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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의 '스트레스 테스트'에 열받은 국내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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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의 '스트레스 테스트'에 열받은 국내 은행

"한국 은행들, 42조 신규 부실 예상"…은행연합회, 소송 검토

영국계 신용평가업체 피치가 내놓은 보고서가 13일 한국 금융계를 뒤흔들었다. 피치는 지난 12일 밤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스트레스 테스트' 보고서에서 한국 은행들의 신규 손실 규모를 42조 원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국내 18개 은행의 건전성 악화 예상치를 전부 공개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성장률과 환율, 금리, 물가 등 주요 변수를 시나리오 별로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은행의 부실 발생 규모와 자본 적정성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은행연합회 "악의적 보고서 낸 피치 상대로 소송 검토"

보고서가 나온 뒤인 13일 오전,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여건이 전반적으로 안 좋은 상황에서 굳이 한국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만 발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국계 언론인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집중 부각한 데 이어 영국계 신용평가사가 한국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 보고서를 이례적으로 공개하자 국내 금융계에서는 "또 영국계냐"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 역시 이날 긴급기자간담회를 열어 "피치 측이 불확실한 가정을 사용하여 부정적인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데에 대해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하는 동시에, 향후 소송 등 법률적인 대응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 회장은 "피치의 일방적이고 부정확한 평가로 인해 국가의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고 2008년 12월말 현재 평균 BIS자기자본비율이 12.2%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국내은행의 신인도에 손상을 줄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피치 측이 반드시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치, 18개 국내 은행 단순자기자본 비율 하락 예상치 공개

피치는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들의 단순자기자본(TCE)비율이 지난해 6월 말 6.4%에서 내년 말에 4.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와 함께 국내 18개 은행의 2010년 말 단순자기자본 비율 예상치를 전부 공개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6.7%인 국민은행의 단순자기자본 비율이 2010년 말에는 4.4%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고 신한은행은 3.9%, 우리은행은 2.9%, 하나은행은 4.6%, 기업은행은 3.5%, 외환은행은 5.1%로 하락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SC제일은행은 4.5%, 부산은행은 4.3%, 대구은행은 3.7%, 경남은행은 3.5%, 광주은행은 3.7%, 전북은행은 3.0%, 제주은행은 3.8%, 산업은행은 5.5%, 수출입은행은 12.1%, 농협은1.2%, 수협은 1.8% 등으로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은행들이 입을 신규 손실 총액이 약 42조 원이라는 게 피치의 전망이다.

"더 부실한 영미권 은행은 놔두고 왜 우리만…"

이런 보고서 내용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다. 피치가 아시아권 국가를 상대로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보고서를 발표한 적은 있어도, 영국과 미국 은행에 대한 평가 결과를 공개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피치가 이번 조사에서 활용한 단순자기자본 비율 지표에 비춰본 외국 선진 은행의 부실 정도는 한국보다 더 심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씨티은행의 단순자기자본비율은 1.5%, BOA는 2.8%, UBS는 1.1%, 도이치뱅크는 1.2%다. 국내 주요 은행의 단순자기자본비율이 피치의 전망대로 떨어져도, 이들 외국 은행보다는 높은 편이다. 따라서 피치가 적용한 기준을 외국 유명은행에 똑같이 들이댄다면, 국내 은행에 대한 전망치보다 더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리고 '스트레스 테스트'는 피치의 본업인 신용등급 평가에 비해, 수행기관의 주관적 판단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어떤 가정에 따라 분석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런 조사 결과를 금융기관 내부 참고용에 그치지 않고,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은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가장 보수적인 예측일 뿐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역시 잘못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피치가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주요 지표로 활용한 단순자기자본 비율은 은행의 자본적정성을 측정하는 여러 방식 중 가장 보수적인 기준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역시 지난 2003년부터 TCE비율을 은행 자본적정성의 핵심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처럼 국제 금융환경이 한치 앞을 내다 보기 힘들 때는, 이런 보수적인 지표가 유용하다는 목소리다. 또 극단적인 위기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 역시 한국 경제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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