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은 전택노련 기금 투자와 관련된 거액 리베이트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권오만 사무총장(전 전택노련 위원장)에게 검찰 출두 및 사무총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내부 정리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한국노총이 밝힌 이번 비리 사건에 대한 입장은 올해초 기아차 광주공장 채용비리 등 잇따라 터진 노조 간부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한 노조의 입장 중 가장 원칙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노총, "비리 연루자 도와줄 이유 없다"...권오만 사무총장 검찰 자진 출두 촉구**
한국노총은 16일 오전 긴급 산별대표자 연석회의를 갖고 권오만 사무총장 등이 연루된 금품수수 비리 의혹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한국노총은 대표자 연석회의 직후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서민대중의 권익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일하는 노조 간부는 깨끗하고 도덕적이어야 한다"며 "이러한 때에 핵심 간부 몇몇이 거액의 리베이트 수수 사건에 연루된 것은 국민여러분과 조합원들에게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특히 (비리에 연루된) 노조 간부들이 죄가 있다면 있는대로, 없다면 없는대로 검찰수사에 응해야 한다"며 "그러나 10여일이 넘도록 도피하고 있는 데 대해 자괴감과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해, 권오만 사무총장이 검찰 출두 공언을 하고도 10일동안 잠적한 것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국노총은 이어 "한국노총은 비리 사건 연루자들을 옹호할 생각이 추호도 없으며 더더욱 이들의 도피를 방조하거나 도와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용득, "여의도복지센터 발전기금 의혹, 직접 해명하겠다"**
한국노총은 이날 연석회의에서 비리 연루 노조 간부 검찰 자진출두 촉구 등 몇가지 방침을 밝혔다.
방침은 ▲권오만 사무총장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임남훈 경남도본부 의장의 조속한 검찰 자진출두 촉구 ▲권오만 사무총장 직무정지 조치 및 사퇴 요구 ▲향후 개인적 비리 혐의에 연루되는 간부가 있을 시 동일한 원칙으로 처리 등이다.
한국노총은 특히 '여의도 복지센터 발전기금'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이용득 위원장이 직접 검찰에 출두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득 위원장은 "여의도 복지센터 발전기금 의혹과 관련해 한국노총의 조직적 차원에서 조사받거나 밝혀야 할 일이 있다면 스스로 검찰에 직접 출두하겠다"며 "어떤 조치도 피하지 않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개인적 비리로 치부하지 않겠다"...조직혁신기획단 가동**
한편 한국노총은 이번 비리의혹사태를 개인비리로 치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국노총은 "거액의 리베이트 수수사건이 개인적 비리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연루자들이 한국노총의 고위 핵심간부직을 맡고 있었다는 점에서 개인적 비리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며 "이들이 노조 내부의 직위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같은 입장 발표와 함께 16일부터 '노동조합의 도덕성 및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조직혁신기획단'을 구성해 가동한다고 밝혔다.
산별 조직 및 지역본부 실무간부 중심으로 꾸려진 기획단은 ▲외부감사제도 도입 ▲비리 연루자의 임원 진출 차단 ▲임원급 노조간부 재산 공개 ▲ 재정 자립도 제고 등을 논의해 내달 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구체적 방침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권오만 사무총장의 직무정지 처분 등은 이미 검찰 수사로 인해 혐의사실이 상당부분 드러난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로 평가되지만, 임원급 노조 간부 재산 공개와 이용득 위원장 직접 해명 등 부분은 한국노총이 이번 비리 사태에 대해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노조 비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노조에서 검찰의 기획수사 의혹이나, 개인 비리 수준으로 축소하는 것과 달리, 구체적 자정 대책을 공표하고, 스스로 개인 비리로 취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대목은 매우 이례적이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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