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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주의 사회에서 이뤄지는 경쟁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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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주의 사회에서 이뤄지는 경쟁 실험

비만 환자에게 필요한 다이어트를 영양실조 환자에게 권하는 의사가 있다면? 당연히 '돌팔이'다.

병원 안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지만, 병원 밖에서는 이와 비슷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 대표적인 게 사회복지를 둘러싼 논쟁이다. 수십 년 동안 집권한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사회복지 체제를 견고하게 갖춰 온 사회에서 생겨난 부작용에 대한 처방을 사회복지의 불모지대에 가까운 곳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이들이 있다. 영양실조 환자에게 다이어트를 권하는 셈인데, '돌팔이'라고 지탄하는 목소리는 의외로 듣기 힘들다.

사회민주주의의 아성으로 꼽혀왔던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20세기 후반을 거치면서 좌파와 우파가 번갈아 집권하는 일이 보편화 됐다. 오랫동안 수권 세력이었던 좌파가 신자유주의의 도전 앞에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게 주요 배경이다. 북유럽 교육 탐방단이 지난 1월 다녀온 스웨덴과 핀란드 중에서는 스웨덴에서 유독 우파의 도전이 거세다.

(☞관련 기사: 스웨덴 우파 집권, 그 이후…, 스웨덴에 특목고가 생긴다? )

스웨덴 우파 세력이 교육 부문에서 시도하는 사례를 소개한다. 기업이 학교를 설립, 운영하도록 하는 사례다. 아주 급진적인 우파 정책인 셈이다. 지나친 경쟁으로 병들어가는 우리 교육을 살리기 위한 처방에 목말라하는 이들이라면, 이런 사례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을 게다. 경쟁 과잉으로 병든 교육에 더 많은 경쟁을 불어넣은 것은 비만 환자에게 지방 덩어리를 먹이는 일과 같을 테니까. 물론, 우파 정책이므로 무조건 배격해야 한다는 논리도 잘못이다.

다음은 스웨덴 교육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주는 글이다. 이 글에 소개된 시도는 스웨덴 사회에서도 실험적인 사례로 꼽힌다. 인근 핀란드 교육계에서는 이런 시도를 몹시 위험하다고 평가한다.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오래된 스웨덴 사회에서 이뤄지는 경쟁 교육 시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편집자>


쿤스캅 학교는 기업이 설립한 학교다. 스웨덴에서는 기업도 국가교육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1992년 바우처 제도가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바우처 제도는 정부가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학비(스쿨머니)를 학생이 선택하는 학교에 주는 제도다. 학생이 다른 학교를 선택해서 이동하게 되면 학생별로 지원하는 금액(약 15만 크라운의 스쿨머니)이 다른 학교로 가게 된다.

이로 인해 학교 간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 교사가 수업을 잘 못하거나 교장이 학생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으면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학교 간 격차가 확대되고 스톡홀름의 몇 개 고등학교는 입학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로 인해 학교 격차가 계층 격차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제도를 학부모의 90% 가량이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사민당이 집권하더라도 학교 선택제를 돌이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쿤스캅 학교는 일종의 체인 형태로 되어 있다. 22개의 중학교(12세~15세)와 10개의 고등학교(16세~18세)로 구성되어 있고 1만 명의 학생과 750명의 직원이 있다. 이와 같은 형태의 자율 학교는 초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하여 10년 전에는 2만 9000명이 다녔는데 지금은 13만 5000명이 다니고 있으며 이는 전체 학생의 10% 정도에 해당된다.

이 학교의 특징은 철저히 개별화되고 단계별로 된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졸업할 때 달성해야 할 목표가 정해지고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이 세분화되어 개인별 계획으로 구현된다. 매주 교사는 15분 정도 학생을 만나 지난주의 성과와 새로운 목표에 대해 의논한다. 하루 일과 또한 선생님과 15분 정도의 대화를 통해 시작한다. 교육 활동은 개인 학습, 강의, 그룹 토의, 그룹 프로젝트, 인터넷 학습, 실험, 현장 체험, 워크숍, 전체 회의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예를 들어 영어, 수학과 같은 경우 1단계부터 35단계의 과정이 있고, 중간에 4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발표를 통해 성과를 확인한다. 최종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최고 성적을 부여한다. 그리고 물리학, 화학, 역사, 종교, 사회 과목 등의 코스별 교육과정도 있다.

한 코스는 8주에 걸쳐 학습하며 대부분 프로젝트형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2차 대전을 주제로 배운다면 역사, 지리, 탱크 등을 통합적으로 배운다. 3주는 주로 책이나 자료를 읽고 토론하고 한 주를 쉬고 나머지 한 주는 화학을 배운다. 마지막 주는 평가를 하고 큰 행사가 있다. 학습 시간은 학생의 능력에 따라 다르게 배정하고, 조금 일찍 끝내거나 늦게 끝날 수도 있다. 학습을 위한 인터넷 지식 포털 사이트가 마련되어 있어 24시간 접근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학교의 자부심 중의 하나는 언제나 교사가 학생들 속에 있다는 것이다. 급우 간 괴롭힘과 같은 현상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봄, 가을에 캠프를 열어 공동체성을 강화한다고 한다. 교실의 색채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교실 벽이 대부분 유리로 되어 있어 투명하게 개방되어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 학교는 현재 학부모들로부터 인기가 높다고 하며 이런 모델의 확산 속도가 빨라서 조절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학교가 학생의 학업 성취에 대해 책임을 지고 높은 성취를 보장하며 일반 학교에 비해 교사와 학생의 일대일 만남이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 쿤스캅 학교 내부. ⓒ<좋은교사>

이 학교의 소유 구조는 학교를 설립한 사람은 통신 회사 사장이고 주식회사 형태다. 초기에 투자한 돈은 다 회수했고 현재는 이익을 남기고 있는데 학교 예산의 5~7%가 된다고 한다. 어떻게 이익이 남을 수 있을까? 교사의 인건비를 축소하지는 않는 대신 경영의 효율화, 이를테면 여러 개의 학교가 통합적으로 운영됨으로써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이와 같은 형태의 학교를 만난 것은 의외였다. 바우처 제도가 미국에서도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아는데 사회민주주의 국가에서 바우처 제도를 통해 학교 간 경쟁을 도입했다는 것은 기존 상식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기본적으로 평등한 사회이므로 오히려 경쟁이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이해도 가능하다.

(이 글은 <좋은교사> 2009년 3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스웨덴 학교 탐방]<1> "외운 것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지식일 뿐"
[스웨덴 학교 탐방]<2> 청소부에게 야단맞는 대학 교수

한동안 주춤하던 영리 병원 허용 움직임에 다시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집회 열기가 식은 틈을 타, 이명박 정부는 의료 부문에 이윤 동기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로 빈곤층이 대폭 늘어나리라는 전망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불거진 이런 움직임은 많은 이들을 불안하게 한다. 가뜩이나 사회 안전망이 취약한 한국 사회에서 의료 공공성이 훼손될 경우, 보통 사람들이 겪게될 위험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MB정부, 영리병원 허용 여론몰이 본격화)

하지만, 공공성의 훼손은 이미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교육 부문이다. 폭증하는 사교육비 부담 탓에 서민 생계가 위태롭다는 경고가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은 여전히 사교육을 부추기는 쪽에 가깝다.

직업과 학벌에 따른 소득 및 고용 안정성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없는 한,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아이들을 오직 시험 점수에 따라서만 줄 세우는 학교 교육이 바뀌지 않는 한, 협동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 대신 '만인 대 만인의 경쟁'을 가르치는 교육이 그대로인 한,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사교육비 부담은 줄어들 수 없다.

교육 및 복지 정책에서 여러모로 한국과 대조를 이루는 곳이 북유럽 사회다. 지나친 경쟁와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북유럽 모델에 대한 관심은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에 실린 북유럽 교육 및 복지 관련 기사를 한데 모았다. <편집자>

○ 김명신의 '카르페디엠' : 북유럽 교육

☞<1> "당신은 펜을 들고, 친구는 카메라를 든 것처럼"
☞<2> "경쟁과 협력…누가 더 많이 웃고 살까"

☞<3> "한국 부모들, 심리학을 공부하세요"
☞<4> 백년대계를 바꾸는 열 가지 차이는?
☞<5> "지구 반대편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 연재를 시작하며: "'사람값'이 비싼 사회를 찾아서"

- 첫 번째 키워드 : 협동

"평등 교육이 더 '실용'적이다" (上)
"'혼자 똑똑한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中)
"'로마'만 배우는 역사 수업" (下)

- 두 번째 키워드 : 코뮌

"가족 없이 늙어도, 당당하다" (上)
"'착한 정부'는 '코뮌'에서 나온다" (中)
"'인민의 집', 그들만의 천국?" (下)

- 세 번째 키워드 : 생태

"산적이 100년 동안 다스리는 마을에서는…" (上)
'MB식 녹색성장'이 불안한 이유 (中)
'친환경 기술'로 녹색성장?…"글쎄요" (下)

- 네 번째 키워드 : 민감

"'강철신경'은 자랑이 아니다"

○ 핀란드 교육 탐방

"세금 많아서 자랑스럽다"…"튼튼한 복지는 좋은 교육의 조건"
"협동·배려·여유 vs 경쟁·욕심·긴장"
"부모 잘 만나야 우등생 되는 사회…벗어나려면"
"멀리 봐야 희망을 찾는다"

○ 핀란드 교육 관련 인터뷰

국제학력평가 1위, 핀란드의 비결은?
"경쟁? 100m 달리기 할 때만 들어본 단어입니다"
"일제고사, 교사 해직…한국은 놀랄 일 투성이"
"교원노조는 좋은 교육 위한 동반자"
"관리자는 '윗사람'이 아니다"
"'피드백'이 교육을 살린다"
"차별, 더 강력한 차별이 필요하다"

○ 도종환 시인이 본 핀란드 교육

핀란드의 아이들
악덕의 씨를 심는 교육

○ 스웨덴 학교 이야기

"일등을 포기한 학교에서, 더 많이 배웠다"

○ "덴마크에서 살아보니"

- 직업과 학벌에 따른 차별이 없다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보다 더 많은 나라

- '암기가 아닌 창의, 통제가 아닌 자율'을 장려하는 교육

"아이들은 숲 속에서 뛰노는 게 원칙"
"노는 게 공부다"
"충분히 놀아야 다부진 어른으로 자란다"
1등도, 꼴찌도 없는 교실
"왜?"라는 물음에 익숙한 사회
"19살 넘으면, 부모가 간섭할 수 없다"

- "아기 돌보기, 사회가 책임진다"

"출산율? 왜 떨어집니까"
"직장인의 육아? 걱정 없어요"

- "덜 소비하는 풍요"

"에너지 덜 쓰니, 삶의 질은 더 높아져"
"개인주의를 보장하는 공동체 생활"
'빚과 쓰레기'로부터의 자유
"장관이 자전거로 출근하는 나라"
"우리는 언제 '덴마크의 1979년'에 도달하려나"

- "낡고 초라한 아름다움"

"수도 한 복판에 있는 300년 전 해군 병영"
인기 높은 헌 집
"코펜하겐에 가면, 감자줄 주택에 들르세요"
도서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 덴마크 사회의 그림자

"덴마크는 천국이 아니다"
"덴마크 사회의 '관용'은 유럽인을 위한 것?"

○ 입양대국 북유럽, 그리고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된 사람들
"스웨덴에서 자란 입양인이 왜 한국을 그리워하죠?"
"중국에 공녀, 일본에 위안부, 그리고 우리"
해외입양은 아동복지인가, 아동학대인가?
"한국은 여전히 '미개한 나라'일지도 모른다"
해외입양 16만명 중 10만명이 미국으로, 왜?
한국, 경제대국? 세계 1위 '아동수출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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