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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개봉영화

[뷰포인트] 2009년 3월 첫째 주

이번 주에 개봉하는 여섯 편의 개봉작은 모두 외화들이지만 하나같이 면면이 화려한 화제작들이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세 번째 영화인 <왓치맨>은 말할 것도 없고, 론 하워드 감독의 신작 <프로스트 vs. 닉슨>이나 돌아온 미키 루키의 <더 레슬러>도 그렇다. 콜린 패럴이 주연을 맡은 <킬러들의 도시>는 신인감독의 작품이긴 해도 만만찮은 내공과 재미를 갖추고 있다.

2시간 40분에 달하는 <왓치맨>은 앨런 무어의 원작을 대사에서부터 앵글과 미장센에 이르기까지 매우 충실하게 영화로 옮기면서도, 어디 하나 부족하거나 빠지는 부분없이 완벽한 균형과 놀라운 비주얼을 보여주는 영화다. 여기에 잭 스나이더 감독은 원작 그래픽 노블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음악 선곡과 몇몇 '잭 스나이더만의 장면'을 통해 영화의 주제를 더욱 확고하게 뒷받침한다. <프로스트 vs. 닉슨>은 일견 지루할 수도 있는 소재를 흡사 1:1 스포츠 게임과 같은 구성을 통해 박진감과 재미를 높였다. 손에 땀을 쥐는 흥미진진함과 스릴을 안겨주는 흥미로운 정치영화인 데다, 주조연을 막론하고 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를 펼쳐 잘차린 잔칫상과 같은 기분을 주는 영화다.

<더 레슬러>는 미키 루크의 연기만으로도 모든 이에게 감동과 눈물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그런가 하면 벨기에의 작은 도시 브리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킬러들의 도시>는 북유럽 특유의 쓸쓸한 분위기에 신랄하고 쌉쌀한 영국식 유머가 전편에 뿌려져 있는 킬러 코미디다. 한국 관객들에겐 다소 코드가 안 맞을 수 있지만 아일랜드 억양이 강한 투박한 영어에서부터 강박증과 우울증을 가진 킬러라는 설정, 그리고 특유의 영국식 유머까지, 특정 컬트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만한 영화다.

<바이브레이터>를 인상깊게 본 관객에게는 이번 주에 새로 개봉하는 <유어 프렌즈>가 새삼 반가울 것이다.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신작으로, '우정'의 본질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라스트 프로포즈>를 추천할 수 있겠다. 식상하고 뻔한 플롯에 단순한 캐릭터들이긴 해도 귀여운 매력은 어쩔 수가 없다.

▲ 왓치맨
왓치맨

감독 잭 스나이더
주연 제프리 딘 모간, 빌리 크루덥, 밀란 애커만
1985년. 영화 속 세상은 신의 능력을 가진 닥터 맨해튼(빌리 크루덥) 덕에 미국이 베트남 전에서 승리하고 닉슨은 3선에 성공하며 소련과 계속해서 냉전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가상 역사의 세계다. 코스튬을 걸치고 법 위에 서서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슈퍼히어로들은 닉슨이 킨 법령을 발효한 이후 평범한 일반인으로 돌아가 생활하고 있다. 어느 날 슈퍼히어로 중 하나였던 코미디언 에디 블레이크(제프리 딘 모간)가 살해되고, 비공식적으로 활동을 계속해오던 로어셰크(재키 얼 할리)는 남은 슈퍼히어로들을 모두 죽이려는 모종의 세력을 눈치채고 이를 뒤쫓기 시작한다. 한편 닥터 맨해튼이 점점 인간적 감정을 잃어가면서 그에게 싫증을 느낀 실크스펙터 로리(말린 애커만)는 옛 동료였던 나이트 아울 댄(패트릭 윌슨)과 만나며 다시 슈퍼히어로로 활동하고자 한다. 앨런 무어의 유명한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새벽의 저주>, <300>의 잭 스나이더가 영화로 옮겼다. 기존의 슈퍼히어로물과는 전혀 다르게 복잡한 정치적, 철학적 주제를 전달하는 영화로, 2시간 40분을 넘는 러닝타임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원작을 매우 충실히, 그리고 훌륭하게 옮겼다.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영상 혁명을 보여주는 작품.

▲ 프로스트 vs. 닉슨
프로스트 vs 닉슨
감독
론 하워드
주연 마이클 쉰, 프랭크 란젤라
74년 닉슨 대통령(프랭크 란젤라)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고 3년 후, 호주에서 활동하며 뉴욕 복귀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한물간 연예 MC 프로스트(마이클 쉰)는 닉슨에게 인터뷰를 제의한다. 거액의 인터뷰료에 혹한 닉슨은 프로스트를 만만하게 보고 정치권 복귀를 위해 인터뷰를 수락한다. 프로스트의 친구로 BBC에서 함께 해온 PD 존 버트와 ABC의 뉴스 프로듀서 밥 젤닉, 닉슨에 관한 책을 썼던 제임스 레스턴 등과 팀을 꾸려 4회에 걸쳐 하게될 인터뷰를 준비한다. 그러나 프로스트는 노련한 정치인인 닉슨에게 적수가 되지 못하는데... 유명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 연극 원작을 론 하워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프로스트 역의 마이클 쉰과 닉슨 역의 프랭크 란젤라는 물론, 닉슨의 보좌관 존 브레넌 역의 케빈 베이컨, 밥 젤닉 역의 올리버 플랫, 존 버트 역의 매튜 맥페이든, 제임스 레스턴 역의 샘 록웰, 캐롤라인 역의 레베카 홀 모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번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 더 레슬러
더 레슬러

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
주연 미키 루크, 마리사 토메이
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레슬러 랜디 더 램(미키 루크)은 몰락한 뒤 지금은 변두리 작은 레슬링 장에서 작은 경기를 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단골 술집의 스트리퍼 캐시디(마리사 토메이)와 가정을 이뤄보려 하지만 아들을 키우고 있는 그녀는 좀처럼 랜디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하나밖에 없는 혈육인 딸(에반 레이첼 우드)은 그를 증오하며 외면한다. 식료품 상점에서 일을 하다 도저히 견디지 못한 그는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시합을 위해 링에 다시 오르려 한다. <배트맨> 시리즈에서 밀려나고 <천년을 흐르는 사랑>의 흥행실패로 악전고투하던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 회심의 역작. 미키 루크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해낸 랜디 역은 미키 루크의 실제 삶과 그대로 겹쳐보이며 더할 나위 없는 감동을 준다. 세상의 모든 실패자들을 위한 마지막 장송곡이라 할 만하다.

▲ 킬러들의 도시
킬러들의 도시
감독
마틴 맥도너
주연 콜린 패럴, 브렌단 글리슨
완숙한 킬러 켄(브렌단 글리슨)과 초짜 킬러 레이(콜린 패럴)는 영국의 대주교를 암살한 뒤 보스인 해리의 명령에 따라 벨기에의 브리주라는 작은 마을에 숨어든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더없이 만족해하는 켄과 달리 레이는 이 좁은 곳이 갑갑해 죽을 지경이다. 레이가 브리주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자 클로이와 데이트하러 나간 사이, 켄은 해리로부터 암살의 규칙을 어긴 레이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는다. 동화의 마을같은 벨기에의 브리주를 배경으로 켄과 레이, 그리고 해리 등 세 명의 킬러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기는 하지만, 레이가 노상 '지루하고 갑갑해 죽을 것 같다'고 표현하듯 스릴과 액션보다는 약간 늘어지는 분위기의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 신인감독인 마틴 맥도너는 직접 쓴 이 영화의 각본으로 오스카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으며, 두 주인공 콜린 패럴과 브렌단 글리슨은 골든골로브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나란히 올랐다가 결국 콜린 패럴이 상을 탔다.

▲ 유어 프렌즈
유어 프렌즈

감독 히로키 류이치
주연 이시바시 안나, 후쿠시 세이지
보통학교에서 적응에 실패한 아이들이 모인 특수학교인 프리스쿨에 나카하라(후쿠시 세이지)가 취재차 찾아간다. 그러나 아이들은 물론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는 에미(이시바시 안나) 역시 좀처럼 나카하라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에미는 나카하라에게 학창시절 친구인 유카와 하나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바이브레이터>의 감독인 히로키 류이치의 2008년작으로, 나오키상 수상작가인 시게마츠 기요시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 라스트 프로포즈
라스트 프로포즈
감독
유위강
주연 유덕화, 서기
홍콩 최고의 사업가이자 백만장자인 샘(유덕화)은 마카오로 출장을 갔다가 호텔에서 우연히 밀란(서기)과 만난다. 호텔 카지노의 딜러로, 클럽에서 댄서로 일하는 밀란과 샘은 곧 사랑에 빠지지만, 이 사랑이 쉽지만은 않다. 샘이 엄청난 부자인 걸 알고 밀란은 겁을 먹고 망설인다. 밀란은 가까스로 결심을 하고 샘과 사랑을 이어가려 할 즈음, 샘은 사 주주들의 강요에 못 이겨 밀란에게 혼전계약서를 내민다. <무간도>의 유위강 감독이 만든 로맨틱 코미디. 전형적인 신데렐라물의 공식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해 식상하게 느껴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긴 하지만, 신분과 계급이 다른 남녀의 사랑을 다룰 때 흔히 배치되는 구태의연한 오해와 장애물 없이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데다, 탭댄스를 추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서기와 서기보다 더 귀여운 유덕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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