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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신임 사외이사, 'MB코드'로 대폭 물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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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신임 사외이사, 'MB코드'로 대폭 물갈이

경제개혁연대 "신임 사외이사, 현 정부 관계자 대거 포함"

최근 주요 상장기업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들 가운데 이명박 정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이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영남 출신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 정부를 의식한 사외이사 선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주요 상장기업 사외이사가 대정부 로비 창구로 이용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장사 신임 사외이사 및 후보 10.2%, 현 정부와 밀접한 관계

경제개혁연대가 26일 발표한 "사외이사와 이명박 정권"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사와 금융지주회사, 민영화된 공기업 등 191개 주요 상장기업 가운데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89개 회사에서 147명의 신임 사외이사(후보)를 선임했다.

경제개혁연대가 이들 147명의 경력과 출신지역, 출신대학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행정부 관련인사 3명, △대통령 선거 지원 인사 3명, △대선 이후 취임과정 지원 인사 3명,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적 측근 인사 1명, △한나라당 관련 인사 5명 등 신임사외이사(후보) 147명 가운데 10.2%인 15명이 이명박 정부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인사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장관 후보, 국정원 차장, 청와대 수석이 사외이사로

▲ 이춘호 KT 사외이사. 그는 현 정부 초대 여성부 장관 후보로 내정됐으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관련 의혹이 제기돼 낙마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행정부 관련 인사로 분류된 이춘호 KT 신임 사외이사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첫 조각 때 여성부 장관 후보로 내정됐으나,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부동산 과다 보유 및 투기, 축소신고 의혹이 제기돼 낙마했다.

김회선 두산중공업 사외이사 후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시점인 2008년 3월 10일, 국정원 제2차장으로 발탁됐다. 검찰 출신인 그는 당시 김앤장 고문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2008년 8월11일 "언론관련대책회의"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2009년 2월 말 경질됐다.

이두희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는 부인이 이명박 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경우다.

이 후보의 부인인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됐지만, 논문 표절 논란 등으로 두 달만에 사퇴했다.

이명박 대선 공신들도 사외이사로

▲ 김회선 두산중공업 사외이사 후보..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정원 제2차장을 지냈다. ⓒ연합뉴스
신임 사외이사 및 후보 중에는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지원했던 이들도 여럿 포함돼 있다.

포스코의 신임 사외이사인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2007년 5월 27일 한나라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가 공개했던 분야별 정책자문단 116명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유 교수는 현 정부 출범 후 구성된 '대한민국 건국 60년 기념 사업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김영 신임 사외이사는 부산 문화방송 대표이사를 역임한 인사다.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부산시당 대선 선거대책본부에 고문으로 참여했으며, 같은 해 7월 4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이명박 당시 당내 경선 후보의 부산 선대본부 출범식에서 지지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한나라당 추천으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KT&G의 김원용 신임 사외이사는 대선 캠프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로서 이 당선자에게 선거 전략을 조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대선 기간 가동된 전략홍보기획조정회의(이른바 '7시 회의') 구성원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당선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 인수위에서 쫓겨나서 사외이사로

이명박 대통령 취임과정에서 지원했던 인사들도 있다. KT의 허증수 신임 사외이사는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쟁력 강화 특별 위원회 기후변화·에너지변화 TF팀장으로 활동했다. 현재 경북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인수위 활동 당시 인천시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나 중간에 사퇴하기도 했다.

포스코의 신임 사외이사인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사장급)은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1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었다.

LG전자의 김상희 신임 사외이사(변호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07년 12월 28일 '이명박 특검법'과 관련해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의 변호인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 당시 법무행정 분과 간사로 내정으나 삼성그룹 로비의혹과 관련된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득 사위, 전직 한나라당 의원, 한나라당 지구당 위원장…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으로 분류된 이들도 있다. 현대제철의 사외이사 후보인 오정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큰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사위다. 그는 1970년생(39세)으로 함께 선임된 다른 이사후보들에 비해 20년 가까운 연령 차이가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나라당 관련 인사도 있다. SK에너지의 이훈규 신임 사외이사는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충남 아산에서 현역 의원이던 이진구 의원을 제치고 한나라당 후보공천을 받아 충남 아산에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그는 현재 충남 아산시 한나라당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LG전자의 이규민 신임 사외이사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다. 그는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한나라당 소속 후보로 인천서구 강화군을 지역에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그는 현재 해당 지역 한나라당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제일모직의 강혜련 신임 사외이사는 17대 국회의원 선거와 18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에 외부 인사로 참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18대 공천 심사 당시 친이명박계로 분류됐던 인사다. 그는 현 정부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한통운의 김기춘 신임 사외이사는 한나라당 소속 17대 국회의원이었다. 대한전선 그룹 계열사인 알덱스의 박재홍 신임사외이사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조카로 제11,12,13,14대(민정당, 민자당)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한나라당 구미갑 지구당 위원장이었다.

"정부와 가까울수록 'MB맨' 사외이사도 많아"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보고서에서 정부의 영향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큰 기업들에서 이명박 정부와 관련 있는 사외이사가 선임된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민영화된 공기업의 경우, 이런 인사들이 포스코, KT, KT&G 세 회사에서 모두 한명 이상이 선임됐다. 그리고 시중은행의 지주회사 가운데 2008년 9월30일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72.97%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에서도 이런 인사가 선임됐다. 또, 한국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가 각각 31.26%와 19.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등에서도 이런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경제개혁연대는 설명했다.

영남과 'SKY'출신이 다수

신임 사외이사들의 출신 지역에서도 '이명박 코드'는 두드러졌다. 출생지가 확인되는 사외이사(후보) 97명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출신 26명, 부산·울산·경남 출신 22명 등 영남지역 출신 인사가 절반 가량인 4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49명 가운데서는 서울 출신이 20명이었다. 광주, 대전, 전라남북도, 충청남북도, 강원도, 제주도 등에서 태어난 경우를 모두 합쳐도 29명에 불과했다.

출신 대학 편중 현상도 심했다. 출신 대학이 확인된 132명 중 서울대 출신이 64명(48.48%)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 출신이 18명(13.6%), 연세대 출신이 11명(8.3%) 등으로 뒤를 이었다. 이른바 'SKY'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70%가 넘는 셈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상장회사 사외이사직이 경영진의 전횡을 감시하고, 회사와 주주전체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인사로 구성돼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본래 취지가 충분히 달성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사외이사직을 단지 형식적 요건으로 생각하는 기업의 인식과 관행에 변화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 도입 12년째, 여전히 정권 로비 창구에 머물러"

또, 주요 상장회사의 신임사외이사(후보)들 중에서 이명박 정부와 관계 있는 인사가 전체의 10%를 상회한다는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된지 12년째가 되었지만, 기업들이 여전히 사외이사직을 제도의 취지와 달리 정치권력과 관계를 맺거나 영향을 주고받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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