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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노조 부패, 분파와 기업별 노조 때문"

배규식 노동연구원위원, "내부감독 강화, 산별노조 전환해야"

올해 초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와 항운노조 일부 간부 채용비리사건을 필두로 한국노총 핵심 간부의 기금 수뢰, 현대자동차 노조 간부 채용비리에 이르기 까지 노조 간부의 비리 연루 사건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노조 간부 비리 사건이 날 때마다 노동계는 '개인비리'라고 사건 성격을 규정하는 한편, '대국민 사과' 및 '조직 혁신' 등을 내걸고 '자정'을 약속하지만, 누구도 또다시 노조간부의 비리 행위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나타나는 노조 간부 비리는 "예외적이고 부분적인 것이 아닌 구조적인 것"이며 "노조 지배구조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배규식, "노조 간부 비리, 구조적이고 뿌리깊다"**

노사관계전문가인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0일 '노동조합 지배구조의 위기'라는 제하의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배 위원은 일단 연이어 터지고 있는 노조 간부 연루 비리 사건은 구조적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노조 간부 비리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뿌리깊은 관행으로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검·경에 의해 적발된 노조간부들의 부패와 관련 비리사건들과 같이 노조간부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하거나 비리 및 부패와 연루된 사건들은 극히 부분적이거나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87년 이후) 노조활동의 민주화를 통해 부정부패가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은 분명하나 오히려 보다 은밀한 곳에는 노조 간부의 부정부패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노조의 비리와 부패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 이래 뿌리깊은 관행이었으며, 특히 임금·단체교섭을 둘러싸고 사용자들의 묵인 혹은 직·간접적인 거래, 노사간의 담합 속에 존재했다는 것이다.

<표-1>

***지배구조의 위기 1 - 건강성 상실한 분파정치**

한편 배 위원은 노조에서 비리와 부패 현상이 표출된 배경에는 노조의 지배구조에 위기가 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지배구조 위기가 노조의 도덕성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배 위원은 지배구조의 위기의 첫 번째 징표로 노조 임원선거의 정치화, 즉 극심한 분파정치에서 찾았다.

그는 "노조 임원선거가 갖는 민주적 절차로서의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정치화되어 노조 내부의 분파정치를 조장해 온 측면이 있다"며 "조합원의 이익 대변보다 노조내 분파의 집권에 치중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집권한 분파와 집권에 실패한 분파들 사이에 노조 임원선거를 계기로 반목과 갈등은 건강한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넘어서 기성정치권의 정치화된 공세와 선거행태를 그대로 빼닮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부 노조 분파는 선거를 후보자들의 이념과 정책 경쟁을 통해 조합원 이익 확장이 아닌 자기 계파적 이익을 앞세워 노조 집행부 장악을 노리는 승부처로 여겨왔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다양한 이념과 정책을 바탕으로 생겨난 노조 내 분파들이 선거를 통한 집권 경쟁에 매몰되면서 당초 건강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기아차 노조 간부 비리 의혹 사건에서도 채용대가로 받은 사례금이 개인 착복을 넘어 자신이 속한 분파 조직으로 흘러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일었던 점을 감안하면, 배 위원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표-2>

***지배구조의 위기2. 기업별 노조 체제의 한계**

배규식 연구위원은 지배구조의 위기의 두 번째 징표를 기업별 노조체제에서 찾았다.

배 위원은 "기업별 노조 체제하에서는 노조 지도부와 현장 조하원들 사이가 가깝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노조 지도부에 대해 직접적 통제를 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러한 근접성 때문에 기업별 노조 지도부는 기업이라는 울타리 속에 벗어나지 못하고 조합원들의 당면 이익을 추구하는데 주력하는 경향을 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전투적 실리주의가 등장하게 돼 기업별 노조는 중장기적 관점에 전략적 사업목표를 추구하거나 전략적인 선택을 하기 어렵게 됐다"며 "양노총 총연맹이 비정규직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개별 단위 노조에서 할 수 있는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기업별 노조 체제 하에서 개별 노조가 내부자 이익에만 매몰돼, 노조의 기본 존재 이유인 계급 연대마저 소원해져 결국 지배구조 위기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내부감독시스템 강화와 기업별 노조체제 극복에 주력해야"**

따라서 배규식 위원은 노조 비리를 막기 위한 근본적 처방은 앞서 제시한 지배구조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내부감독 시스템 강화와 기업별 노조 틀 해체를 제안했다.

배 위원은 "노조는 그동안 훌륭한 내부 감독과 견제시스템인 회계감사 제도가 존재했지만, 최근의 일련의 노조 비리 사태에서 드러났듯 무기력함이 드러났다"며 "내부감독 시스템을 보다 확대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노조활동에 대한 여론의 감시를 제도화하고, 시민단체와 여론의 비판이 수용될 수 있는 시민 자문회의 등의 채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별 노조 체제의 틀을 깨기 위해 "비정규직에게 노조의 문호를 개방은 물론, 업종·지역·산업별로 노조의 조직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한 기어별 노조를 넘어선 산별 연맹이나 전국 총연맹 수준에서 미조직 노동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규모 캠페인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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