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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저임 노동자 비명 안들리나"

[기고] 최저임금 결정에 임박하여

오는 28일이면 올해 9월부터 내년 말일까지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결정 과정에 개입해 노동자의 최소한의 삶의 안정을 보장해주기 위한 대표적 사회정책으로 지난 1986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는 도입 취지와 달리 실제 사회안전망으로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돼 왔다.

특히 올해 최저임금 협상에는 9월부터 3백인 이상 사업장에 도입되는 주40시간제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더욱 노사간 갈등이 첨예한 상태다. 주40시간제 도입은 곧 연월차 수당 폐지, 생리휴가 무급화를 의미하는 만큼,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 소득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계는 주40시간제 도입을 감안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한편, 재계는 기업 부담을 이유로 들어 거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이 "최저임금위원회, 저임금 노동자의 아우성이 들리는가"란 제하의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 위원장은 사회양극화 해소의 유효한 해법으로서의 최저임금제의 역할를 강조하는 한편,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주장했다. 편집자 주

***"못살겠다는 국민의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가?"**

누구나 사회양극화에 따른 빈곤의 확산이 문제라고 말한다. 그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 굳이 날로 커지고 있는 지니계수나 해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노동소득분배율 등 통계 수치를 빌고 싶진 않다. 가족 중에 비정규직이 없는 경우가 없고 일가친척 중에 신용불량자, 청년실업자,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이를 발견하기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민들의 입에서 못살겠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음은 눈과 귀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시장의 힘에 맡겨야 한다' IMF 이후 한국사회에 거역할 수 없는 신화처럼 등장한 말이다. 그 결과 불과 몇 년 만에 국민의 다수인 노동자, 그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 노동자들로 채워졌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벌써 10년인데 그 OECD 개념으로 저임금 노동자(상용직 풀타임 중위임금의 2/3 이하), 다시 말해 한달에 1백20만원 이하를 받는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에 이른다. 값싼 노동력이 사방에 널려 있으니 정말 시장 지상주의자에게는 천국이 따로 없는 셈이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말한 바 있다. 무기력하다. 빈곤을 줄이거나 그 속도를 늦추기 위한 대책은 필연적으로 시장의 자유로운 활동과 충돌하기 마련이다. 근대 이후 시장실패로 인한 대책을 내놓는 게 정부가 존재하는 하나의 이유였다. 가난한 노동자들을 살찌울 수 있는 무슨 특별난 대책을 당장 내놓으라는 우김질이 아니다. 있는 제도라도 제대로 운영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바로 여기에 '최저임금제'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최저임금제,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대표적 사회정책**

우리는 IMF 경제위기 이후 노동자들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책으로 최저임금제에 주목해 왔다. 최저임금제는 일찍이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결정 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하한선'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대표적인 사회정책이다. 최저임금제는 보통 저임금 일소, 임금격차 해소, 노동소득불평등 완화, 소득분배구조 개선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갖는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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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의 최저임금제는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노동복지수석이 평가했던 것처럼 그 수준이 형편없이 낮아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운영돼 왔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수준이 5인 이상 사업체 상시고용노동자 월 통상임금의 1/3 수준에서 맴돌았고 적용대상 제한이라는 문제점을 노정했다.

물론 최저임금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오랜 노력으로 지난 5월 초 최저임금법이 개정돼 일부 개선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저임금 노동자의 기준은 무엇인지, 최저임금제로 저임금 노동자를 얼마나 보호할 것인지에 관한 사회적 논의는 만들지 못했다.

올해 9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오는 6월 28일 결정될 예정이다.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1백25만명의 노동자와 그 언저리에 있는 수백만 노동자의 임금수준이 결정될 날이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수 천 명의 노동자들이 논현동 최저임금위원회 건물을 둘러싸고 밤샘투쟁을 벌일 것이다. 빈곤이 확대됨에 따라 분배를 요구하는 함성은 커지기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1988년 처음 시행된 이래 최저임금은 정부가 선출한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결정해 왔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범위에 노사단체 각각 최종요구안을 제출하면 공익위원들이 어느 한 편을 손들어주는 식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공익위원들은 한 해는 노동계 쪽에, 다음 해는 재계 쪽에 찬성표를 던져왔다. 공익위원들의 이런 행태는 최저임금의 사회적 역할을 살리기는커녕 중소기업 임금교섭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주40시간 도입 외면한 최저임금위원회 논의**

이와 별개로 최근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다고는 주장이 간간히 제기되고 있다. 잇달아 두자리수로 올랐다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의 삶의 질 개선'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됐던 주40시간제 시행으로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거의 볼 수 없다고 한숨짓고 있다.

올해는 300인 이상 사업체, 내년은 100인 이상 사업체에 주40시간제가 확대되는데 사업주들은 노동시간을 줄여 한달에 64만원을 받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연월차수당과 생리수당을 없애겠다고 한다. 몸이 아파도 병원비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최저임금 노동자들한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최저임금이 최대임금이자 유일한 생계수단인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언제까지 모른 척 할 텐가. 최저임금위원회는 분명히 대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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