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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그룹 '조급증'이 일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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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386 그룹 '조급증'이 일을 키우고 있다"

[전망] '鄭-丁갈등' 배경, 386 세력도 시험대에

'386세대.' 16대 국회 이래,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래, 민주당의 한 세력을 지칭하는 이 말은 숱한 변곡점을 찍었다. '개혁과 열정의 젊은 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정치권에 무리지어 입성한 이들은 지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거치며 '10년 정권 몰락'의 주역처럼 비난의 타깃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그래서 숨 죽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제는 재선, 3선의 중진급이 된 이들이 과거에 대한 반성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내느냐가 민주당 부활의 핵심이기에, 절치부심과 와신상담의 기간이 꽤나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난해 총선 직후 많았다.

그런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숫적으로는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18대 국회 진입에 성공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들은 민주당 당권 접수로부터 활동을 개시했다.

지난 대선에선 손학규 전 대표를 지지하며 '탈호남-탈이념'으로 민주당의 방향 전환을 꾀했으나 정동영 전 장관에게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함으로써 '주류 등극'에 실패했던 이들이 정동영계-김근태계 등의 붕괴를 틈타 정세균 체제 구축에 성공함으로써 단기간에 민주당의 권력지도를 바꾸어 놓은 것이다. 정세균 체제의 주축은 바로 386 세력이다.

송영길 최고위원, 최재성 전 대변인, 강기정 대표 비서실장, 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 조정식 원내대변인 등은 당의 핵심부를 장악한 면면들이다.

정동영 전 장관의 4월 재보선 출마를 통한 정치 복귀에 386 세력이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지난 대선 후 약 1년여 사이에 구축해 놓은 '386 기득권'과의 마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재성 의원 등 소수가 정 전 장관을 비판하는 '저격수' 역할을 담당해 온 것과 달리 20일 우상호, 정봉주, 임종석, 오영식 등 지역위원장들까지 성명을 내 집단반발함으로써 '정동영-정세균 전쟁'은 '정동영-386 전쟁'으로 확산됐다.

386 의원 보좌관 출신의 한 인사는 "정 대표와 386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한 몸으로 묶여 있지만 정세균 체제를 이후에는 본인들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데 정동영 전 장관은 걸림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와 같이 전개되자 민주당의 한 핵심인사는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했고, 한 초선의원은 "이번 논란으로 비로소 민주당 내 세력의 역학 구도를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곧 이번 민주당 공천 갈등을 '386 세력'의 궤적과 떼어 볼 수 없음을 의미한다. 구민주당계, 민주연합계 비주류 등이 물과 기름처럼 섞여 있는 '무지개 정당' 민주당에서 386이 패권 새력으로 향후에도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느냐가 걸린 문제라는 뜻이다.

▲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소속 386세대 초.재선 의원 모임인 '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 소속 의원들이 미국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에 반대하는 대미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정동영도 잘못했지만 당권파도 너무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전략공천 결정은 정세균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할 때는 반드시 원내로 진입시켜야 할 유력 인물이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인물도 없이 전략공천부터 선언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막말로 얘기해서 정 전 장관에게 전주 덕진 공천을 주더라도 정세균 손으로 직접 주겠다고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386 강경파들이 정 전 장관을 굴복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386 세력이 정 전 장관에게 사실상의 전면전을 선포한 근거는 정 전 장관의 '자충수'가 제공했다. 한 당직자는 "386들이 욕 먹을 줄 뻔히 알면서도 정동영 누르기에 자신감을 보이는 데에는 결국 정 전 장관의 궁색한 정치재개 욕심이 빌미를 제공했다"고 했다. 구 정치인의 명분부족한 정치 복귀가 오히려 386 세력의 당 주도권 장악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것이다.

386 그룹의 움직임에 다른 비주류 진영이 상황을 관망하며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는 것도 정 전 장관의 섣부른 정치 욕심을 부정하기 어렵고, '정세균-386 당권파'의 위세를 인정 할 수밖에 없어서다. 구 민주계의 한 인사는 "정세균 체제가 초반 위기를 겪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 입법전쟁을 거쳐 오며 현재로서는 흔들 명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에 공천권 무력시위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또한 섣불리 이 문제에 입장을 개진할 경우 어느 한 쪽으로부터 '찍히는' 결과를 얻게 될 수 있다는 점도 관망파를 늘리는 이유다. 한 비례대표 초선의원은 "요즘 여기저기에서 자기들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함께 하자는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말 한 마디 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밑에선 386 의원들이 정 전 장관에게 대한 태도에 대해 '지나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박지원 의원은 "둘 다 성급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의 출마 선언도 성급했지만, 정 전 장관이 귀국 하기도 전에 전주 덕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전해 정 전 장관을 배제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 지도부의 결정도 성급했다는 것이다.

한 최고위원은 "정 전 장관이 미국에 있었지만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서로가 그런 노력을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원인의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수차례의 분당과 합당을 겪어서인지 무너진 당 내 신뢰가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386 의원 보좌관 출신의 한 인사는 이번 논란에 대해 "386 야심가들의 욕심과 조급증 때문에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로도 못 막을 일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박영선 의원이 "어떤 개인적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든가 혹은 특정인을 공천에서 배제함으로서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정세균-386은 무사할까?

이종걸 의원 등은 정 전 장관이 공천에 배제될 경우 '분당' 가능성까지 언급했으나, 이 문제가 그정도로 확산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당권파가 '정동영 배제'에 성공한다고 해도 이는 조만간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점엔 이견이 별로 없다.

정 전 장관이 불출마로 'U턴'하거나, 인천 부평을 출마로 방향을 튼다면 당권파의 완승으로 끝나겠지만, 만약 무소속으로 전주 덕진 출마를 강행한다면 당권파도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정동영은 무소속으로 나와도 당선 되는 것 아니냐. 정당의 지도부가 선거에서 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필패카드를 뽑아든다면 그게 제대로 된 당 운영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지역 재보선 결과가 신통치 않고, 전주 덕진마저 '무소속 정동영'에게 패할 경우 당권파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다.

이에 따라 당권파의 강경한 태도에 대한 불만이 재보선을 거치며 폭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세균 체제 이후 이명박 정부의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15% 안팎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당권파도 모든 것을 '정동영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또한 386세력에 대한 불만은 극단적인 계파갈등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386 세력의 좌표인 '탈호남-탈이념'은 곧 호남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구민주당계와 '개혁'의 가치를 고수하는 개혁파로부터 협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386 세력에게는 "기회주의적인 처신을 해왔다"는 그간의 비판이 여전히 살아있다. 386 의원 보좌관 출신 인사는 "386 정치인들이 그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내세워 정치개혁을 외치며 정치권에 안착했지만, 결국 노 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구태정치 시스템에 익숙해져버린 것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며 "비전이나 콘텐츠를 갈고 닦아 큰 결을 보이지 못하고 정치공학적인 수 싸움에만 능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동영 공천 논란은 정 전 장관이 귀국하는 22일을 기점으로 분란 폭발이냐 봉합이냐가 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원내대표 경선 등 주류 386과 비주류 간의 경쟁과 갈등이 예정돼 있고, 4월 국회의 성적표와 재보선 결과 등이 변수로 남아 있어 정세균 체제와 386 당권파들의 운명도 이에 연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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