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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비정규법 노사정 대화 '보이콧'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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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비정규법 노사정 대화 '보이콧' 파문

노동계, "노동계에 전면 선전포고한 것" 반발

지난 4월 임시국회 이후 중단된 비정규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한 노사정 논의가 재계의 입장변화로 중대 고비를 맞이했다. 재계는 17일 "비정규직 재협상을 위해서는 정규직의 경직성 완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며 "비정규직 법안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입장을 발표, 강경입장으로 급선회했다.

***재계, "정규직 고용 유연화 전제되야 비정규직 보호 논의한다"**

재계는 이날 오전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이수영)의 주재로 삼성, LG전자, 현대차, 대우조선 등 주요기업 인사·노무 담당자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회의 후 공개한 자료에서 "향후 정부 입법안을 재논의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의 지나친 고용 경직성을 완화하는 방안도 동시에 검토되야 한다"며 "정부 입법안은 해고 제한 완화 등 정규직의 고용유연성 확보문제는 도외시한 채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 규정만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비정규직 보호에만 치중할 경우 기업의 비용부담만을 증가시킴으로써 비정규직의 고용기피와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 노력에 비해 노동계는 일말의 가치도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논의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노사정 실무회담에 참여했던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회의후 기자간담회에서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을 높이면 비정규직의 고용 확대나 처우개선은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근본 열쇠는 정규직 고용 경직성 해결"이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해소와 보호를 위해서는 정규직의 고용 유연화가 전제되어야 하고, 나아가 정규직의 고용 유연화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근본적 해결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그동안 밝힌 재계의 종전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 것에 불과하지만, 지난 4월부터 형성된 노사정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에서 파문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대화 불가 선언인 이날 발표로 인해 노·정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지 않은 이상 노사정 대화는 6월에 재개되기 힘들게 된 셈이다.

***"정부, 노조 폭력행위 엄정 대처하라", "미온적 대처는 경제에 악영향 미칠 것"**

한편 재계는 최대 현안 사업장인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와 청주 하이닉스-매그나칩 비정규직 노조의 투쟁에 대해 강한 비난성 발언과 함께 정부의 엄정대처 주문을 빼놓지 않았다.

이들은 건설플랜트 노조와 하이닉스-매그나칩 비정규직 노조의 투쟁을 "폭력·파괴 행위"로 규정한 뒤, "노사관계의 기본질서를 흐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해 산업현장의 준법질서를 세워야 한다"며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산업현장의 불법행위가 더욱 확산되고, 경제회복에도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어 "재계도 기업 경영과 산업현장에 어떠한 불편이 초래되더라도 이를 감내함으로써 법과 원칙이 확립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 "노동계에 대한 선전포고와 마찬가지"**

한편 재계의 이같은 입장발표에 뒤어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각각 성명을 통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정규직 고용 유연성 제고와 비정규직 법안 재논의를 동시에 추진할 경우 비정규 법안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못박은 것에 대해, "정규직 고용유연성 제고는 비정규직이 8백만 명을 넘어서는 현실을 무시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재계가 울산건설플랜트 노조와 하이닉스-매그나칩 노조의 투쟁을 불법·폭력으로 규정한 대목에서는 "오랜 하도급의 불법관행으로 인해 사용자들만 배불리고 노동자들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면서 참다 못해 터진 일"이라며 "적반하장이고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아무런 반성도 없이 시류에 편승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가는 재계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도덕성과 이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도 재계를 '몰염치한 집단이기주의'라며 몰아세웠다. 한국노총은 재계의 입장발표에 대해 "정규직 고용불안을 담보로 비정규직 협상을 이끌겠다는 의도"라며 "노동계에 전면전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노사정간의 진지한 논의를 계기로 새로운 사회적 대화의 틀을 형성해가고 있었다"며 "오늘 발표된 재계의 입장은 전면적 대화 거부이며, 노동계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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