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지킴이'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김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이 <프레시안>에 새 연재를 시작한다. 연재 제목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대사로 잘 알려진 카르페디엠(Carpe Diem). '현재에 충실하라'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영화에서 새로 부임한 젊은 교사 존 키팅은 명문대 진학을 위한 공부를 강요당하는 학생에게 '자신의 꿈을 펼쳐라'라고 조언한다. 영화의 결말은 비극적이지만, 키팅 교사의 교육 철학은 이후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두 자녀를 기르는 학부모인 김명신 회장은 이런 키팅 교사의 교육 철학이야말로 한국이 교육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연재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김명신 대표는 문화연대,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사학개혁국본 등 다양한 교육·사회단체 활동을 통해 교육에 관한 고민과 대안을 사회에 제시해왔다. 지난 2003년에는 학부모의 경험에 바탕을 둔 교육 철학을 담은 <나도 아이와 통하고 싶다>(동아일보사 펴냄)를 펴내기도 했다. <편집자> |
북적이던 대학 졸업철이 지났습니다. 올해 대학 문을 나서는 젊은이들을 '이명박 세대'라고 부른다는군요. 올해 대학 총장의 졸업식 축사가 바뀌었다는 말이 실감날 만큼 이번 졸업생 대부분은 예상못한 경기 불황에 원치않는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지난 2008년 추석 리먼브라더스의 몰락 이후 2주 단위로 경기가 나빠지고 있네요. 임금이 깎인 만큼 고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신입사원들 임금도 깎인다고 합니다. 자녀를 유학보낸 집도 많아 요즘엔 집집마다 밥상머리에서도 환율 걱정을 하게 됩니다.
상황이 너무 빠르게 나빠지고 있고 이번 주 역시 최악입니다. 주식 투자를 하는 것도 아닌데 청년 실업자가 300만 명을 넘었다니 자연히 세계 경제 흐름에 관심이 갑니다. 이번 경제 위기는 모두에게 특히 젊은이들에게 가장 어렵게 다가섭니다.
그러고 보니 그 젊은이들이 대학시험을 보던 2002학년도엔 그들을 '이해찬 세대'라고 불렀습니다. 그 때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렵게 나와서 불수능이라고 했었지요.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간다던 슬로건이 말하는 그 한 가지는 바로 수능시험이었다'며 수험생과 그 부모들이 머리를 싸매고 치를 떨었습니다.
그 후 이해찬 세대는 공대생이 미적분도 모른다며 실력이 없다고 다양하게 공격받았습니다. 이후 알려진 사실로는 공대생이 미적분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대학마다 공대 지원률이 저하되자 대학 측이 교차 지원이라는 것을 통해서 미적분 배운 적이 없는 고등학생을 공대생으로 합격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학, 과학 잘하는 학생일수록 공대 아닌 의대, 한의대, 치대를 택했기 때문입니다.
이해찬 세대라는 2002년 대학 신입생들이 최근 2~3년 전후해서 대학을 졸업합니다. 이해찬 세대가 이명박 세대가 된것입니다. 그 세대는 원치않는 브랜드를 두 개나 걸치는군요. 젊은이들에게 무슨 세대, 무슨 세대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 참 못할 짓입니다. 모두를 그렇게 규정하는 것, 전체를 획일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기업들이 소비자 성향을 파악하기위해 특정 연령에 OO세대라는 단어를 쓰기는 했지만 요즘에는 특정 정책의 희생자를 지칭할 때 쓰는 단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2002학번들,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간다며 교육부가 권하는 대로 비교적 창의적이고 비판적이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을 배운 젊은이들은 직업을 선택하는 조건도 참 까다롭다는 것입니다. 부모 세대인 우리 때는 개성이고 뭐고 재벌 회사에 붙으면 아니 어느 직장이든 붙으면 그걸로 만족했고 '오직 취직만 시켜주십쇼' 그런 마음이었는데 반해 요즘 젊은이들은 직업을 선택하는 조건도, 가치관도 참 다릅니다. 어쨌든 사회가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교육부가 키우라는 대로 아이를 키운 부모들이 이제 성장한 자녀를 지켜보며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일 것 입니다.
심지어 이른바 '신이 내린 직장'은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젊은이들에게 고려 대상도 아닙니다. '사'자 붙은 직업에 눈 한번 돌리는 일 없습니다. 한국 기업의 정서나 조직 문화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나마 취업할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제가 아는 한 여학생도 명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결국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그러니 최근 정부가 적선처럼 벌이는 행정부 인턴은 그들에게 못할 짓일 수밖에요.
그 젊은이들이 문서나 복사하고 시간때우며 빈둥대려고 죽어라 토플 공부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을 뭘로 보고…. 직장을 달라는 것이지 용돈 주듯 적선을 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성인이 되어 떳떳히 자립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한 것이지 정부로부터 몇달 용돈이나 얻어 쓰려고 스펙 높이며 공부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명박 세대들이 사회적 기업에 눈을 돌릴 만큼은 아직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 탓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교육을 잘 시켰더라도 가서 일할 만한 직장이 없다면 무슨 소용입니까? 교육은 사회의 가치와 철학과 동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가치관을 익히도록 가르치면 창의적인 다양성이 발휘되는 직장이 있어야 하고 비판적으로 가르치면 비판력이 생산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문화와 정치가 살아 있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 사업에 명운을 걸지만 대학 진학률 83%, 대졸 실업자가 지천이고 청년 실업자가 300만 명인데 대운하를 건설한다고 해도 청년 인력이 다 건설 현장으로 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잘못하다간 건설 현장에서 아버지 세대가 노동하여 청년 실업자들이 아버지 세대에 얹혀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부족한 노동력을 외국인 근로자로 채운다 해도 그들의 경우 받은 월급을 본국으로 송금하느라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경제 활성화는커녕 건설사 좋은 일만 시키게 될 뿐 경기 부양과 무관해지고 젊은이들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습니다.
차라리 4대 강 개발 예산을 교육과 연구 사업에 돌려 재투자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육복지로 이름난 스웨덴은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금융 위기를 거쳤으나 교육과 연구에 집중적인 투자로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연구와 교육에 국가명운이 달린 것입니다. 일제고사로 교육이 획일화되는 지금 이대로 가다간 한국 교육과 한국 경제는 동반 몰락할 것입니다. 한국 경제 불황과 청년 실업을 겪는 한국 부모들의 속은 두서없이 타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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