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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축구'와 'MB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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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축구'와 'MB 교육'

[김종배의 it] '임실의 기적'이 '임실의 조작'으로…'돌격 교육'의 현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한국 축구가 '뻥축구' 수준에 머물러 있을 때다. 월드컵과 같은 주요 경기에 출전해 고전을 면치 못하면 늘 강조했다. 정신력을 강조했고 투지를 주문했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 국위를 선양하라고 다그치곤 했다.

없어졌다. 더 이상 '돌격 축구'를 강요하지 않는다. 히딩크 감독이 거쳐 간 후 정신력과 투지 대신 과학적 훈련시스템과 전략전술, 그리고 선수기반을 강조한다. 정신력과 투지는 기본 또는 플러스알파로 거론될 뿐이다.

다시 떠올린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을 보면서 '히딩크 축구'와 'MB 교육'을 비교한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말했다. 그래도 학업성취 향상도를 교장·교사에 대한 평가와 연계하겠다고 했다. 평가 없이는 교사들의 능력 향상도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돌격 교육'을 강조하는 말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독전의 수단으로 삼아 교사들의 분발을 다그치겠다는 뜻이다. 그러니 정신 차리고 분발, 또 분발하라는 요구다.
▲19일 전북 임실지역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최규호 전북교육감과 김찬기 부교육감, 김영진 교육국장, 장위현 임실교육장, 김범재 초등교육과장(맨 앞부터)이 차례로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교사들의 능력과 분발을 촉구하는 것까지 뭐라 하고 싶지는 않다. 지지할 의사도 있다. 구체적인 방도만 제시한다면 그렇다. 뒤에서 총 쏘며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전근대적 전투방식이 아니라 현대식 전략을 제시한다면 성원을 보낼 뜻도 있다.

하지만 없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기껏해야 약간의 돈을 지원해준다는 게 전부다. 그것도 길어야 1, 2년 동안만 지원하고 그래도 성적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다. 이래서는 바뀔 게 없다.

임실을 보면 안다. '임실의 기적'이 이틀 만에 '임실의 조작'으로 변태한 사실에서 알 수 있다. '기적'은 애당초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서울의 강남북을 보면 안다. 양쪽의 학력이 양쪽의 경제력·교육여건과 비례해 편차를 보인 사실에서 알 수 있다. 교사가 스트라이커라면 교육여건은 미드필더다.

행여 있을지 모른다. 임실 대신 '기적'의 사례로 꼽힐 지역이 숨어있을지 모른다. 99명의 '나태한' 교사를 압도할 한 명의 '헌신적인' 교사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부질없다. 차범근이라는 불세출의 스트라이커를 보유했으면서도 월드컵 16강 진출 꿈을 이루지 못한 데서 알 수 있다. 교육은 정부-학교-교사-학부모-학생이 한 데 어우러져 펼치는 집단경기다. 이런 집단 경기에서는 한 선수의 질주가 아니라 2인3각의 포메이션이 중요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못 사는 지역, 교육여건이 떨어지는 지역일수록 능력있는 교사를 집중배치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늘려야 하는데도 오히려 불이익을 경고하고 있다.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다시 보기 바란다. 아데바요르라는 세계적인 스트라이커가 아스널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는지, 그리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한국과 맞붙었을 때는 또 어땠는지 찬찬히 살펴보기 바란다.

교육은 땅이다. 뿌린 만큼 거두는 게 바로 교육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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