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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노동자, "비자 있어도 감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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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파키스탄 노동자, "비자 있어도 감금되나요?"

출입국관리소, 합법체류자도 연행해 물의

2003년 11월 정부차원의 미등록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에 대한 대대적 단속이 진행되면서 단속과정과 관련 갖가지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등록이주노동자(합법체류자)를 미등록이주노동자로 착각,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연행해 구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동계에 따르면, 인천출입국관리소 소속 단속반원들은 파키스탄 출신 산업연수생 '암저드 후센(26)'씨가 '외국인등록증'을 제시했음에도, 2시간여나 구금한 뒤 회사측과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의 항의가 잇따르자 석방했다.

이번 '암저드 후센'씨 사건은 등록·미등록을 가리지 않고 일단 연행한 뒤, 관련 사실 확인 뒤에 추방(불법체류의 경우)하거나 석방(합법체류의 경우)한다는 그간 이주노동자인권 관련 단체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시켜 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레시안>은 7일 오전 명동성당 들머리(입구)에서 진행된 '이주노동자 노조 탄압, 인간사냥 강제추방 규탄,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암저드 후센'씨를 만나 당시 상황을 들었다.

***파키스탄 이주노동자, 영문도 모르게 출입국관리소 직원에 의해 연행**

'암저드 후센'씨는 80년 생으로 파키스탄에서 우리식으로 '전문대'를 졸업한 고학력자였다. 그는 현지의 경제난으로 전문직종 일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한국에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지난해 10월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입국했다.

"파키스탄은 오랜 경제난으로 제대로 된 직장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에요. 특히 저는 전문대를 졸업했지만, 제가 일하고 싶은 전문직종을 구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었죠. 한국에 가서 몇 년만 고생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입국을 결심했습니다"

최근까지 후센씨는 경기도 화성 소재의 'H정밀'에서 7개월간 일했다. H정밀은 주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전체 직원이 1백명 안팎이고, 그 중 60여명이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지에서 온 이주노동자들로 구성됐다고 후센씨는 말했다.

후센씨에게 '불행'이 닥친 날은 4월26일이었다. 당시 후센씨는 파키스탄에 있는 부친의 부고로 50여일간 휴가를 받은 상태였다. 본국으로 가기 전 부천에 살고 있는 사촌을 보기 위해 부천으로 가던 중 인천출입국관리소 소속 단속반원을 맞닥뜨렸다.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던 사촌을 보기위해 부천으로 가고 있었어요. 사촌과 음식을 해먹기 위해 부식거리를 사들고 가고 있었는데, 건장한 남성 4명이 가로막더니 다짜고짜 'DO YOU HAVE I.D. CARD?'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외국인 등록증을 보이며 신분을 확인해주고 휴가중이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수갑을 채우더니 차에 실었습니다. 정작 그들 자신은 신분을 밝히지 않더군요"

후센씨의 주장에 따르면, 단속반원은 후센씨가 산업기술연수생으로 등록이주노동자라는 사실을 밝혔지만, 이를 확인하고도 연행하는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있다. 당시 후센씨와 함께 있던 하종심씨(32)가 강력히 항의했지만 단속반원은 '야 너 뭐야. 너도 잡아간다'는 욕설을 내뱉었다. 하씨는 파키스탄에서 귀하한 하진성씨(후센씨의 친구)의 아내다.

***회사측 신분확인으로 강제출국은 면해**

하씨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후센씨는 인천출입국관리소로 연행된 뒤 조사를 받았다. 조사관들은 '이름, 국적, 생년월일, 입국일자'를 적게 하고 서명을 요구했지만, 후센씨는 거부했다고 한다. 1시간정도 실랑이 끝에 관리소 직원들은 후센씨의 소지품을 압수한 뒤 보호소에 1시간여간 감금한 뒤에야 석방했다.

"관리소 직원들이 서명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끝까지 거부했습니다. 저는 이미 외국인등록증을 비롯해 저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를 보여줬기 때문이죠. 직원들은 소지품을 압수한 뒤저에게 '51번'(수감번호)라고 적힌 보호소 옷을 입히고, 지하 보호소에 감금했습니다. 영문을 알 수 없던 저는 초조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후센씨는 연행된 지 5시간만인 오후 7시경 석방될 수 있었다. 이른(?) 석방결정에는 회사측이 신속히 신분확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소, 회사측에 이탈신고서 제출 종용**

신분확인 과정에서 출입국관리소가 회사측에 '이탈 신고'를 종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후센씨의 석방을 위해 뛰어다닌 하종심씨에 따르면, 관리소 직원들은 수차례 회사에 전화해 이탈신고서를 팩스로 보낼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탈신고서가 있으면, 비록 등록이주노동자라고 해도 연행 및 추방 사유가 된다.

"회사측에 후센씨의 연행 사실을 알리고 신분확인을 요청했어요. 그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회사 관계자에게서 들었습니다. 출입국관리소에서 회사에 '(후센씨를) 잡아놨으니까, 빨리 이탈신고서를 팩스로 보내라'고 요청했다는 겁니다"

"회사 이주노동자 담당 장 모 이사를 설득했어요. 수천만원을 브로커에 주고 입국한 후센씨의 사정을 이야기 하며, 지금 추방되면 후센씨는 곤경에 처한다는 내용이었죠. 장 이사는 후센씨의 사정을 듣더니, 관리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후센씨가 강제출국당하는 불운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어요"(하종심)

***후센, "왜 그들은 공무원이면서 지켜야 할 사항도 안 지키나요?"**

한편 후센씨는 강제추방은 면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직장을 잃고 말았다. '분란'(?)을 일으킨 후센씨를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그대로 일하게 하는 것에 회사측이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행히 회사측이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 해 후센씨는 다음 직장 채용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후센씨는 잠시지만 직장을 잃은 것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을 통해서 적잖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어딜 가나 좋은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이 있겠죠. 하지만 내가 당한 일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매우 당황스러웠어요. 불법체류자를 잡아가는 것이 아무리 그들(관리소)의 일이라고 하지만, 당연히 지켜야 할 사항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그들은 법을 준수해야하는 공무원 아닙니까. 나중에 파키스탄에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겁니다. 친구들이 저처럼 부당한 일을 겪지 않도록 말이죠"

다음은 암저드 후센씨와 인터뷰 전문이다.

문 : 언제 입국했고, 하는 일은 무엇이었나?
답 : 입국한 지 8개월 됐다. 지난달 까지 경기도 부천 소재의 H정밀에서 일했다. 자동차 부품을 주로 만들었다. H정밀에는 45명정도의 한국인과 60여명의 산업기술연수생들이 있었다. 중국인이 대부분이고, 파키스탄인도 5명정도 있었다.

문 : 입국 동기는 뭔가?
답 : 파키스탄에서 전문대를 졸업했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현재 파키스탄은 경제난으로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전문직종 취업은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다. 한국에 가면 돈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몇 년만 고생하면 고향에 돌아와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문 : 연행과정을 설명해달라.
답 : 부천에 살고 있는 사촌과 음식을 해먹으려고 부식가게에서 음식재료를 사서 사촌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건장한 남성 4명이 나타나더니 'DO YOU HAVE I.D. CARD?'라고 물었다. 난 외국인 등록증을 보였주며 그들이 누구인지 신분확인을 요청했다.

신분확인은커녕 다짜고짜 수갑을 채우더니 차에 나를 실었다. 같이 있던 하종심씨가 강력 항의했지만, '야 새끼야, 너 뭐야'라고 욕하더니 그냥 출입국 관리소로 나를 끌고 갔다.

문 : 당시 휴가중이라고 하던데.
답 : 3월30일경 파키스탄에 계시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갈을 받았다. 회사에 말해 50일간 휴가를 받았다. 늦었지만, 돌아가서 가족이라고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촌이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었고, 간호할 사람이 없어 귀국하지 못한 채 휴가 기간 내내 사촌을 간호했다.

문 : 출입국관리소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
답 : 2층 조사과로 데리고 가더니 어떤 용지를 나눠주고 서명할 것을 요구했지만, 거부했다. 1시간정도 관리소 직원과 실랑이를 하다가 나는 지하에 있는 보호소로 끌려갔다. 그들은 내 소지품을 압수한 뒤 '51번'이라고 적힌 보호소 옷을 입혔다.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문 : 작업장 이탈 신고가 있어야 연행이 가능하지 않나? 회사체서 이탈신고서를 접수했었나?
답 : 이탈 신고서는 없었다. 관리소측은 나를 연행한 뒤에 회사에 전화해 이탈신고서를 팩스로 보내라고 했다고 들었다. 다행히 회사측에서 나의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이탈신고서를 접수하지 않았고, 덕분에 나는 강제출국 당하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

문 : 지금 회사에 복귀한 상태인가?
답 : 아니다. 회사에서는 이번 소동으로 많이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또다시 이번 사태가 재발할 것이 부담스럽다고 회사 관리자가 말했다. 대신 작업장을 이동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줬다. 지금은 다른 직장에서 연락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문 : 이번 사건으로 느끼는 바가 많을 것 같다.
답 : 어딜 가나 좋은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당한 일은 솔직히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매우 당황스런 일이었다. 관리소 직원들도 공무원일텐데 자신들의 신분도 밝히지 않는 등 지켜야 할 절차를 무시하고 나를 잡아간 것이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나중에 고향에 돌아가면 친구들한테 이번 일을 자세히 설명해 줄 요량이다. 그들도 나처럼 한국에 와서 황당한 일을 당하지 않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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