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미분양주택 매입자의 양도세를 면세하고 일자리 나누기 기업에 추가 공제혜택을 주는 등 다방면에 걸쳐 추가 감세안을 내놨다. 특히 민간주택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양도소득세 감면 등 지난 참여정부 때 부동산 규제를 사실상 완전 무력화하는 조치도 마련했다.
경기 침체를 막고 민생안정을 도모한다는 게 목표다. 정부·여당은 이번 달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모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만으로는 경기침체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 정책의 경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세금 깎아 경기 활성화
정부가 12일 발표한 '2월 입법추진 세제개편안'은 지난해 말 발표한 대규모 감세에 이은 추가 감세조치 성격이 짙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6만 호가 넘는 미분양주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세금을 대폭 깎아준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대책발표일(12일)부터 올해 말 사이에 신축주택을 취득할 경우 향후 5년 간 양도세 전액이 면제된다. 과밀억제권역 중 서울을 제외한 지역(인천, 의정부 등 경기도 14개 도시)의 신축주택을 구입했을 경우는 5년 간 양도세 절반을 감면해준다.
주택을 구입한지 5년이 지나 양도차익이 발생할 경우는 따라서 일반세율(6~33%)만 적용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연 3%, 최대 30%) 혜택도 주어진다.
미분양주택에 투자하는 미분양주택펀드(CR-REITs) 투자자도 세제지원을 받는다. 미분양주택펀드가 투자한 미분양주택과 주공이 매입한 미분양주택에 대한 종부세는 전액 면제된다. 매입한 미분양주택을 양도할 경우에는 법인세 추가과세가 면제된다. 이전에는 양도차익에 대해 30% 세율로 법인세를 추가과세했다.
고용안정을 위한 세제지원안도 내놨다. 정부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노사 합의를 통해 임금삭감을 하는 대신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을 경우 임금삭감액의 절반을 추가 공제해주기로 했다. 임원을 제외한 퇴직자의 경우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퇴직소득세액의 30%를 공제해준다.
이밖에 정부는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지난해 말 금융기관에 분배키로 한 부실채권정리기금 잔여액 7000억 원에 대해서도 2000억 원을 법인세로 걷고 나머지 5000억 원은 금융소외자 재활을 돕기 위해 신용회복기금에 출자키로 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참여정부 부동산 규제 호흡기 떼
한편 정부는 지난 2007년 9월 시행된 민간주택의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분양원가 공개제도 역시 민간택지에 한해 폐지된다. 그러나 공공택지에서 건설되는 주택의 분양가상한제 및 원가 공개는 유지된다.
이는 여당이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부동산 규제 완화정책 결정판으로, 국회 통과시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제외한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규제책이 모두 사라진다.
강남 3구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 허용 등 개발 호재로 강남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예결위원장은 부동산 투기심리 자극을 우려했으나 최경환 수석정책조정위원장은 "(강남 3구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관련해) 조속히 해제토록 할 것이다. 이번 달 안에 부동산가격안정대책심의위원회만 개최해서 의결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 "실효성 부족, 부작용 우려"
이번 대규모 세금감면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우선 지적했다. 세금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실제 강남의 경우를 제외하면 여전히 전국 부동산 시장은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특히 양도세 감면을 예로 들며 "주택가격이 지금 구입 때보다 올라야만 양도차액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경기 전망이 나쁠 때는 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주택정책이라는 게 특별히 효과가 없다면 굳이 지금 규제를 풀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 3구 규제 해제와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변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결국 너무 높은 가격의 주택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인데 이는 수요 촉진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건설업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자금 지원이나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며 "만약 시간이 지나 주택가격이 다시 오를 때는 규제를 도입한다손 쳐도 이미 가격에 불이 붙어 도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변 교수는 또 "정부의 논리가 '시장 정상화'를 위한 조치라는 것인데 지금 시장이 비정상적인데 '정상적'인 조세 제도를 만든다고 제대로 작동할 리가 있겠느냐"며 "차라리 정부에는 '비정상적'인 특수 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 역시 "세금정책만으로 시장이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지금 정부로서는 뭐든 해봐야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정부의 일자리 세제정책의 효과 역시 단기적 미봉책에 그쳐 추가 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단기적으로 위기를 겪는 회사라면 이번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 대안은 되지 못한다. 특히 구조조정이 이행돼야만 하는 경우에는 발생하는 실직자를 위한 안전판을 제대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단행된 대규모 감세 정책에 이어 이번에도 감세 조치가 나와 적자재정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성장률 하락으로 세수가 줄어드는 데다 올해만 13조5000억 원 규모의 감세가 예정된 마당에 추가 감세는 안 그래도 빈약한 정부 재정에 추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를 빠르게 벗어나지 못한다면 재정적자가 자칫 장기화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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