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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로 돌아간 명동성당…경찰 '원천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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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로 돌아간 명동성당…경찰 '원천 봉쇄'

경찰 "성당이 요청해서" vs 시민·사회단체 "해외 토픽감"

"신자세요?"

11일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 '봉사'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수위는 성당을 찾은 이들에게 일일히 신분을 물었다. 방패를 든 수십 명의 경찰이 그의 뒤에 두 줄로 서서 벽을 만들고 있었다. 대답에 따라 그 벽은 열리거나 닫혔다.

사회단체로 구성된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기자 회견을 가진 뒤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철야 농성을 벌일 예정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와 진압의 책임자인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 원세훈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처벌, 그리고 검찰의 재수사 등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명동성당에는 경찰이 먼저 도착해 모든 입구를 봉쇄했다.

경찰은 "성당 측에서 시설 보호 요청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성당 관계자는 "(농성을 하면) 성도들에게 피해가 가고, 촛불 집회를 하면 화재 위험이 있다"며 "시설 보호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책위 관계자는 "급하게 결정하고 우리가 성당 쪽에 미처 알리지 않았던 농성을 성당에서 먼저 알고 경찰에 연락했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경찰이 먼저 성당에 농성 일정을 알려줬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결국 경찰보다 먼저 도착한 20여 명의 대책위 대표자는 봉쇄한 경찰들 뒤 들머리에, 10여 명은 경찰 앞에 서서 기자 회견을 시작했다.

▲ 11일 용산 참사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명동성당 앞에서 철야 농성을 시작하려던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성당 앞에서 경찰에 막혔다. ⓒ프레시안

대책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공동의장은 "우리는 세기에 없는 용산 살인 사건의 만행을 규탄하려는 것"이라며 "교회와 성당 앞을 경찰이 이렇게 막아놓은 것은 해외 토픽감"이라고 말했다. 박래군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명동성당 들머리를 이렇게 경찰이 막은 풍경이 1980년대와 똑같다"며 "사회가 그 시절로 후퇴한 걸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는 "두말할 여지가 없다"며 "남대문경찰서장은 김석기 서울경찰청장과 같이 자진 사퇴를 하거나, 그러지 않으려면 당장 이런 행동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그는 "무지막지한 참사를 벌이고 김석기의 자진 사퇴로 해결하려 한다"며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진해야 할 시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 회견이 끝난 뒤, 대책위 관계자 20여 명은 성당 들머리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우선적으로 오는 14일 4차 범국민추모대회까지 철야 농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내내 성당 앞을 막은 경찰의 통제는 계속됐다. 수위는 천주교 신자라며 성당 안 화장실을 이용하러 가겠다는 방문객에게 "신도가 맞냐"며 세례명을 물었다.

▲ 경찰의 제지로 인해 결국 경찰보다 먼저 도착했던 20여 명만이 농성을 시작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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