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주노동자 노조 설립 놓고 노-정 대립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주노동자 노조 설립 놓고 노-정 대립

정부 "불법체류자 노조 가입권 불허"에 노동계 반발

지난 3일 노동부는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 설립 신고서를 반려했다. 노조 조합원 중 상당수가 미등록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주노조를 비롯 노동·인권 시민사회단체들은 미등록이주노동자가 2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들을 법의 사각지대에 놔둘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며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이 심각한 위기라는 것은 정부나 노동계나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고, 노동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노동조합 설립은 과연 불법체류노동자에게는 불가능한 것인가?

***노동부, 이주노동자 노조 설립 신고 반려**

노동부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경기·인천 인주노동자노조' 설립신고서 반려 이유를 밝혔다. 노동부는 ▲(노조가) 보완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불법체류자가 노조의 주된 구성원이라는 점을 반려 핵심이유로 들었다.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는 지난달 3일 설립신고서가 접수되자 조합원이 소속된 사업장별 명칭과 조합원수·대표자의 성명, 노조 임원 및 소속 조합원의 취업자격 유무 확인을 위한 자료 등을 포함한 보완자료를 요청했다. 이에 노조는 조합원의 명단과 임원·조합원이 소속된 사업장 명칭을 제외한 보완자료를 제출했다.

김혁 민주노총 비정규실 국장은 조합원 명단과 소속 사업장 명칭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는 즉시 이들에 대한 정부와 사측의 탄압이 진행될 것"이라며 "소속 조합원의 신분 보호를 위해 명단 비공개는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노동부가 조합원 명단을 요구한 것은 사실상 이주노동자 노조 와해를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부, "현행법은 불법체류자에게 노조가입권 부여하지 않는다"**

노동부는 보완자료 요청한 배경에 대해 이주노조 소속 조합원의 합법체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노동부 노동조합과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현행법상 불법체류자에게는 노조 가입자격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며 "국제기준도 불법체류자에 대해 임금 등 과거의 고용에서 발생한 권리는 보장하지만, 노조가입권은 보장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주 노조에 보완자료를 요청한 것도 조합원들이 노조가입이 가능한 합법체류자 신분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노동부에 따르면, 현행 노동관계법은 합법체류자의 경우 노동권에 관한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지만, 불법체류자의 경우 취업자체가 불법인 만큼 노동부가 이들에 대한 노동기본권을 보호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노동부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995년 판례(사건번호 94누12067)에서 보듯, "불법취업의 경우 당사자는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상대방에 대해 장래에 향하여 근로계약상의 의무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요컨대 노동부는 이주노조 구성원 상당수가 현행법상 노조가입이 불가능한 불법체류자라는 판단에 근거해 노조설립신고를 반려했다는 것이다.

***노동계, "불법체류자 양산은 정부정책 실패 때문"**

하지만 민주노총 등 노동·인권관련 단체들은 이런 노동부 주장에 대해 형식논리에 매몰돼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의 근저에는 불법체류자가 20만명에 달하는 현실이 존재한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불법체류 단속이 시작되던 2003년 말경 13만6천명이던 불법체류자가 올해 4월 18만8천명으로 늘어나더니 오는 8월경에는 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즉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50만명의 이주노동자 중 절반이상이 조만간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예정인 셈이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불법체류자 상당수는 불합리한 외국인 인력 관리제도에서 비롯됐다"며 "더구나 고용허가제 시행을 위한 강력한 불법체류 단속 이후에도 줄지 않는 불법체류자 수는 정부 정책이 완전한 실패임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불법체류자들은 현재도 근로관계를 존속하고 있다"며 "노동부의 노조설립 신고 반려는 수년간 한국땅에서 노동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단지 '불법'이란 이유로 모든 것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노동부는 현행법에 따라 불법체류자의 노동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로 노조가입권을 불허하고 있는 반면, 노동계는 불법체류자 대다수가 정부 정책의 실패에서 양산됐고, 나아가 이들이 현재 근로관계를 존속하고 있다는 이유로 노동부 결정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현재 존재하는 20만 불법체류자들은 '불법'이란 이유로 노조가입권 이외에도 각종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강제추방'만이 유일한 대책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