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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한나라당의 '노인우롱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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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한나라당의 '노인우롱史'

[오건호 칼럼]어르신마저 'MB OUT'에 나서게 하려나?

지난 2월 5일 이명박대통령은 안양시에 있는 보건복지콜센터(129콜센터)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서민복지를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기획 행사였다. 이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헌 봉고차 한대를 가졌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한 한 모녀가구를 소개하며 신빈곤층 사각지대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점상 할머니에게 목도리를 감싸주었듯이, 국민의 아픈 구석구석을 챙기려는 대통령의 배려로 모녀는 기초생활급여를 받고 임대주택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대통령의 '목도리와 콜센터 이벤트' 행사장을 벗어나면 정작 중요한 복지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는 주역들이 등장한다. 다름 아닌 대통령 자신과 한나라당이다.

▲ 지난 연말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깜짝 방문해 만난 박부자 할머니 얘기는 정부 쪽에서 이 대통령이 얼마나 저소득층 노인들의 생활에 신경을 쓰는지 강조하는 사례로 지겹도록 언급됐다. 하지만 정작 이명박 정부는 노인 복지 관련 예산을 앞장 서서 줄이고 있다. ⓒ청와대 제공
경제위기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띄는 대상이 노인들이다. 지하철 선반 위에 놓인 무가지 신문이라도 모아야 하는 세상이다. 이미 우리나라 노인인구 수는 현재 500만 명을 넘어 10명 중 1명이 노인이고, 2018년에는 노인인구가 700만 명(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이를 예정이라는데, 대다수 노인들은 별다른 대책 없이 불안한 노후로 달려가고 있다.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129콜센터를 찾은 대통령은 과연 서민의 노후를 진정으로 생각했을까? 자신들이 얼마나 어르신들을 우롱해 왔는지 알고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기초노령연금을 두고 벌인 노인우롱의 역사를 고발한다.

2004년 17대 국회 개원: 기초연금 월 30만원 지급하겠다!

2004년 17대 국회가 개원하자 한나라당은 주위를 놀라게 하는 노인정책을 발표했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월 30만 원을 지급하겠다며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기초연금안은 2006년에 9% 급여율로 시작해 매년 0.5% 포인트 씩 인상하여 2028년에 20%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기초연금의 급여율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약 150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되기에, 금액으로 환산하면 2006년엔 14만 원이고 2028년에 30만 원이다.

이 제안이 파격적이었던 이유는 소요재정 때문이었다. 당장 도입 첫해에 8조 원이, 노인 수가 늘어나는 2030년에 91조 원(GDP 5.5%)이 필요하다(2006년 불변가격). 부유세를 도입해 국가재정을 대폭 늘리자는 민주노동당이라면 모를까, 감세를 주장하며 작은 정부를 주창하는 한나라당이, 그것도 민주노동당안(15% 급여율) 보다 더 높은 기초연금을 꺼내놓았기에 모두 어리둥절했다.

한나라당이 기초연금에서 과감한 행보를 보인 이유는 2002년 대선의 뼈아픈 기억 때문이다. 당시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 패배한 이유 중 하나가 노후 의제에서 밀렸다는 것이었다. TV토론에서 이후보가 '미래 재정을 감안해서 급여를 깎을 수밖에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노 후보가 이를 놓치지 않고 '용돈연금론'을 꺼내들며 이 후보를 궁지로 몰아넣었고, 한나라당은 졸지에 불효정당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 당선 이후 자신이 그토록 비판했던 연금 급여 인하를 국정 핵심과제로 추진했다!).

이에 한나라당이 다음 대선을 준비하며 공을 들인 대상이 노인이었다. 한나라당은 2004년 17대 국회가 개원하자 내부에 연금팀을 꾸렸고 마침내 12월 월 30만 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노후 의제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행보가 돋보였다.

2007년 빅딜국회: 사립학교법 개정 위해 기초연금 반토막 내

하지만 한나라당 내부에는 드러내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 재원 방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는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였으나 경제계의 비판에 부딪혀 철회되면서 '재원방안' 없는 기초연금이 생겨난 것이다. 한나라당은 강력한 국가재정이 요구되는 기초연금 도입과 국가재정을 줄이는 세금 감면을 동시에 주장하는 이상한 정당이 되어버렸다.

이때부터 한나라당의 노인 우롱사가 시작된다. 한나라당의 기초연금은 경로당에 전달하는 선물로는 최상이었으나 공론의 장에서는 결정적 결함을 지닌 상품이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노인 문제를 강조할 때면 기초연금을 꺼내놓지만 실제 법안심의나 정책논의 과정에서는 이를 뒷전으로 미루는 한나라당의 '이중생활'이 펼쳐진다.

첫 번째 우롱은 2007년 7월 이루어졌다. 당시 한나라당은 사학 재단의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고자 했고, 열리우리당은 오랫동안 끌어왔던 국민연금법 개정을 마무리하고자 했다. 빅딜이 이루어졌다.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얻는 대신 국민연금의 급여 인하를 용인하고 기초연금의 급여율 목표를 애초 20%에서 10%로 절반 낮추었다. 사학재단의 지지도 얻어내면서 재원 없는 기초연금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일석이조의 행보였다.

그 결과 지금의 기초노령연금이 탄생했다(이후 법안명을 따라 기초노령연금으로 용어 정리). 도입 첫해인 2008년에 전체 노인의 60%에게 급여율 5%의 연금(월 8만4000원)을 지급하고, 장차 20년 후에 10%에 도달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기초노령연금은 한나라당 자신에 의해 절반으로 반토막 나는 기구한 운명을 맞았다.

2008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선 석달 만에 공약 뒤집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다시 기초노령연금을 꺼내들었다. 열린우리당과 합작하여 기초노령연금을 훼손한 지 다섯 달만에 노인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대선 투표일을 며칠 남긴 12월 10일, 이 후보는 대한노인회가 주관한 후보토론회에서 "어르신들에게 버스비를 주다가 안주는 것은 잘못이며, 오히려 다른 것도 드려야 한다"며 "예산을 절감하면 (교통수당) 1만5000~2만 원은 부담이 안 되며 기초노령연금도 20만 원까지 드릴 수 있다"고 약속했다. 이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임기 5년 안에 기초연금을 20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수용해 발표한 것이었다. 이듬해에 8만4000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던 노인들로서는 이제 연금액이 2배 이상 올라갈 것으로 기대할만 했다.

그러나 이 공약은 대통령 당선과 함께 사라졌다. 대통령인수위위원회는 재원 조달을 이유로 사실상 인상안을 폐기하였다. 노인들 앞에 서서 '어르신'을 연발하며 약속한 공약이 불과 세 달 만에 없던 일로 되었다.

2008·2009년 이명박 정부: 기초노령연금법 위반, 교통수당 폐지

기초노령연금 말 뒤집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대선 공약을 버렸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급여율 상향 작업을 명시한 기초노령연금법 마저 무시하고 있다.

2007년 7월 사립학교법과 연금법 빅딜로 잠시 되돌아가자. 당시 개정된 연금법의 핵심내용은 국민연금 급여율을 향후 20년 동안 60%에서 40%로 낮추고 대신 이 축소분을 보전하는 의미에서 기초노령연금을 같은 기간에 5%에서 10%로 인상하는 것이다. 그런데 양 연금의 인하와 인상 방식이 다소 다르게 결정되었다.
국민연금 급여율은 2007년까지 60%였던 급여율이 이듬해인 2008년에 50%로 낮아진다. 이어 2009년부터 매년 0.5%포인트 씩 인하되어 2018년에 45%가 되고 2028년에는 40%에 도달한다. 인하 방식이 법에 명시된 것이다.

반면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총론만 명시되고, 구체적 상향시기와 방법은 2008년 1월부터 국회에 설치되는 연금개선위원회에서 정하기로 했다(기초노령연금법 부칙 제4조의2). 국민연금 인하는 '현금'처럼 바로 이루어진 반면 기초노령연금 인상은 '어음'으로 처리된 셈이다.

그러나 연금개선위원회 설치는 1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이를 모른 체 하고, 국회를 장악한 한나라당 역시 이것을 무시한 탓이다. 그 결과 국민연금 급여율은 작년에 50%, 올해 49.5%로 낮아지지만, 기초노령연금액은 인상되지 못하고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5%에 머물러 있다.

노인우롱의 역사는 2009년에도 계속된다. 올해부터 지자체가 월 1만2000 ~1만8000원 씩 제공하던 교통수당이 전면 폐지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대대적 감세로 지방으로 이전되는 지방교부금, 부동산교부금 등에서 약 5조 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이를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역시 대선 공약을 어긴 것이다.

MB의 노인우롱은 언제까지?

노인우롱사가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가? 처음 급여율 20%로 시작한 기초노령연금이 사립학교법과 빅딜하며 10%로 줄어들었고, 이제는 법마저 위반하며 5%로 사실상 동결되고 있다. 주위를 놀라게 하며 등장했던 기초연금이 결국 반의 반토막났다.

기초노령연금은 도입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미래 노인복지를 담당할 중추적 기둥이다. 올해는 지급대상이 전체 노인의 70%로 확대되어 수급자수가 작년 288만 명에서 334만 명으로 46만 명 늘어난다. 이명박 정부가 마치 자신의 성과인양 자랑하지만, 2007년 기초노령연급법 개정에서 지급대상이 2008년은 노인의 60%, 2009년은 노인의 70%로 정해진 결과다.

올해 기초노령연금에 소요되는 재정도 3조4000억 원으로 작은 금액이 아니다. 기초노령연금이 가지는 영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것이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소중하게 키워야할 제도이다.

이번 2월 국회에서 시급히 연금개혁위원회가 설치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회에 연금개선위원회를 설치해 법을 준수해야 하고, 이 기구에서 조속히 기초노령연금 상향방식을 정해야 한다. 더 이상 노후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선거용 사이비 공약, 서민을 현혹하는 이벤트 상품으로 전락되어선 안 된다. 이러다간 어르신들마저 'MB OUT'을 외치며 거리로 나올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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