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지지도가 껑충 뛴 것일까? 하루가 다르게 심화되고 있는 경제위기, 용산참사 등 객관적 정세는 우호적이기는 커녕 악재에 가까운데도 말이다. 용산참사에 대해 국민들의 약 60%가 '경찰책임론'이라고 인식하고 있고 대통령 사과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52.1%(1월 31일 한겨레 조사)에 이르고 있다. 또한 촛불정국 이후 처음으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공조하는 장외집회가 열렸고 종교단체의 시국집회도 열리는 등 그야말로 '비상시국'에 가까운 상황이다.
용산참사와 작년 촛불정국은 다르다
물론 이번 용산참사는 정부의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조치에서 비롯된 촛불정국 당시와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작년 촛불정국은 먹거리 안전이라는 다분히 중산층적, 생활밀착형 이슈에서 비롯되어 누구나 자신의 이슈로 느낄 수 있었고 거리시위라는 집합행동으로 나서는 데 별 부담이 없었다. 반면 용산사태는 처음부터 정책노선상, 정치적 갈등의 성격을 명백히 띠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국민들이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나서기 어려운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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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상황을 고려해도 용산참사는 명백히 악재다. 만일 노무현 정부 때 이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었다면 남은 임기를 사실상 식물상태에서 연명해가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MB지지도는 촛불정국 이후 최대치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부터 MB지지도 강세현상 나타나
사실 이같은 지지도 강세현상은 작년 말 부터 꾸준히 지속되어왔다. 작년 12월 15일 KSOI 조사에서 MB지지도는 31.9%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여야간 입법전쟁이 본격화되기 직전 조사이긴 하지만 그 이후에도 여러 조사에서 30%를 상회하는 높은 지지도를 보여왔다. 이는 지지층을 중심으로 취임 2년차에 접어드는 대통령에게 제대로 통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른바 '연말 연초 효과'로서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층도 대통령에 대해 다소 너그러워지는 경향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선, 총선이 모두 마무리된 2004년 말에서 2005년 초 지지도가 상승한 바 있다. 당시 책임총리제가 실시되고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등 해외순방을 통해 정치적 갈등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지지도가 상승하였고 이 상승국면이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갈등이 발생하던 2005년 3~4월까지 지속되었다.
비판의 타겟이 MB에서 한나라당으로 이동
MB지지도 강세의 배경에는 작년 하반기 이후 MB 대신 한나라당이 '비판'의 집중적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정치에서 한나라당이 보이지 않던 시기에는 정책을 놓고 대통령과 국민이 직접적으로 충돌하면서 모든 부담과 비판이 대통령에게 직접 향했다. 하지만 10월 국감 이후 갈등의 축이 국회 내 여야 간 갈등으로 옮겨오면서 대통령에게 향했던 '포화'가 한나라당으로 이동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 지지도가 흔들리면서 대통령 지지도에 역전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작년 가을까지 4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도를 꾸준히 유지해오던 한나라당 지지도가 대부분의 조사에서 30%초반대로 하락했으며 일부 조사에서는 20%대로 하락하기도 했다(내일신문 2008년 12월 12일 조사에서 25.3%). 한나라당이 방패막이 구실을 하는 동안 대통령은 그동안 이탈했던 지지층을 끌어모으는 데 일정부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MB지지도 상승은 보수층의 위기감 고조에 따른 결집 효과
이같은 정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국민들 여러 명이 강제철거라는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투쟁을 하다가 참사를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책임을 져야할 대통령의 지지도는 상승했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용산참사 이후 대통령지지도가 상승 또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 계층은 영남, 50대 이상의 전통적 보수층이다. 분명하는 것은 전체 계층에서 고루 상승한 것이 아니라 특정 계층, 즉 강경보수층 중심으로 지지도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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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로서는 지난 1년을 보내면서 적잖은 위기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1년 내내 대통령이 국민들에 의해 휘둘렸다. 보수들이 보기에도 대통령의 통치방식이 썩 맘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촛불정국 당시 10%초반까지 지지도가 하락한 데에는 보수층의 실망감도 적잖이 작용했다. 그런데 작년 가을부터는 한나라당마저 흔들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나라당 지지도를 떠받쳐왔던 수도권, 중도층의 이탈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제1야당이 이 층을 끌어안을 만한 역량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결과 무당파층이 급증했다. 여러 조사에서 무당파층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수의 위기의식도 깊어졌다. 보수가 집권한 것이 보수가 잘해서가 아니라 집권민주화세력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 때문이라 할지라도 위기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 위기 앞에 보수층은 결집했고 MB지지도도 상승했다. 대통령도 강경보수층과의 '코드 맞추기' 노력을 보여 왔다. 이에 따라 용산참사와 같이 정치적 대립각이 분명한 이슈, 비판층의 비판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이슈 앞에서 보수층은 더 강력한 결집력을 보이고 있다.
정부 여당의 지지층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
대통령 지지도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 여당에서는 한껏 고무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일방적인 속도전 등 강경 태도를 고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의 합집합, 즉 정부여당의 지지층 규모는 현재 35%선으로 작년 가을의 40% 보다 줄어들었다.(정부 여당의 지지층 규모는 대통령지지도와 여당의 지지도는 대부분 겹치기 때문에 두 지지도 중 높은 지지도로 추산했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약 50%에 육박하는 지지를 얻었고 2008년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이 지역구에서는 53.2%(친박연대 2.4%), 정당득표에서는 37.5%(친박연대 13.2%)를 얻었던 것과 비교하면 결론은 보다 명확해진다. 2007년 대선 이후 보수 여당의 지지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즉 문제의 본질은 MB지지도가 상승한 것이 아니라 정부여당의 지지층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MB지지도의 강세는 보수층 결집에 따른 효과이지 지지층의 외연이 확대된 결과가 아니다. 즉 중도층을 포함한 사회전반의 기대감 상승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보수의 위기라는 국면에서 나타난 정치적 현상이다. 또한 용산참사와 같이 정치적 대립각이 고조되는 시기, 강경보수층 일부가 결집하면서 야기되었다는 점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대통령의 지지도는 약 35%의 보수층 내에 갇히게 되고 중도 및 진보층과의 거리는 더 멀어질 수 있다. 당연한 귀결로서 정치적 운신의 폭도 좁아질 위험성이 크다. 설령 30%가 넘는 지지도 강세현상이 지속된다 할지라도 막상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던 다수의 중도층 유권자와의 거리는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작금의 지지도 강세는 높은 지지도라는 '현상'에 가려 지지층 이반이라는 '본질'을 외면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위험한 '독'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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