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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협상, '진통'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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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최저임금 협상, '진통'의 내막

[최저임금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①]올 최저임금 협의과정

최저임금제는 사회 양극화 해소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지난 1986년 법제화되었지만, 그동안 도입 취지에 걸맞는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9월부터 내년 말일까지 적용되는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4월15일부터 논의를 시작했지만, 최종 결정을 앞두고 노·사는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이번 최저임금 협상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3차례에 걸쳐 짚어보기로 했다. 첫번째로 올해 최저임금 논의가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민주노총의 기고문부터 싣는다.

이어 두번째는 올해 협상에서 가장 쟁점이 되어온 '주 40시간제' 도입과 최저임금과의 관련성을 짚은 글을, 마지막 세번째는 최저임금제의 본연의 도입 취지와 달리 전년도 최저임금보다 얼마를 더 올릴 것인가로 최저임금위 논의가 협소화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 뒤 대안을 제안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글을 실을 예정이다. 편집자 주

***시작부터 긴장됐던 최저임금 논의**

"올해는 공익위원들이 사용자들의 요구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올해 최저임금 교섭 상견례 자리인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4월 15일)가 시작되기 전부터 들었던 생각이다.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필자가 무슨 관심법이라도 있어서 감언이설을 유포하는 게 아니다.

먼저 수백만 비정규,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기준인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주체인 공익위원들이 한해는 노동계 편을, 한해는 재계 편을 드는 해걸이식 결정 관행이 핵심 이유고 다음으로 지난해에 결정된 13.1% 인상율은 노동계 안에 공익위원들이 손을 들어주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대부분 경제학자(경영학자)들인 공익위원들이 경기침체, 수출부진 등 올해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분위기에 많이 좌우된다는 점 등의 근거를 들겠다.

이같은 분위기 탓에 올해는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부터 심상찮게 돌아갔다. 보통 1차 전원회의는 상견례인 만큼 새로 선임된 위원 위촉장 전달, 올해 교섭 일정 등을 잡는 등 덕담이 오가는 자리다. 그러나 노동자 위원들은 처음부터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참여할 수 없었다. 지난 해 최저임금 교섭 때 해결되지 못했던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월정 최저임금 보장 문제를 다시 주장해야 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최저임금 교섭이 끝나자마자 노동부한테 뒤통수를 맞았다. 13.1% 오른 줄 알고 끝났는데 노동부가 주40시간으로 단축하면 4.6% 인상에 불과하다고 널리 알렸다",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인데 최저임금을 시간급으로만 결정할 게 아니라 월급으로도 정하자", "정 안되면 주44시간이 아니라 주40시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정하자"

최저임금 교섭이 진행되면서 노동자 위원들은 이같은 제안을 폭포처럼 쏟아냈다. 공익위원들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최저임금 교섭이 순조롭기 힘들다고 느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결국 주40시간제에 따른 임금저하 문제를 고려해 논의하자고 겨우 의견을 모았다.

***최저임금제는 왜 도입됐고, 중요한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제는 1986년 입법화돼 1988년에서야 처음 시행됐다. 1950년대부터 한국정부는 최저임금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저임금에 근거한 경제성장 구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시기상조론에 밀려 뒤늦게 시행된 것이다. 그동안 "5만원 이하 임금을 일소하겠다"는 식의 특별한 근거도 없는 전시행정만 난무했을 뿐이다.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임금결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하한선을 정함으로써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따라서 노동소득 분배구조 개선 효과를 갖는다. 우리나라에서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최저임금제를 관심 갖게 된 것은 IMF 경제위기 이후다.

비정규 노동자가 급증하고 저임금 노동자가 늘어났지만 11%에 불과한 노조 조직률과 산별교섭이 활성화돼 있는 것도 아니고 기업별 교섭으로는 기업 밖에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개선할 방법이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법정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게 유일한 방도인 셈이다. 양노총의 첫 번째 임금요구가 최저임금 현실화가 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주40시간 도입 변수 고려 없었던 사용자안과 공익위원안**

올해도 최저임금은 노사단체 대표자들과 정부가 선출한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지금까지 최저임금위원회는 1차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생계비전문위원회 두 차례, 임금수준전문위원회 세차례를 진행했고 6개 사업장 현장조사도 다녀왔다. 이어 6월 10일 2차 전원회의, 17일 3차 전원회의에서 본격적으로 교섭이 진행됐다.

생계비전문위원회는 최저임금위원회 사무국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29세 이하 단신가구 노동자 3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생계비조사결과를 심사한다. 최저생계비는 1백13만5천2백34원으로 조사됐다. 노동계는 조사결과에 대해 "조사시점이 지난해 10월이기 때문에 올해 9월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 결정기준으로는 적절치 않다. 올해 경제성장률+물가인상률전망치(7%=4%+3%)를 포함한 것이라야 합당하다"며 최저임금위원회 사무국이 제출한 생계비에 경제성장률+물가인상률전망치를 더해 121만4700원을 제출했다. 재계는 늘 그렇듯이 최저임금은 기업의 지불능력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주장을 토대로 별도의 생계비는 제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올해 재계쪽은 노동계쪽과 공익위원들한테서 "왜 제출하지 않는 거냐. 생계비는 최저임금법상 결정기준이다"라는 문제제기를 들었다.

이어 5월부터 6월초까지 열린 임금수준전문위원회에서는 한국노동연구원이 임금실태 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고하고 노사단체가 각각 제출한 최저임금 요구안에 대해 토론했다. 노동계는 전년도 5인 이상 사업체 상시고용노동자 월통상임금의 50%인 81만5100원(시급기준 3,900원)을 요구했고 재계는 섬유-고무 등 저임-한계업종 노동생산성증가율 3년 평균치인 3.0%를 근거로 주44시간 사업장의 경우 66만1050원(시급 2925원)을 요구했다.

올해 노동계는 "주40시간제가 사업장 규모별로 확대되는데 연월차수당, 생리수당이 사라지면 최저임금이 웬만큼 올라서는 아무런 인상효과를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올해 1/4분기 실질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7%로 하향조정 됐고 작년에 13.1%나 인상돼 기업부담이 가중됐으며 IMF외환위기 이후 체감경기가 최악이다"는 반박논리를 폈다.

6월 10일 2차 전원회의에서도 똑같은 공방이 계속됐다. 공익위원들은 노사단체에 대해 수정안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지만 양쪽 모두 응하지 않았다. 공익위원들은 이에 "6월 17일 3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범위를 제출할 테니 그 범위 안에서 수정안을 제출해 달라"고 최종 요구했다. 예년 같으면 마지막 회의 무렵에 가서야 공익위원의 최저임금 인상범위를 밝혔던 것에 비해 빨리 제출한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어차피 최저임금은 공익위원이 정한 범위 안에서 결정되니 노사단체에 대해 수정안을 내라마라 요구할 것도 없이 알아서 하라는 소리로 들렸다.

***공익위원 재조정안 관심 집중**

6월 17일 열린 3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의 최저임금 인상범위가 발표됐다. 임금인상률 전망치 6.0%, 소득분배율 3% 향상을 감안해 추가로 필요한 임금인상율 6%를 감안해 6-12%가 최저임금 인상범위이나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1년 4개월치인 만큼 1.5%씩 추가해 7.5-13.5%가 인상범위라는 것이다. 공익위원들은 2003년에는 7-15%, 2004년에는 8-13%를 제시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 자리수냐 두 자리수냐로 논의가 집중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이날 한 공익위원은 "9%대나 10%대로 최종 수정안을 내놓는 쪽에 공익위원들이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4개월치 늘어난 것을 고려했다는 점은 인정하나 주40시간제에 따른 임금저하분을 전혀 포함하지 않았다. 월차와 생리수당 사라지면 15% 인상해도 임금삭감이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다음 회의까지 다시 조정안을 내오라"고 격분했다.

재계 역시 "연이어 두 자리수로 인상됐는데 최저선이 7.5%라니. 도대체 어디까지 임금이 올라야 하나. 모두 중국으로 가란 소린가. 공익위원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라고 분개한 모습을 보였다. 공익위원들은 작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이 제출한 인상범위는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밝히면서도 일단 4차 회의까지 새로 조정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응했다. 이날 공익위원들의 최저임금 인상범위를 듣고 실제로 최저임금을 받는 청소용역 노동자 30여명이 회의장 밖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제 남은 회의는 오는 24일, 28일 두 차례뿐이다. 노사단체 관계자 모두 신경은 날이 선 상태다. 노동계로서는 올해 노조 비리, 대의원대회 폭력사태 등 매우 불리한 여건 속에서 최저임금 교섭에 임하고 있고 재계는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올해는 물러설 수 없다'는 태세가 역력해 보인다. 그러나 노동계로서도 물러설 수 없다. 저임금 노동자들을 대표해 나온 자리다. 남은 회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 파행으로 치달을지 공익위원들이 어떤 재조정안을 내놓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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