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소위 '수퍼 추경' 밀어붙이기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박희태 대표는 11일 기자간담회와 상임고문단 오찬 간담회에서 잇달아 "전례 없는 대규모 추경을 국민 앞에 곧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자체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30조원 내의 추경은 적정하거나 오히려 적은 것 같다는 여론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안경률 사무총장도 이날 조찬 강연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추경에서 과감하게 돈을 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청와대와의 교감한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청와대와의 핫라인으로 통하는 안 사무총장은 지난달 24일 30조원 이상의 "획기적 추경"을 처음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추경을 '일자리 추경'으로 명명, "20만 정도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이라며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대론이 강한 토목 사업 관련 추경 역시 "일자리와 직결되는 동네 경기 활성화 예산"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감당 가능한 추경 규모는 10조~15조원 선이라는 조세연구원 등의 추정에도 불구하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가능한 빠른 시기에 추경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채찍을 가해 대규모 추경 편성에 대한 당정의 공감대는 이뤄져 있다.
다만 정부가 추경 규모나 용처 등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4월 국회를 앞두고 '총대'를 메고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재정적자, 대외신인도 하락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급한 불부터 끄자'는 논리로 덮어놨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조차 추경의 '쓰임새'에 대해선 의견이 중구난방이다. 4대강 살리기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과학기술 분야 투자, 사회안전망 재원과 보육분야 관련 예산 확보 등으로 강조점이 저마다 다르다.
이처럼 추경 용처도 정하지 않고 규모부터 눈덩이처럼 부풀려가는 수순을 밟자 민주당 등 야당은 비판적인 입장이다. 노영민 대변인은 "토목 건설위주의 삽질경제를 녹색성장으로 포장하는 MB정부이고 보면 일자리 추경의 원칙이 현실에서는 4대강 공사현장에 투입되는 예산으로 둔갑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국채에 의존해 30조원 이상으로 추경을 편성할 경우 국채 발행이 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국채 소화가 어려울 경우에는 한국은행의 발권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인플레이션이 뒤따를 것"이라고 노 대변인은 우려했다. 한국은행이 국채를 소화하기 위해 새로 돈을 찍어내면 이는 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또한 국채 공급과잉으로 발행 금리가 높아지면 시장금리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효과가 없어지는 모순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전날 "국채 발행에 의존한 추경은 재정 건전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으며 빚에 의존해 책임을 후손에게 떠넘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30조원의 국채발행의 근거가 무엇인지, GDP 성장률을 얼마로 계산한 것인지, 세수 결함을 얼마로 계산한 것인지에 대해 정부여당이 대답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또한 추경을 편성하려면 지난해 통과된 감세 관련 법안을 재개정하거나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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