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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성남비행장을 옮기자"

[기고] "대통령의 '나 홀로 판단'을 경계한다"

성남비행장 근처에 롯데의 초고층 빌딩 신축을 허가하는 문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 측인 공군의 현역 조종사들은 활주로의 각도만 조정하면 안전에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고, 예비역 조종사들은 심각한 문제가 터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지금의 비행장 구조를 변경해서 군사목적상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설명을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는 지난해, 아무리 발병 확률이 낮다 하더라도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안 된다고 촛불을 밝혔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고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행장의 구조 변경은 군사작전상의 조치이며 비행장을 옮기는 문제는 국가정책 및 군사전략과 관련된 문제다. 총체적인 국가전략은 군사· 외교· 경제· 교육· 과학· 문화 ··등 각 분야를 포괄하며 이들 개별전략에 우선한다. 즉 '군사전략'은 '총체적 국가전략'의 하위개념이다. 또한 '군사작전'은 '군사전략'의 하위 개념이다.

▲ 제2롯데월드 공청회에서 한양대 조진수 교수가 모형을 통해 항공기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들의 관심사인 롯데 초고층건물 신축 문제는 비행장과 맞물려 있어서 국가전략 및 군사전략적 판단이 따라야할 사안이다. 지금처럼 순전히 전술적인 사고 수준에서 군부의 의견만을 물어 결정할 내용이 아니다.

특히 우리 군은 그동안 국방과 관련된 정책적, 전략적 판단을 할 수 있는 훈련의 여건을 갖추지 못해 이 분야 업무가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고려해야할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우리 군이 금과옥조로 중시하고 있는 '한국방어계획 5027'은 어디까지나 작전계획이다. 그 상위 문서인 '전략기획 목표'를 기준으로 하여 작성된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됐건간에 우리 군은 지금까지도 독자적인 '군사전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여러 전문 군사용어로 개념화돼 구성된 합동참모 본부의 관련문서들 가운데 거의 전부가 미군 것을 그대로 베껴서 형식만 바꿔 보유하고 있는 것들이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군사정책, 군사전략 등 두뇌부분은 완전히 미국 것이다. 즉 미국의 국가이익과 미국의 국방정책 및 군사전략, 그리고 그들의 전구 작전계획을 뒷받침하고 복무하기 위해서 우리 군이 존재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한미상호방위 동맹에 의거 합동으로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위 '작계 5027'을 실행에 옮기는데 필요한 세부계획을 작성하고 훈련하는 역할 정도만 해온 것이다.

작전 및 전투적인 사고 수준만을 요구되는 이런 상황이 오래도록 지속되어온 결과 우리나라 국방 분야의 전문가들이나 고급간부들은 고유의 군사사상은 물론 독자적인 국방정책 및 군사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다.

그 결과, 이를 구상 연구발전 시킬 수 있는 두뇌집단의 형성이 되지 않았음은 물론 고급간부 출신들 거의가 정책적, 전략적 사고의 판단에 익숙하지 못하고 작전 수준의 전투적인 사고 영역에 맴돌고 있는 실정이라 할 수 있다.

작금의 초고층 건물 신축계획을 두고 국방부와 예비역 고급간부들 간에 갑론을박 논쟁하고 있는 내용의 수준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작전 및 전투적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행기가 부딪칠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앞에서와 같이 "국가정책←국방정책 ←군사전략 ←군사작전"의 단계로 구분해 파악해볼 때에 최하위 개념인 군사작전 상의 문제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중요치 않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만약 국가 정책 및 전략상 그리고 군사정책 및 군사전략 면에서 판단하여 초고층건물을 신축함이 유리하며 꼭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면 작전상의 문제는 그 다음의 고려사항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대통령의 '나 홀로 판단'에 의한 지시나 의중을 맹종 맹신하여 결정 추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정상적인 국가경영 체계가 아니다.

정부는 위와 같이 보다 본질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에서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여 이를 기준으로 문제에 접근하여 해결하려 노력해야할 것이다.

전략을 새로 짜 결정하면 문제 되지 않을 전술적 수준의 극히 지엽적인 차원에 매달려 토의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면 국면은 점점 더 어렵게 전개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책과 전략의 큰 그림을 주도적으로 그릴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게 정부다. 왜 그리 변명으로 일관하며 잔꾀만 부리려는 듯 보이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정정당당하고 떳떳하기를 바란다.

우선 상식 수준에서 현재와 미래의 전쟁 상황과 전쟁 형태를 상정해 놓고 발상을 전환해 보라. 비행장이 꼭 북쪽에 가까워야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고려할 수 있는 가상 적은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심지어 미국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분당과 서울의 중간 도심지인 그곳에 꼭 비행장이 있어야할 필요가 있겠는가?

전쟁은 목적이 아니다. 국민의 안녕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비행장은 전쟁발발초기에 적의 주요 공격 목표가 된다. 주변 성남 분당 강남 일부까지의 주민들은 불구덩이에 그대로 둘 것인가?

수도권의 균형발전과 주민의 행복추구권이란 면에서도 지금까지 너무나 엄격한 개발 제한의 불리함을 견뎌온 주민들의 입장을 심각히 고려해야할 것이다. 또한 인구와 경제력 등 국가의 핵심 역량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을 공중방위하기 위해서라도 비행장은 그 밖에 있어야 한다.

"국빈 왕래의 편의 때문에…" 이 따위 시대착오적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아예 논의할 필요도 없다. 해오던 식으로 그냥 밀어붙이면 될 태니까. 아무리 그러더라도 작전상의 문제점이 심각히 노출된 롯데 고층건물 신축은 안 된다.

만약 비행장을 옮긴다고 결정했을 때, 냉전적 안보의식에 기대어 무조건 쏟아내는 비난에 귀 기울일 필요는 없다.

전투적 사고에 찌들어 있는 그들은 언제나 그래왔으니까, 대다수 국민들이 수긍할 만한 고차원적 정책 대안을 떳떳이 제시하라. 바로 성남비행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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