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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보다 더 위험한 '교수'들을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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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보다 더 위험한 '교수'들을 경계하라"

[홍성태의 '세상 읽기'] '엉터리 보고서'를 처벌하라

어제(3월 25일)는 '한반도 대운하 반대 전국교수모임'이 발족한 지 만 1년이 되는 날이었다. 2008년 3월 25일 전국에서 2466명의 교수들이 참여해서 '한반도 대운하 반대 전국교수모임'이 발족했다. 토목학, 수문학, 생태학, 교통학, 물류학, 경제학, 사회학, 역사학 등 각 분야의 교수들이 각자의 지식과 양심을 걸고 '한반도 대운하'라는 망국의 사업을 막기 위해 결성한 이 모임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해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밝히자고 제안했으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 당연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반도 대운하 반대 전국교수모임'의 당연한 제안에 대해 참으로 황당하게도 추부길 같은 자가 비전문가들의 정치적 반대라며 이 모임을 모욕하고 나섰다. 엊그제 뇌물수수로 구속된 추부길이 부디 감옥에서 깊이 반성하고 새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추부길 같은 자들보다 더욱 더 깊이 반성해야 하고 시민들의 감시를 받아야 할 자들이 있다.

바로 '엉터리 보고서'를 생산하는 전문가들이다. 이 자들은 그것이 정부이건 기업이건 발주자가 원하는 대로 수치를 조작해서 '엉터리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마치 마이다스이기라도 한 것처럼 '쪽박' 사업을 '대박' 사업으로 바꿔 놓는다. 이들이야말로 재정 탕진과 국토 파괴의 드러나지 않는 주범이다.

이와 관련해서 어제도 큰 논란이 벌어졌다. 잠실에 제2롯데월드를 짓겠다는 롯데재벌의 요구를 사실상 승인하는 보고서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900만 원을 받고 불과 15일만에 작성되었다는 이 보고서의 내용은 그 동안의 논란을 잠재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체로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온갖 의문과 의혹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논박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제2롯데월드를 허가하고는 이것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문가 보고서'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거의 일상사가 되어 버린 이 참담한 작태가 새삼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제2롯데월드가 안보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는 잠실 롯데월드 옆에 112층으로 지어질 것이다. 그 높이는 무려 555미터(m)에 이른다. 이것만으로도 커다란 생태적, 문화적, 경제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제2롯데월드는 여기에 덧붙여 극히 심각한 안보적 문제마저 안고 있다. 인근에 서울공항(성남공항)이 있기 때문이다. 어제 발표된 보고서는 서울공항 인근에 무려 555미터의 장애물이 들어서는 것인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짓고 있다. 그야말로 서천의 소가 웃을 일이 아닌가? 이륙하자마자 초음속으로 내달릴 비행기가 바로 뜨고 내리는 비행장 바로 옆에 무려 555미터의 초고층 장애물이 들어서는데 어떻게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는가? 그 보고서가 과연 올바로 작성된 것인가?

제2롯데월드가 지어지면 서울공항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서울공항에서 출격한 초음속 전투기가 제2롯데월드와 충돌하거나 제2롯데월드 때문에 급선회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군은 계속 제2롯데월드에 반대했던 것이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군의 판단에 따라 제2롯데월드를 불허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모든 상황이 일거에 변하고 말았다. 군이 갑자기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며 찬성하고 나섰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다수도 찬성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도대체 지난 15년 동안 반대했던 것은 어떤 연유에서인가? 갑자기 안보적 문제가 사라졌는가? 서울공항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것인가?

제2롯데월드는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녕 안보를 걱정하는 자라면 누구라도 이에 대해 깊은 우려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폭력을 써서라도 '애국'하겠다며 어제 발족한 '애국기동대'는 당장 롯데로 달려가서 사태의 전말을 모조리 밝히라고 요구해야 그 '충정'이 조금이라도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제2롯데월드만큼이나 '제2롯데월드 보고서'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현대 사회는 수많은 위험을 생산하는 '위험사회'이고, 오늘날 이것에 대처하는 것이 전문가의 가장 근본적 임무가 되었으며, 각종 '전문가 보고서'는 전문가가 이 임무를 수행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만일 '전문가 보고서'가 사실은 전문가를 내세운 '엉터리 보고서'라면, 그만큼 그 사회는 더욱 더 크고 많은 위험의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여기서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를 다시금 떠올려야 한다. 삼풍백화점은 당시 서울의 유일한 '명풍' 백화점이었다. 그 붕괴로 부자들과 고위직도 목숨을 잃거나 가족을 잃었다. 위험은 눈을 갖고 있지 않다. 불도저 식으로 위험을 강행하면 부자도 고위직도 피해자가 되고 만다. 자기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엉터리 보고서'에 기대어 막대한 위험을 안고 있는 사업을 강행하는 부자들과 관료들과 정치인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들 자신과 그들의 가족들도 그들이 강행하는 위험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그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치러야 하는 당연한 대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가의 안녕이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전문가는 자기의 지식으로 세상에 이바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 나라에는 엉터리 전문가가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정치 교수'가 문제라지만 내가 보기에는 '업자 교수'가 더 문제이다. '업자 교수'는 돈을 받고 발주자의 입맛에 맞춰 '엉터리 보고서'를 쓰는 자들이다. '업자 교수'는 물론 '정치 교수'를 지향한다. '엉터리 보고서'를 열심히 써서 돈을 벌뿐만 아니라 정치인이나 관료가 되어 나라를 말아먹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제2롯데월드를 둘러싸고 다시 비슷한 논란이 빚어질 판이지만 이미 저 악명높은 평화의 댐 건설을 필두로 새만금 개발, 시화호 개발, 청계천 개발, 한탄강댐 건설, 경인운하 건설, 한반도 대운하 건설 등 그야말로 모든 개발과 건설에서 '엉터리 보고서'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재정 탕진과 국토 파괴의 드러나지 않은 주범인 '엉터리 보고서 전문가' 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위험사회'론을 제창해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독일의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은 현대 사회에서는 전문가가 옛날의 영주나 성직자와 같은 지위를 차지하고 자기들만의 체계를 형성해서 위험을 생산하고 확산한다고 비판한다. 그는 현대 사회의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보다도 전문가에게 더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신의 영달을 위해 지식을 왜곡하고 판매하는 '업자 교수'가 없다면, 오늘날 정치인은 아주 무력한 존재일 것이다. 아마도 사전영향평가제도와 직결된 경제학, 생태학, 토목학, 문화재학은 문제가 특히 심한 4대 분과일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의 총애을 받아서 최근 미래기획위원장으로 임명된 곽승준 고려대 교수. 그는 경인운하를 포함한 한반도 대운하가 "경제성이 있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다. 만약 사후에 "경제성이 없다"고 판명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연합뉴스

여기서 각종 사전영향평가제도라는 좋은 제도의 악용이라는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좋은 제도가 나쁜 정치인과 관료와 교수에 의해 적극 악용되는 것이다. 학문의 면에서 가장 나쁜 자는 물론 학문의 이름으로 학문을 타락시키는 교수이다. 이와 관련해서 경인운하와 한반도 대운하를 둘러싸고 나타났던 심각한 대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서 다시금 장관급 위원장에 발탁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이번 학기에 한양대에서 서울대로 옮긴 홍종호 교수 사이의 '한반도 대운하 경제성 논란', 경인운하의 경제성을 주장한 정부 보고서의 작성자와 그것을 반박한 홍종호 교수·임석민 교수 사이의 '경인운하 경제성 논란'이 그것이다.

곽승준 위원장과 홍종호 교수 중의 한 명은 분명히 틀렸으며 심지어 거짓말을 했다. 다시금 경제성 문제가 밝혀졌으나 어제부터 강행된 경인운하를 둘러싼 대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 쪽은 분명히 틀렸으며 심지어 거짓말을 했다. 다시 말해서 한쪽은 반드시 더 이상 학자로서 행세해서는 안 된다. 학자로서 행세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교단에 서거나 국가의 일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 나라와 학문의 진정한 선진화를 위해 양쪽이 방송에 나와서 국민 앞에서 철저히 토론하고 검증받도록 하자. 만일 이렇게 해서 잘잘못을 명확히 가린다면, '엉터리 보고서'의 문제는 사뭇 줄어들 것이다.

물론 '엉터리 보고서'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치가 더 필요하다. '엉터리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에게 재정 탕진과 국토 파괴를 초래한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다. 수천억 원이나 수십조 원의 재정을 소모하고 수십만 명이나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한 전문가가 계속 학자로서 행세하고 호의호식한다면, 그 사회에 과연 신뢰가 있을 수 있겠는가? '엉터리 보고서'는 사회를 근원에서 파괴하는 위험천만한 독극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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