 정부 예산으로 보증기관의 자본확충을 해야 한다. 국민 세금이 나가게 된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또 다른 유사 공적자금'이나 마찬가지다. 리스크는 재정이 떠안고 이익은 민간자금이 가져가는 꼴로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또 "사실상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의 구조조정기금으로 모든 공적자금 관리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부실기업 자산 매입기능을 여러 군데 분산시키면 효율적 관리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구 국장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극단적인 상황까지만 가지 않는다면 주택금융공사에 손실이 가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상황'은 모든 건설사가 부도나고 이들이 발행한 회사채가 그에 따라 '공중으로 뜬 상태', 곧 유통이 되지 않는 상태라고 구 국장은 덧붙였다.

구 국장은 또 투자자 모집을 위해 정부 보증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용등급이 낮은 건설사가 상당수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어떤 투자자가 BBB 이하 등급 채권에 투자하겠느냐"며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가 시장에서 유통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증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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