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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축소, 명분 하나라도 대봐라"

인권단체들 "MB정부 반인권적 행보, 극으로 치달아"

지난 11일 행정안전부가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을 30% 축소하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인권단체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13일 전국 41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적·반인권적 행보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드려고 시도하는 등 인권위 무력화 시도를 계속해왔다"며 "결국 이번에는 인권위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키는 조직 축소 방침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연석회의는 이번 결정에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인권위는 지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 집회에서 인권 침해에 대한 발표를 한 뒤 더욱 이명박 정권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법무부와 국방부 등을 예로 들며 "타 조직은 최소 0.002%에서 최대 2%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국가인권위는 진정·상담·민원의 건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30%를 축소한 저의가 궁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인권단체연석회의는 13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 축소 방안을 규탄했다. ⓒ프레시안

"축소 아닌 증원해야 할 판"

현재 행정안전부가 밝힌 국가인권위원회 축소 방안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부산, 광주, 대구 등 3개 지역 사무소 폐쇄 △현 5국 22과 체제인 조직을 3국 10과로 축소 △정원을 208명에서 146명으로 감축 등이다. 행정안전부는 국가인권위가 이를 거부할 시 대통령령으로 되어 있는 국가인권위 직제령을 개정해 강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연석회의는 "진정, 상담, 민원의 건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는 것에 반해 인력 증원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축소가 아닌 조직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530여건의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으나 처리율은 48%에 불과했다.

또 행정안전부의 '정부조직관리지침'에 의하면 1개 과의 경우 최소 10명 이상, 평균 15명 이상으로 구성돼야 한다. 그러나 인권위는 1개 과 직원이 평균 7.8명에 불과하며 5명으로 구성된 과도 5개이다. 연석회의는 "행정안전부가 밝혔듯 인권위는 '정부조직관리지침'에도 못 미치는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인권위의 인력 증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지역 사무소 폐쇄와 관련해 "접근이 어려운 지역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최근 4년간 3개의 지역사무소에서 면전 진정과 상담 민원의 건수가 대폭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등급 인권기구를 스스로 축소한다니..."

한편, 인권위 축소는 현 정권의 수준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망신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A등급을 받은 국가인권기구로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OC) 부의장국을 맡고 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인권위의 축소는 유엔(UN)인권이사회에 참여하는 우리나라의 국제 위상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늘 말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전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에 한국 인권의 수준을 알려 부끄럽게나 하지 마라"며 "인권위를 축소할 바엔 차라리 UN이사회를 탈퇴한 다음 실행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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