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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의 거취? '박연차 리스트'에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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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의 거취? '박연차 리스트'에 물어봐

[김종배의 it] MB에게 '파이터'가 필요할 때는?

이재오는 여권의 2인자인가? 그럼 이상득은? 그는 이재오 뒤에 서는 3인자에 불과한가?

이재오는 제 맘대로 정치 보폭을 정할 수 있나? 그럼 MB는? 그는 이재오에게 백지 위임장을 써준 건가?

놓치지 말자. 이재오 전 의원의 입에 귀를 대고 이재오 전 의원의 스텝에 눈길을 주는 것만이 그의 정치 보폭을 재는 방법이 아니다. 이 문제까지 마저 살펴야 한다.

두 문제에 대한 일반론적인 답은 이미 나와 있다.
▲ ⓒ뉴시스

이재오 전 의원은 여권의 2인자가 아니다. 명실상부한 2인자는 이상득 의원이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재오 전 의원과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수도권 출마자들이 이상득 불출마를 떼로 촉구했다가 무위에 그친 일이 있다. 그 뒤 이재오 전 의원은 쫓기듯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이상득 의원은 '만사형통'이란 신조어의 주인공이 됐다.

이재오 전 의원의 정치 보폭을 규정하는 사람은 MB다. MB가 레임덕에 빠지지 않는 한 이는 부동의 진실이다. 호감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MB가 이재오 전 의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결정적인 변수가 아니다. 중요한 건 MB의 한나라당 관리전략이고 차출전략이다. 그것에 따라 이재오 전 의원의 쓰임새가 달라진다.

부족하다. 이런 일반론만으로는 이재오 전 의원의 앞날을 완벽하게 점칠 수가 없다. 한나라당이 '어제'와는 다른 '내일'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뒤지고 있다. '박연차 리스트'를 수사하면서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도 칼을 들이대고 있다.

기다려야 한다. 한나라당의 '내일', 그리고 그 '내일'에 스며들 MB의 당 관리전략을 알려면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한나라당 의원들 중 누가 '거세'되는지를 알 수 있고, 이명박계 대 박근혜계의 힘의 관계가 어떻게 조정되는지를 살필 수 있고, 이재오 전 의원의 쓰임새를 전망할 수 있다.

일단 이렇게 단서를 단 다음에 경우의 수를 살피자.

이상득 의원이 힘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단지 MB의 형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근혜계와 공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던 MB의 취약한 정치기반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바로 이런 사정이 이상득 의원에게 중재자 또는 관리자의 역할을 부여했고, 이재오 전 의원의 '파이터' 기질을 견제했다.

달라진다. 만에 하나 MB가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매개로 여권의 판을 새로 짜려한다면, 다시 말해 박근혜계에 대한 공세에 나선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중재자' 이상득 의원의 역할은 줄어들고 '파이터' 이재오 전 의원의 역할은 커진다.

동기는 있다. 마냥 박근혜계를 방치하면 어느 순간 무너진다. 내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박근혜계가 독자생존, 그리고 MB와의 차별화에 나서면 한나라당에 대한 통제력은 반감된다. MB입장에선 이런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단속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예단은 하지 말자. 이재오 전 의원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전망은 아직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이런 전망이 완성되려면 나머지 요인을 마저 살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반응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정면반발하는지, 아니면 일단 복지부동하는지에 따라 이재오 전 의원의 쓰임새는 또 다시 달라진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일단 복지부동한다면 굳이 이재오 전 의원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없다. 대등관계에서 종속관계로 박근혜계의 위상을 격하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굳이 퇴로를 막으면서까지 박근혜계의 극심한 반발을 유도할 필요가 없다. 이명박계가 당내 세력기반을 확고히 다지기만 한다면 오히려 이상득 의원을 통해 수직적 공생을 위한 어르기에 나서는 게 생산적이다.

믿을 만한 구석도 있다. 다른 사안이 아니라 비리 사안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자기 계파 의원들이 '검은 돈'을 받은 것에 대해서까지 계파 논리를 앞세워 변호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모른다. 순리와 상식보다 우선하는 게 있다. 바로 생존논리다. 박근혜 전 대표가 수수방관하면 계파의 생존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복지부동이 아니라 분기탱천 모드를 장착할지 모른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의 편파성을 제기하면서, 그리고 수사 배면의 정치성을 비난하면서 전면전을 불사할지 모른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정면반발한다면, MB 공세를 그대로 놔뒀다간 계파의 존속이 어렵다고 판단해 전면전을 불사한다면 '파이터' 이재오 전 의원의 투입은 기정사실이 된다. 공존상태가 깨지고 생존게임이 전면화 되는 것이기에 MB를 대리해 독전을 할 사람이 절실해진다.

이재오 전 의원이 그랬다. '당분간' 현실 정치는 현역 의원들에게 맡긴다고 했다. 이 말이 맞다. '당분간'이다. 이재오 전 의원이 정치적 역할을 하려면, 아니 이재오 전 의원에게 정치적 역할을 맡기려면 '당분간' 기다려야 한다.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끝날 때까지 말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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