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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돌아오는 교사와 돌아오지 못하는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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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돌아오는 교사와 돌아오지 못하는 교사

[기자의 눈] 우리는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는가?

제법 따뜻한 날씨가 봄을 예고하고 있다. 학교는 어떤 모습으로 새 학기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몇 가지 들려오는 소식은 새 학기를 앞둔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러니까… 잘 모르겠어요."

지난해 12월, 일제고사(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시험 선택권을 안내했다는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해임을 통보받은 설은주(유현초) 교사. 그는 "3월을 맞는 심경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참을 망설이다 "모르겠다"고 답했다.

2002년 교단에 처음 선 이후 설 교사에게 3월은 늘 새 학기를 의미했다. 그러나 올해 그는 교문 밖에서 3월을 맞이하고 있다. 여전히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진행되는 농성장도 찾아야 하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자 부르는 여러 모임 자리에도 가야 하지만 학교만은 교사인 그를 외면한다. 지난해 12월, 해임 통보 이후 경찰을 동원해 폐쇄했던 그 교문처럼.

오는 3월, 학교에서 만날 수 없는 이는 설 교사뿐만이 아니다. 그와 같이 해임·파면된 6명의 다른 서울지역 교사, 그리고 이후 중징계를 받은 강원 지역 4명의 교사와 사립학교인 서울 세화중 김영승 교사도 있다. 이들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감경 조치를 위한 소청 심사를 청구했거나 곧 청구할 예정이다.

이유는 다르지만 대구에서는 지난해 촛불 집회에 참가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주고 2007년 한해동안 교과서 대신 인권 강의를 한 이유로 해임 당한 두 고등학교 교사도 있다. 지난 21일 열린 이 학교 졸업식에서 일부 학생은 두 교사의 해임에 항의하는 뜻으로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 리본을 달고 참석했다.

그들은 모두 교원으로 남아있다

지난 16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지난해 10월 초·중·고 일제고사 성적은 단 이틀만에 허위 보고와 성적 조작이 포함된 자료였음이 드러났다. 바로 12명의 교사들이 파면·해임 당한 그 시험이었다.

성적 조작은 정부에서 엄격한 징계를 적용하는 '부적격 교원'의 요건 중 하나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가장 큰 논란을 불렀던 전북 임실 지역에서 부랴부랴 관련자 4명을 직위해제한다고 발표했을 뿐이다. 징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사실 이번 일제고사 성적 조작은 교육 당국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간 있어왔던 징계 사례와 양형을 살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학부모 돈으로 해마다 해외 여행을 간 교사 22명.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은 이들에게 '경고'라는 경징계 결정을 내렸다.

'선생님 섬기기 운동'을 한다며 학생들에게 뱃지를 팔아 수익금을 조성하고 학교발전기금 1300여만 원을 교장이 쓴 책에 사용한 초등학교. 서울시교육청은 이 학교 교장에 역시 '경고' 조치를 내렸다.

상습적으로 학생을 성추행한 교사. 서울시교육청은 2007년 이 교사에게 정직 3개월 결정을 내렸다.

2007년 여교사를 희롱한 경력 때문에 학생들의 집단 수업거부 사태를 부른 충북의 한 교장. 그는 직위해제 석 달 만에 교육연구관으로 복직했다.

누가 봐도 비교육적 행태가 명백했던 위의 사례에서 해당 교사들은 모두 교직을 유지했다. 이를 두고 보면 '윗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몇몇 학생의 성적을 조작했던 일쯤은 교육 당국에 있어서 '별 것' 아닌지 모른다.

우리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

최근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해 인천 모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과잉 체벌했던 한 교사의 징계를 '해임'에서 '정직 3개월'로 감경 조치했다. 해임 처분이 너무 과도하다는 교사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행정 처분대로라면 교사는 휴직을 하지 않는 한 오는 3월부터 다시 교단에 설 수 있는 자격을 회복하게 된다.

어쩌면 교육 당국은 과잉 체벌이 교사를 교직에서 물러나게 할 만큼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의 반응은 다르다. 상식에 비췄을 때 상습적으로 과잉 체벌을 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 행위인지 심각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일제고사 성적 조작 파문이 확산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운동부 학생들과 특수학교 등에서 시험을 보지 않았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그저 채점 방식을 강화하겠다는 등의 대책 뿐이다. "일제고사가 시행되는 한 성적 조작과 허위 보고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을 교과부는 정말 모르는 걸까.

3월. 새 학기를 맞을 학생들은 일제고사가 교육에 도움이 크지 않다는 판단 아래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했던 교사들을 여전히 만날 수 없다. 반면 성적을 조작했던 교사, 학생을 과잉 체벌했던 교사,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했던 교사들을 학생들은 여전히 교정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가, 또는 우리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덕목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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