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임실에 이어 대구에서도 일명 '일제고사', 학업 성취도 평가 집계 과정 의혹이 제기되며 파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20일 대구시 교육청 등에 따르면 관할 2개 초등학교에서 전체 응시 인원과 기초학력 미달 학생 수가 다르게 입력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교에서는 학력미달 학생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보고됐으나 5개 과목에서 총 17명이 학력 미달이었고, 또 다른 학교에서도 학력 미달 학생을 영어 과목 7명을 제외하고는 한 명도 없다고 보고했으나 국어, 수학, 과학에서도 4명이 학력 미달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청 관계자는 "통계와 보고 과정에서 생긴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보고가 누락됐다는 측면에서 '고의 누락'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대구시 교육청은 재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번 '일제고사 성적 조작 의혹'이 임실에 이어 대구에서도 확인됨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재조사를 전국 모든 초중고교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파문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 "경쟁의 대상으로 전락한 교육 행정 결과"
이에 대해 민주당은 '예견된 파문'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이미 시작 전부터 우려했던 대로 교육마저 경쟁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정부의 교육철학 부재의 근시안 정책과 MB정부 특유의 날림행정이 빚은 부실 정책임이 확인됐다"며 "지역과 학교를 가르고 교사와 학생들을 생존경쟁, 성적지옥으로 밀어 넣으려 한 교과부의 무책임함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노 대변인은 "교과부는 졸속 학업성취도 평가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도 "줄 세우기 경쟁 시스템을 만든 정부의 과오"라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도 두달 전 한 기자간담회에서 "성적으로 전국 모든 학교의 서열을 매기는 시험이 실시되면 경쟁 때문에 시험과 관련한 온갖 부정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며 "역사적 경험을 통해 이를 잘 알면서도 일제고사를 부활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편법과 부정을 가르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이와 같은 사태를 예견했었다.
자유선진당 "학력평가 제도는 있어야"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아무리 신뢰를 상실한 정부라고 하지만 학생들에 대한 학력평가 마저 신뢰성을 담보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치르고, 그 결과 또한 왜곡했다니 우리 사회의 도덕성은 도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이번 문제를 학력평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의 계기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문제는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와 교육계의 무능함과 부도덕성에 있는 것이지 학력평가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민주당과는 다른 시각을 나타냈다.
이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교과위 간사인 임해규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성적 조작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은 책인져야 하고 채점 방법을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학업 성취도 평가는 전 세계가 거의 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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