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포클레인으로 찍고, 밟고…진짜 도심 테러를 보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포클레인으로 찍고, 밟고…진짜 도심 테러를 보라"

[동영상] 재개발 세입자 "용역 깡패 폭력…지옥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용산 참사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발표한 것과 동시에 재개발 사업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재개발 대책 또한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재개발 지역 당사자들은 용산 참사 이후에도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한탄했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용역업체의 폭력, 방관하는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참사 이후에는 검찰까지 가세해 세입자를 옥죄고 있다는 것.

지난 11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는 용산4구역을 비롯한 각 재개발 지역에서 자행되는 용역업체의 폭력에 대한 증언 대회가 열렸다. 증언 대회에 참석한 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건지 답답하다", "지금 우리는 지옥에 살고 있다"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또 용역업체의 폭력을 입증하는 사진과 동영상도 공개됐다.

"수십 년간 계속된 폭력…처벌은 없었다"

"(편의점에서) 용역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욕을 한다. 주인이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늦게 출동했다. 억울한 점원이 용역업체 사무실에 아까 나를 협박했던 사람들이 있으니까 잡아가라고 했다. 경찰이 30분 동안 잡을 권한이 없다면서 발을 뺐다.

점원이 용역업체 사무실 문을 열고 드러누웠다. 그때서야 경찰은 지목한 두 사람을 데리고 나왔다. 조사를 하며 경찰은 피해자에게 증거가 있냐고 묻는 식이었다. CCTV를 가지고 왔더니 그제서야 용역업체 직원들이 빌어서 각서를 쓰고 끝났다. 이런 일이 한두 건이 아니었다. 맞거나 협박을 당했지만 경찰은 주민들 말을 믿기는커녕 귀찮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0일부터 용산4구역 주민들을 인터뷰하며 강제퇴거 실태 조사를 벌였던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진상 조사단' 미류 활동가는 "2008년 2월, 관리처분인가가 나기 전부터 철거용역이 지역에 상주하며 폭행, 협박, 영억방해, 성희롱 등을 일상적으로 자행했다"며 "주민들이 신고해도 경찰은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류 활동가는 "주민들이 어제는 누가 맞았고, 오늘은 누가 맞았다 등의 얘기를 나누는 일이 1년동안 한 동네 안에서 진행됐다"며 "행위 하나하나가 폭력죄, 경범죄로 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 년간 반복된 이런 범죄를 처벌하지 않으면 용산 같은 사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철거업체 문제를 직원의 문제만으로 환원할 수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용산4구역에서 15년간 식당을 운영했던 최순경(67) 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당한 강제퇴거의 순간을 설명했다.

"명도 집행이 한달 남아 있어서 걱정은 들었지만 열심히 장사했다. 그런데 11월 4일 오전 10시 법원 집행관 2명과 용역 200명이 와서 저희 집을 몇겹으로 둘러쌌다. 내가 말했다. 2시간 있으면 예약한 손님 몇십 명이 오니까 끝나고 하면 안 되냐고. 요구를 말살했다. 모든 걸 포기하고 밖에 나왔다. 가게 물건을 전부 실어간 다음 제가 보는 앞에서 도끼를 들고 집을 전부 부쉈다.

그전에도 용역들은 쓰레기를 다 가져와서 가게 문 못 열게 행패를 부렸다. 점심시간에 식당에 와서 삼삼오오로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서 손님을 내쫓았다. 그렇게 고통을 주면서 나가게끔 했다. 한 달 여유가 있는데도 강제집행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법이구나'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검찰, 용산 참사 이후 세입자 조직 재수사"

"용산 참사가 일어난 뒤에도 세입자 보상이 잘못된 거 같다며 조합에 이의를 제기했더니, 옆에 있던 용역 직원이 '너는 이사가지 말아라. 포클레인으로 찍어죽일 때까지 여기 살아야 된다'고 협박을 했다."

뉴타운으로 지정된 서울 동대문 왕십리에서 온 이지연 씨는 "관리처분인가가 떨어지고 나서야 철거가 시작되는 걸로 알고 있었다"며 "그렇지만 사업시행인가가 난 직후부터 용역깡패들이 상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관리처분인가를 빨리 내기 위해서 세입자들이 자기 권리를 알기 전에 쫓아내려고 용역들이 아기가 자고 있는 새벽까지 집으로 찾아와 언제 이사갈거냐고 묻는다"며 "이건 극히 작은 폭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창문으로 내다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는 이유로 한 여성을 30~40명 깡패가 짓밟았다"며 "그러면서도 철거가 아니라고 우기는, 그 형태는 어느 지역이나 계속 똑같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왕십리뉴타운 2구역 세입자대책위원회 임흥규 위원장은 "용산 참사 이후 검찰이 세입자 조직을 없애버리려는 것 같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용역이 폭력을 휘두르는데도 경찰이 방관을 했다"며 "그래서 세입자 주거권을 위해 도로를 점거했는데, 그날 주민 39명이 연행됐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넘겼고, 검찰은 처음에 위원장만 재판에 회부하겠다더니, 참사 이후에는 세입자 39명 전원에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했다"며 "검찰은 지난해 12월 포클레인 작업을 저지하다 연행된 것까지 문제삼아 다시 나서서 재수사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속옷 하나 못 챙기고 맨몸으로 쫓겨났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재개발 지역에서 온 한 주민은 "작년 10월 10일에 집이 부서진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말을 이었다. 그는 "10월 9일 밤, 저녁을 먹는데 양복 입은 신사가 와서 종이조각을 줬다"며 "아무것도 몰라서 옆집에 가지고 가서 보여줬더니 동네분들이 철거한다는 것 같다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웃들이 사람이 사는 집은 부수지 않으니까 지켜주자며 우리집으로 모였다. 다음날 오전 10시쯤 되니 용역들이 집에서 나오라고 하더라. 나가면 다시 못 들어올 것 같아서 버텼다. 용역이 소화기 같은 걸 방안으로 쏘았다. 아무것도 안 보였다. 연기를 마셔서 지금도 목이 아프다. 끌려나올 때 안에 있는 속옷이라도 가지고 나오겠다고 했는데 막았다. 아무것도 못 가지고 맨몸으로 쫓겨났다. 저희들 짐을 다 어디로 묻었는지 모른다."

지금 이웃집에 방 한 칸을 얻어 살고 있다는 그는 "우리가 지나가면 용역들은 '질긴 년들, 아직도 버티고 산다'며 욕을 한다"며 "아이들은 집에 들어오질 않고, 남편은 충격 때문에 아직도 일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에도 용역들이 현수막 하나를 떼려고 쇠파이프, 낫, 몽둥이를 들고 서 있었다"며 "지금 우리는 지옥이다. 말은 재개발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가정 파탄"이라고 호소했다.

당시 철거 현장에 같이 있었던 이효성 씨는 "재개발 지역으로 되는 순간부터 세입자 동네에는 법이 없어지고 용역들이 법을 집행하는 집행관인 것 같다"며 "넉넉한 삶은 아니었지만 이웃끼리 재미있게 살던 동네 자체가 죽음의 동네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폭력에 당하는 걸 방치하는 관할구청이나 경찰을 보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건지 답답하다"며 "용산뿐만 아니라 나머지 지역도 다 똑같다"고 덧붙였다.

"조폭-조합-시공사-관청-경찰의 공조"

증언대회에 참석한 조동진 진보신당 기획국장은 "소위 용역깡패들이 개발이 진행 중인 동네에 일상적으로 상주하거나 배회하면서 각종 폭력과 인권 침해를 일삼고 강제퇴거를 담당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익숙하게 여겨지기도 한다"며 "바로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동진 국장은 "세입자들은 개발 과정에 대한 정보 자체가 막혀 있고, 대부분 개발사업 마지막 단계에서 보상책 등 본인과 관련된 사실을 알게 된다"며 "하루아침에 집에서 쫓겨나고 가게를 잃게 생겼지만 진지한 협상의 기회는 원천적으로 차단되며 용역업체의 일상적 폭력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개발 현장에 폭력이 난무하는 것은 조직폭력 세력이 정비업체, 철거업체, 경비업체를 운영하면서 개발 이권에 개입하기 때문"이라며 "경찰은 용산에서도 나타나듯 용역업체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조 국장은 "개발이익의 공통점은 개발사업 기간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는 것"이라며 "용역업체의 배후에는 개발기간 단축을 노린 조합, 시공사, 관청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용산4구역 재개발에서 삼성물산은 2010년부터 분양에 따른 개발이익을 제외하고 매년 867억 원씩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고 한다"며 "뉴타운 공약을 발표한 용산구청장 역시 자기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으면서 주민들을 몰아내는 전면 재개발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공개된 각 지역 재개발 현장에서 벌어지는 용역업체의 폭력 사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