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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의 실종,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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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의 실종,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

'친정체제'로 국정쇄신?…"집권 2년차 더 어려울 수도"

"2009년은 정부 정책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평가하면서 내놓은 각오다. 집권 2년차는 이명박 정부의 분수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분기점으로 국정 장악력이 이완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집권 2년차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 5년의 총체적 실패를 피할 길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라는 악조건 속에 '국정쇄신'이 올해 국정운영 기조의 앞머리를 차지한 게 눈에 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좌고우면 없는 '속도전'을 위해 이 대통령을 정점으로 당·정·청의 결속을 다지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 서려있다.

4대 권력기관장의 물갈이, 1.19 개각을 통한 복심들의 내각 전면 재배치 등은 물론이고, 이 대통령이 여권 권력지도를 직접 관리하는 듯한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면서 공세적 국정운영의 예고편을 보여주고 있다.

▲ ⓒ연합뉴스

당·정·청 친정체제 구축

코드 인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4대 권력기관장은 '영남천하'가 됐다.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국세청장을 제외하면 경남 남해 출신의 임채진 검찰총장, 경북 영주 출신의 원세훈 국정원장, 경북 성주 출신의 강희락 경찰청장 등이 권력기관의 수장에 오르거나 내정됐다.

단순한 지역 편중을 넘어 '충성파'를 활용한 권력기관의 도구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검찰과 경찰이 '법치' 경쟁을 벌이거나 원세훈 국정원장이 '국내 정치정보 수집' 발언으로 정치사찰 논란을 일으킨 건 이런 흐름으로 풀이된다.

1.19 개각을 통해 내각 역시 확실한 '이명박 체제'로 구축됐다. 지난해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곽승준 청와대 직속 미래기획위원장 등 이 대통령의 '젊은 복심'들이 전면에 복귀하면서 기존의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과 함께 '차관 정치'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여기에 '비핵개방 3000' 구상의 입안자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까지 도덕성과 자질 시비에도 불구하고 임명됨으로써 '친위내각', '돌파내각'의 화룡점정으로 꼽혔다.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는 최측근 인사들을 통해 관료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내각 개편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발맞춰 한나라당의 권력지형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이 임박한 가운데, 이 대통령이 정두언, 정몽준 의원 등과 청와대에서 독대해 권력구도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3대 광역자치단체장과 비공개 만찬을 가져 차기주자 관리에 팔을 걷은 게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도 낳았다.

곽승준 위원장, 박영준 차장 등의 복귀와 함께 이들과 호흡을 맞춰온 '안국포럼' 멤버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정두언 의원이 소속된 이 모임은 지난해 '권력 사유화' 파문으로 이상득 의원과 불협화음을 보였으나, 오는 28일 이 의원과 회동이 추진되는 등 결속력을 높여가고 있다.

이처럼 이상득-이재오-정두언 등 친이계 3각 축이 집권 2년차를 대비해 결속을 도모해 가는 가운데, 이상득 의원이 21일 친박계 의원들과 부산에서 회동해 당내 갈등 진화에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친이, 친박 따지지 말고 한 지붕 한 가족처럼 잘 지냈으면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차보다 어려운 2년차 될 수도"

결국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내각과 권력기관에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모래알 같던 친이계를 재결집시켜 정면돌파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구상이지만, 이같은 청와대의 집권 2년차 구상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손혁재 경기대 교수는 "국정운영을 철저하게 이너서클로만 하려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과 대화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인수위 시절의 라인업으로 다시 원상복귀 한 것인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는 지난 1년보다 더 어려운 2년차를 맞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상득-이재오-정두언 의원의 3각 체제가 지속가능할 것인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표면적으로는 세 사람의 활발한 교류가 친이계 좌장들의 의기투합으로 비쳐지고는 있으나, 이재오 전 의원의 컴백과 더불어 변화가 불가피한 친이계 내부의 권력지도가 2차 내분으로 비화되거나 친박계와의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역대 정부가 모두 집권 2년차를 친정체제로 구축했으나 이는 정보 흐름을 측근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해 가공되지 않은 정확한 정보가 차단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친이 3각 체제의 효율성에 대해서도 "공유된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경제살리기라는 것도 마음대로 될 수 있는 게 아니고 재보선 등 정치일정도 만만치 않다"며 "어느 한 쪽이라도 권력 분점에서 소외를 느끼면 끌어가기가 쉽지 않다. 일시적으로는 뭉치겠지만 견고하게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MB 입법'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거세 '속도전'의 당면 현안이자 집권 2년차 구상의 디딤돌 구축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 1주년을 목전에 두고 그동안의 실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만 가고 있는데 민의를 거스르는 속도전으로는 집권 2년차에도 칭찬받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여야 합의를 무시한 악법 통과의 속도전을 필사적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친정체제 강화를 통한 정면돌파'로 요약되는 2년차 국정운영 방식은 무엇보다 '협치'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우려를 산다. 김형준 교수는 "'보수정권의 성공'이라는 공통의 목표로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의 대담한 담판이 있어야 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사회와 언론과 소통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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