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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위기에서 사회 위기로

[MB정부 1년, 평가와 전망]<7> 기본 인식의 부재, 사회위기의 심화

<프레시안>과 <진보와개혁을위한의제27>('의제27', 공동대표: 정해구, 홍종학, 김호기)은 오는 이명박 정부의 집권 1년(2월25일)에 즈음하여 연속기획 '이명박 정부의 1년 평가와 2년 전망'을 마련했습니다. 12회에 걸쳐 이명박 정부의 국정을 다각도로 평가하고 전망하려는 이 기획의 일곱 번째 글로 이태수 현도꽃동네사회복지대 교수의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

연재순서

1. 기대와 환멸의 이명박 정부 1년 (바로가기)

2. 실용적 리더십의 그늘 (바로가기)

3. 섬기는 정부는 어디로 갔는가? (바로가기)

4. 한국경제의 역주행 1년 (바로가기)

5. 질주하는 신자유주의, 혼돈에 휩싸인 노동정책 (바로가기)

6. 대외경제정책과 지역주의 기조의 실종 (바로가기)

7. 복지위기에서 사회위기로 (2월16일)

8. 교육정책 (2월19일)

9. 환경정책 (2월20일)

10. 언론정책 (2월 23일)

11. 대미/남북관계 (2월24일)

12. 총괄 좌담 (2월25일)


사회복지. 사회구성원들의 행복한 삶을 각자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보장하려고 하는 집단적인 노력들.

잘 알다시피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집단적 노력들이 자본주의가 지닌 역동성과 효율성을 전혀 침해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자본주의의 경제적, 사회적 성과를 거두기에는 필수적이란 인식이 상당히 정착된 상태이다. 이들은 국가경제가 1년 동안 생산해낸 국내총생산(GDP) 중에서 반을 공적 재원으로 내놓고, 다시 그것의 반을 복지비용으로 지출하는 경향을 지녔다. 그리하여 OECD 국가들이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사회지출비는 GDP의 22% 내외에 이른다.

복지국가로의 안착, 이명박 정부의 시대정신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사회복지의 정당성과 당위성에 대한 인식의 토대가 미약하다. 10여년 전부터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진보 아닌 진보정부에서 겨우 복지에 대해 관심을 두기 시작한 이후 사회복지가 정책의 핵심영역으로 부상하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우리의 경제, 사회 전분야에 체질화되기에는 너무 미약하다. 당장 앞의 22%에 대한 우리의 수치는 8%에 불과하다. 우린 GDP의 1/4만을 공적재원으로 거두어 이로부터 1/4만을 사회복지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적어도 복지가 성장의 토대이자 목적이란 선진적인 명제 하에서 보자면 1998년 IMF 체제에서 10년이 흐른 2008년 체제의 시대정신은 '복지국가로의 안착'이었고, 이는 이명박 정부가 지닌 시대적 과제였었다.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적 대립 구도에 대한 인식을 벗고, 아동양육과 교육, 의료, 노후, 주거 등에 이르는 국민생활의 필수부분을 국가와 공공의 책임영역으로 설정함으로써, 개별 국민들을 시장과 경쟁의 야만성에서 보호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그 구체적인 과업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이명박 정권이 이런 관점에서 거둔 성적표는? 단순히 초라한 점수가 아니다.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5일 오전 안양 동안구 보건복지콜센터를 방문해 상담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청와대

사회정책에 대한 기본 인식 부재

우선 이명박 시대 1년에 보여준 전반적인 정책기조부터 정리해 보자.

아마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표현이 경제올인 정책이 될 것이다. 태생적으로도 현 정권은 천박한 시장주의와 경제지상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었던 데다가 미국의 금융위기발 신자유주의 위기 속에 국내 위기가 증폭되면서 더욱 더 경제에 올인하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지난 10년간 어렵게 조금씩 쌓아온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 담론은 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실종상태이다. 아예 사회정책에 대한 기본 인식이 없다할 정도이다.

둘째로는 부유계층 위주정책이라는 점이다. 부유계층에 대한 감세 및 종부세 환급 등의 추진을 주도하였고 이는 좋게 보면 적하효과(滴下効果, trickling-down effect)를 노린다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위 서울강남으로 대변되는 상층계층을 확고한 지지기반으로 하면서 이들의 여론선도 기능을 통해 몰계급적 서민의식을 교묘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구시대적 정책 패러다임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Lee-Man Brothers'로 상징되는 정책 핵심층의 사고가 물적 투자에 기초하는 이른바 '토건국가시대'의 발상에 그치고 있다. 대운하, 녹색성장 등에서 전형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식기반사회의 인적투자에 대한 개념 자체가 실종되어있다.

네 번째는 일천한 보수의 이념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전체를 '비민주' 나아가 '반민주'의 사회로 급속히 퇴행시키면서, 경제와 사회의 창발성과 자율성을 급격히 약화시키고 있다. 심지어 남북관계를 통한 경제사회적 돌파구조차 스스로 봉쇄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못해 서글프기까지 하다. 이로부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상승효과라는 20세기 후반 선진국의 기본덕목조차 상실됨으로써 민주주의의 퇴보는 그나마 한국자본주의의 성과까지도 여지없이 허물고 말 것이다.

'능동적 복지'마저도 폐기한 듯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이명박 시대 1년 복지분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결과는 무엇인가?

첫째, 근거 없는 '능동적 복지'가 횡행한 1년이었다. 애초에 능동적 복지라는 정체불명의 개념으로 모호한 출발을 시작하였으나, 1년이 가까운 지금, 능동적 복지라는 용어조차도 폐기된 듯 쓰여지고 있지 않고 있다. 복지정책에 대한 정권차원의 의지나 비전, 철학이 없는 가운데, 복지정책의 실질적 기조를 읽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 굳이 이들의 복지정책에 대한 특징을 기존의 개념으로 사후적인 규정을 내려본다면 권능부여국가(enabling welfare state)라고 분류할 수 있다. 이는 미국 부시행정부의 복지정책 상의 특징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그 핵심의 하나는 민간의 재원 동원이며 그 핵심의 다른 하는 경쟁과 효율위주의 민간전달체계 활용을 특징으로 하는 복지정책이다. 즉 국가와 공공성의 개념이 지극히 약화된 것이다.

셋째, 전(前)정권의 복지정책에서 신자유주의적 요소는 적극 전승하면서도 복지강화적 요소는 배제한 1년이다. 참여정부가 의료민영화, 바우쳐제도, 구매계약제 등의 기초를 깔았더니 이를 더욱 왕성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공공보육이나 복지재정확대는 아예 거부하고 있으며, 이전의 정부에서 어느 정도 형성된 아동수당, 보험사각지대 해소, 자영자소득파악 등에 대한 정책 공감대는 자취가 없다.

넷째, 복지정책의 사령탑이 부재하다. 이전의 정권에서는 정책콘텐츠를 갖고 관료들을 견제하며 정권의 핵심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일부 정책의 주도력을 지닌 일군의 진보적 학자군과 시민사회 리더들이 있었으나 현정권 하에서는 어떤 복지인사나 복지세력의 영향력도 직접적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는 듯하다.

청와대와 복지부에는 온통 기회주의적이거나 관성적인 행정력만을 보이는 관료들 판이며, 집권 여당 내에도 복지정책가는 전무한 상태이다. 10년 전에 그랬듯 복지에 대한 A, B, C 도 모르는 경제학자들이 복지를 포함한 사회정책 전반을 재단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올해 본격화될 제2의 경제위기에 대한 복지정책 차원의 대응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DJ정부 때 비록 사후적이지만 대담한 실업정책과 공공부조정책을 감행했던 것에 비해 현정부는 경제위기에서 민생을 지탱하는 정책 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차후 사회적 혼란과 민심의 급격한 이반에 대한 또 하나의 뇌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섯째, 일상적인 복지정책에서의 무능력 드러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개선 의지가 없다는 점, 아동·청소년 통합정책에서의 갈팡질팡 행보, 국민연금기금 투자 및 지배구조 개선의 미온, 복지계의 임금이나 노동조건 개선 의지 부재와 어설픈 전달체계 개편, 장애인차별금지제도의 좌초 등등이 그것이다. 보수적인 사회복지 현장에서 조차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종사자인력들의 민심 이반이 초래될 지경이다.

복지위기에서 사회위기로

이러한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2009년에도 기존의 복지정책기조를 지속할 것이다. 국가역할의 강화보다는 민간에 대한 부담 전가, 복지재정확대보다는 복지재정 내의 효율화, 공공성보다는 경쟁과 효율, 보편주의보다는 잔여주의 등이 그것이다. 이미 2009년도 예산의 편성과정에서 복지에 대한 소극적 발상이 명백히 드러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작년 10월 2일 이명박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09년 정부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예의 "일자리 창출과 성장 동력 확충, 그리고 서민생활 안정과 삶의 질 선진화"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강조하였다. 그 가운데 특히나 복지관련 예산은 정부의 일반회계 예산 증가율 6.0%를 뛰어넘은 9.0%여서 서민을 위한 복지정책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은 반증으로 삼고 있었다. 실제 총량면에서 볼 때 작년대비 6조588억 원이 늘어난 73조7104억원이 복지관련 예산 총액으로 확보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실제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여기에는 한 가지 숨길 수 없는 진실이 숨어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고 이명박 정부는 그렇게도 송두리째 부정하고 싶었던 참여정부의 복지정책에 의해 '말타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인 정황은 이렇다.

앞에서 말한 작년 대비 증가액 중 무려 5조2809억원은 참여정부가 이미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확대해 나가도록 함으로써 불가피하게 확충되는 몫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소위 능동적 복지를 추진하고자하는 의지가 실린 정책에 쏟은 재정은 7779억원에 불과하고 이는 9%의 증가분 중 고작 1.2%에 해당한다.

결국 이렇게 복지정책을 부실하게 취급함에 의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우리사회는 사회양극화 확대로 인해 생계형 자살, 가족해체, 실직자의 비참한 생활상, 중산층의 몰락 등 다양한 사회적 위기상이 속출할 것이다. 아마도 보수진영에서 조차 사회양극화에 대해 온정적 정책을 촉구하는 이견이 등장할 것이고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써 향후 한국사회는 전반적으로 멕시코류의 양극화사회, 미국류의 SICKO 사회, 남미류의 족벌사회 정도의 사회상을 향해 달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올해로 시행 1주년을 맞이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파행으로부터, 처절하게 신념을 고집하는 제주도지사가 다시 올해 추진하겠다는 의료민영화시도로부터, 복지재정의 축소로 인한 제반 사업의 상대적 축소로부터, 바우처제도나 서비스구매계약제 도입 등을 통해 민간영리까지 복지영역에 똬리를 틀게 되는 정책추진으로부터, 아니면 건강보험공단의 통합체제를 깨고 몇 개의 조합으로 나누어 운영하는 체제의 도입으로부터 민심의 동요나 불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경제위기의 대응책, 사람과 미래에 투자해야

그러나 무엇보다 결정적으로는 올해 정확히 가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화될 경제위기로부터 민생의 기반이 무너지고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 대응능력이 신뢰를 상실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내놓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위기대응책이 녹색뉴딜이 아니라 소위 '삽질뉴딜'이라 할 만큼 구시대적인 재정지출방식이므로 이는 경제위기의 근본적인 대응책으로서 거의 기대할 것이 없다.

경제위기의 진정한 대응책은 사람과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어야 한다. 핀란드가 1990년대 중반 경제위기 하에서 과감하게 교육과 복지에 집중 투자하여 오늘날 '노키아란드'로 불릴 만큼 통신강국으로서의 명성을 떨치게 되었듯이, 우리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서의 '사람', 즉 인적자본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5대 불안에 대한 사회적 대응장치를 철저하고도 과감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즉, 교육, 주거, 의료, 양육, 노후 등 5대 영역의 개인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적인 제도가 크게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무상교육, 공공임대형 주택, 의료보장성 80%수준 도달, 아동수당 및 무상보육, 기초연금제 등에 대해 대담한 정책적 전환이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결국은 보건, 복지, 교육 등 분야에서 수많은 '좋은 일자리(decent job)'를 탄생시키는 효과를 동반하면서 인적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정책의 과감한 전환을 하지 않으면 우리국민과 미래에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오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복지의 기반조차도 공공성이 아니라 민간과 경쟁의 논리로 계속 접근한다면 복지국가로의 안착이란 시대명제를 완전히 일그러뜨리는 일임을 역시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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