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가 숨겨둔 돈, 나머지는 어디 있나?"

경제개혁연대, 이건희 차명자산 실명 전환 내역 질의

지난해 삼성특검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차명으로 관리해 온 주식이 약 4조1009억 원 어치라고 밝혔다. 수사 결과가 나온 뒤, 이 전 회장은 차명 자산을 모두 실명화하여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1년쯤 지났다. 지금, 이런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 품어봄직한 궁금증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를 찾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그런데 경제개혁연대가 9일 이런 질문을 공식적으로 던졌다.

아직 실명 전환하지 않은 차명 자산, 이유는?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삼성그룹 사장단협의회와 삼성전자 이사회, 삼성SDI 이사회 등에 공문을 보내 △차명주식의 실명전환 내역, △삼성특검수사결과발표 당시 차명주식의 평가액과 실명전환 주식의 평가액간의 차액 내역, △차명재산의 사회공헌계획의 진행상황 등에 대해 질의했다.

경제개혁연대가 삼성과 이건희 전 회장의 약속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전 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보통주 224만 5525주와 우선주 1만 2398주, 삼성SDI 주식 39만 9371주 및 삼성생명 주식 324만 4800주를 실명으로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이 전 회장이 최근 실명전환한 삼성전자 주식과 삼성SDI 주식은 올해 3월 5일 종가기준으로 약 1조 1558억 원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 금액은 삼성특검이 산정한 차명주식 평가총액에서 비상장사인 삼성생명 차명주식 평가액을 뺀 금액인 1조 7890억 원과 6332억 원 가량 차이가 난다.

삼성특검이 산정한 차명주식 평가액은 평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검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차명주식 평가액 산정 기준을 밝히지 않았었다. 하지만,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건 이 전 회장이 최근 실명전환한 차명 주식 평가액과는 큰 차이가 있다. 삼성특검의 차명주식 평가액이 수사결과 발표 직전인 2008년 4월16일 종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라고 가정하면, 최근 이 전 회장이 실명전환한 주식 평가액과의 차액은 5037억 원(1조 7890억 원－1조 2853억 원)이 된다. 2007년 말 종가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가정하면 차액은 2953억 원(1조 7890억 원－1조 4937억 원)이 된다.

이런 차이가 왜 생기는 걸까.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이건희 전 회장이 차명주식을 모두 실명전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탈세 혐의가 적용됐던 차명주식을 언제까지 전부 실명 전환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게 당연하다.

"누락된 세금 내고 남은 돈, '유익한 일'에 쓴다더니"

삼성특검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인 지난해 4월 22일 당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이학수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특검에서 조세포탈 문제가 된 차명계좌는 과거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신탁한 것으로 이번에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회장은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다고 하면서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차명계좌가 얼마나 실명으로 전환됐는지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은 돈"을 어떻게 쓰겠다는 계획도 나오지 않고 있다. 심지어 차명자산을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서 추진하는 주체마저 불분명하다.

이에 대해 김상조 소장은 "삼성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에 관한 것인만큼 그냥 잊어버리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꾸준히 질의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