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기업 모두 자산은 줄고 빚은 크게 늘었다. 주가 하락 및 환율 상승이 주요 이유다. 이에 따라 개인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0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부채 상환 능력이 크게 악화됐다는 뜻이다. 개인 자산 가치 하락 역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개인 빚 갚을 능력, 선진국에 비해 훨씬 취약하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자금순환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의 금융부채 잔액은 총 802조 원이다. 한 해 전보다 59조 원 늘어난 규모다. 이에 대해 한은은 신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늘면서 부채도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인당 금융부채는 1650만 원으로 전년의 1533만 원보다 117만원 늘었다. 1인당 금융부채는 지난 2002년 1042만 원으로 1000만 원대로 올라선 후 2004년 1129만 원, 2005년 1249만 원, 2006년 1387만 원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개인의 금융자산 총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1677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조4000억 원 줄었다. 주가 급락으로 보유한 주식 및 수익증권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인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에서 15.0%로 줄었고, 예금 비중은 41.0%에서 46.0%로 늘었다.
개인 금융자산 가치가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2년 말 이후 처음이다.
개인의 금융자산을 금융부채로 나눈,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2.31배에서 2.09배로 떨어졌다. 이전에는 개인의 금융부채에 2.31을 곱해야 자산이 됐는데, 지난해에는 2.09를 곱해야 자산이 된다는 것.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을 팔아 금융부채를 갚을 능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 비율은 미국(2.86배)이나 일본(4.37배)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 비율 역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최저 수치다.
기업 금융 자산, 30조 원 이상 감소
이와 함께 기업 부채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환율 급등 탓이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의 금융부채는 1154조 9000억 원으로 1년 동안 208조 2000억 원 급증했다. 이 가운데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부채 증가 등 비거래요인에 의한 증가분이 44조 3000억 원에 달했다.
반면 기업의 금융자산은 844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조 원 이상 감소했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기업의 부채상환 능력은 자산이 아닌 자본을 기준으로 봐야 하므로, 금융자산이 줄고 금융부채가 늘었다고 해서 상환능력이 악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지난해 환율 급등으로 금융부채 증가폭이 컸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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