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자주 화요일) 쓰던 글을 금요일로 옮겼습니다. '마동탁'의 변화구처럼 무쌍한 한국사회를 받아치려면, '까치' 정도의 천부적 재능과 카리스마는 있어야 하는데, 전 아마도 까치가 아니라 '하극상' 정도 되지 싶습니다. 어찌되었건, 앞으로 매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제목은 여전히 완군의 워드프로세서입니다. 조금 더 편하게 쓰고, 쉽게 읽히게 쓰려고 합니다. 저의 목표는 여전히 이번 주와 다음 주 사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한 단어를 멋지게 캐치하는 나이스 플레이입니다. 꾸벅~
일찍이, 보들레르라는 프랑스 시인은 말했습니다. '진보라는 거짓 종교가 19세기를 지배하고 있다'고. 지금은 어떻습니까? 오늘,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지배와 피지배', 오래된 사회과학의 언어입니다. 취업과 실업 따위가 유행하는 요새는 잘 쓰지도 않는 박제된 개념입니다. 하지만, 오래되었다고 반드시 진부한 것이 아닙니다. 낡은 새로움도 있습니다. 이번 주 내내 그 말, '지배'만 떠올랐습니다.
패션의 지배: 장태평의 작업복
뉴질랜드를 방문한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으셨습니다. "왜, 왜, 왜에~ 어째서, 어째서~ 농림부, 농림부, 농림부~ 장관이, 장관이, 장관이~ 외교부, 외교부, 외교부~ 장관처럼, 장관처럼, 장관처럼~ 넥타이, 넥타이, 넥타이~ 매고, 고, 고우~ 다니냐, 다니냐, 다니냐~~~?" 아마도,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뉴질랜드의 천연 자연을 보고 반외교, 친농림적인 감복을 얻으신 모양입니다. 아니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뉴질랜드 농업부 장관의 때깔 좋은 작업복이 부러우셨던가.
하여간, 신병의 옷차림을 빈정대는 말년 병장 같은 그 한 말씀에 장태평 장관이 즉각 관등성명을 댔습니다. "농림부 장관, 장태평 '다음 주 월요일부터 작업복을 입고 일할 것'을 명받았습니다. '농민에게 더 가까이 가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국무회의도 작업복 차림으로 가겠습니다. 충성" 이쯤되면, 논산 훈련소에 가면 늘 외치는 구호가 생각납니다. "훈련은 전투다! 각개전투!" 장태평 장관도 앞으론 이런 마지막 구호까지 외치면 대통령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농림은 작업이다! 농업노타이!"
그 군기 그만하면, 수준급입니다. 멋지네요, 장태평! 참으로 아름다운 지배, 영혼을 빼앗기는 복종입니다. 물론, 본인도 처음이라 조금 낯간지러웠는지, "대통령 말씀을 듣고 하는 게 뒤늦고 쑥스러운 감이 있다"고 했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이참에 아예, 국무위원 전원이 교복을 맞추면 어떨까요.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이라고, 값비싼 교복 값이 문제가 되는 현실에서 국무위원이 바뀔 때마다 솔선수범하여 교복 물려주기도 하고. 이왕이면, 머리도 남자는 스포츠, 여자는 귀밑 2센티미터로 통일하고, 가능하다면, 관련 분야에 대한 '깜지'까지 한다면 경제위기 극복이 얼마나 단축되겠습니까.
▲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뉴시스 |
판결의 지배: 신영철의 이메일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이던 시절, '대내외비', '친전'(親展:본인이 직적 읽어보라는 뜻)을 글머리로 단 이메일을 돌렸다고 합니다. "모든 부담되는 사건들은 후임자에 넘겨주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더군다나 "대법원장의 생각도 나의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므로, "야간집회 금지 위헌제청 여부에 상관없이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라"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헌법재판소의 결정 따위 신경 끄고 촛불 관련 재판을 현행법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판사들을 밀었습니다. 그리곤 이제 와서 한다는 소리가 자기가 밀었다고 밀렸다면 판사 자격이 없다고 했습니다.
나, 이거 참. 그렇잖아도,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대한 재판 방식이 통상적 재판 방식을 벗어나는 몰아주기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상황입니다. 신 대법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사건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기계적으로 배당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었습니다. 사건 배당을 전혀 몰랐다는 투로 답했던 신 대법관은 이후 촛불을 배당받은 판사들을 불러 배당 경위를 해명까지 하고, 촛불 배당에 문제를 제기하며 한 판사가 옷을 벗기도 했습니다. 위증의 정황이 짙습니다. 한 마디로, 대법관이 거짓말 했을 가능성이 99.9%라는 얘기입니다. 신영철, 참으로 근엄한 지배자였지 싶습니다. 칼과 저울은 자기가 다 들 터이니 아랫것들은 손쉬운 판결이나 빨리 하라 이르시니 또한 얼마나 친절한 분입니까. 이런 분이 대법관이 되셨으니 법치는 또한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지겠습니까.
인신의 지배: 박래군의 사전구속영장
박래군이란, 이름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제, <프레시안>에 '모욕 당한 사람들의 잔인한 봄'이란 기고도 했던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입니다. 잘 아는 어떤 이를 두고 이런 이야기하기 겸연쩍지만, 그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열정적인 인권 활동가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런 그에게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윤웅걸 부장검사)가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의 사유입니다. 왜, 집시법을 공안 검사가 다루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경찰 조사를 위한 소환 요구에 충실히 응해 왔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으며, 없는 자들의 살해된 주거권을 위해 활동하는 인권활동가의 인신을 끝내 지배하겠다는 검찰의 그 의지만은 쌍팔년 어느 날처럼 분기탱천해보입니다.
만약, 검찰이 그의 인신을 지배하려는 의지를 조금만 나눠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 김수정 서울경찰청 차장, 백동산 전 용산경찰서장, 박장규 용산구청장, 용역업체 책임자를 조졌다면, 용산 참사의 실질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밝혀낼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당장, 알려진 누군가의 인신을 지배하는 것은 손쉽고 효율적인 판단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단언하는대 단세포적인 몸부림일 뿐입니다. 강부자, 고소영 그리고 재벌 정도를 제외한 국민 대다수를 소수자(minority)로 만드는 통치가 계속되는 한, 거슬릴 때마다 계속 국민을 잡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당장에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여기는 저항이 연례행사로 필연이 될 뿐입니다.
문득, 그 유명했던 2003년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과 검사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그 때, 노 전 대통령과 가장 첨예하게 맞섰던 검사가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 2부에 있던 김병현 검사였습니다. 그는 그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적 청산도 중요하지만 절차도 중요하다"고. 후에 인터뷰에선 이런 말도 했습니다. "숙명적으로 공안 검찰의 영역은 시대가 발전할수록 반드시 수구적으로 보이게 돼 있다"고. 지금 검찰은 어떻습니까? 모든 사건마다 배후를 운운하며,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인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을 시도하고 있진 않습니까? 거기엔 절차가 필요 없습니까? 시대가 퇴행했기 때문입니까? 공안 검찰이 전면적으로 보이는 까닭이 말입니다.
확인된 절망들에 비해 희망은 한 없이 불확실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100일 후면, 흔히 '사회의 공기'라고 불리는 미디어를 어찌 할 것인지를 '표결'로 결정하게 됩니다. 한 가닥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하는 걸까요. 부디, 100일 후 염천(炎天)이 지옥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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