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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기는 정부'는 어디로 갔는가?

[MB정부 1년, 평가와 전망]<3> 시민사회의 배제, 거버넌스의 붕괴

<프레시안>과 <진보와개혁을위한의제27>('의제27', 공동대표: 정해구, 홍종학, 김호기)은 오는 이명박 정부의 집권 1년(2월25일)에 즈음하여 연속기획 '이명박 정부의 1년 평가와 2년 전망'을 마련했습니다. 12회에 걸쳐 이명박 정부의 국정을 다각도로 평가하고 전망하려는 이 기획의 세 번째 글로 김윤태 고려대 교수의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

연재순서

1. 1년 평가와 2년 전망 총론(바로가기)

2. 리더십과 당정관계 (바로가기)

3. 시민사회와 거버넌스 (2월6일)

4. 위기의 한국경제 (2월9일)

5. 노동정책 평가와 전망 (2월11일)

6. FTA와 대외정책 (2월13일)

7. 거꾸로 가는 사회복지 (2월16일)

8. 환경정책 (2월19일)

9. 교육정책 (2월20일)

10. 언론정책 (2월 23일)

11. 대미/남북관계 (2월24일)

12. 총괄 좌담 (2월25일)

고대 그리스에서 이디오테스(idiotes)라는 말은 공공문제에 관심이 없고 개인적인 문제만 관심을 갖는 사람을 가리켰다. 지금은 영어로 이디어트(idiot)라고 말하면 '바보'라는 뜻이다. 개인이 사회와 떨어져 살 수 없으니 사사로운 이익에만 매달리지 말라는 것이다.

고대 중국의 사상가 공자도 "군자는 널리 사귀어 편을 가르지 않고, 소인은 이익에 따라 편을 가를 뿐 널리 사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말 역시 정치란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을 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한국 정치를 보고 이 말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과거에는 '재산을 가진 남성'이나 '군자'만이 정치에 관여할 수 있으나, 오늘날 정치는 그야말로 만인의 권리이다. 하지만 투표장에 가는 것만이 정치의 전부가 아니다. 정부의 정책결정과 실행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정치의 또 다른 형태이다. 이를 거버넌스(governance)라고 부른다.

'거번먼트'(government)라고 불리는 정부의 '통치'는 일방통행식 행정이다. 이에 비해 거버넌스는 정부 이외에도 모든 사회집단이 시민사회의 한 부분으로서 한데 모여 토론을 벌이는 것을 가리킨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모인 거버넌스를 '협치'(協治)라고도 부른다.

이제 거버넌스는 '정체가 뚜렷하지 않은 사람'과 '무책임하게 말만 늘어놓는 사람'의 연막술이 아니라 유엔(UN)과 세계은행에서도 발전의 열쇠 중 하나로 찬양을 받고 있다. 시민사회가 정부와 시장의 실패를 유연하게 시정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정파를 위한 정부

이명박 정부가 시민사회를 다루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정파주의, 정치화, 배제로 요약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정파적인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는 지속적으로 절반의 대통령으로 남고자 원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강남과 강북, 부자와 빈자로 구분하고 절반의 대표자가 되었다.

심지어 집권여당도 '친이'와 '친박'으로 나누어 절반의 지도자가 되었다. 대통령이라는 직위는 철저히 그를 선출한 사람들을 위한 도구처럼 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취임 첫 해에 제정한 가장 중요한 법안은 상위 2%를 위한 종부세의 폐지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종부세 개편이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 이명박 대통령은 종부세 부담이 3350만원에서 801만원으로 줄어들어 고위공직자 중 종부세 감세 혜택 1위를 차지했다.

이명박 정부는 또한 기업의 법인세를 해마다 낮추어 5% 정도 축소할 예정이다. 기업의 상속승계와 관련된 상속세와 증여세도 낮추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는 세금 감면이 투자를 늘려 경제를 살린다는 한나라당의 철학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공공연하게 한나라당에게 투표할 '투자자'를 위한 정당임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건국절과 광복절을 둘러싼 논쟁, 좌편향 역사교과서 논쟁, 정보 홍보책임자의 임시정부 법통 부인 등 끝없는 이념논쟁의 중심에 서있었다. '실용'을 내세운 정부답지 않게 대통령이 "흔들리고 있는 국가정체성 확립"을 역설하면서 보수와 진보의 골만 깊어졌다.

물론 대통령은 한편의 주장만 옹호했다. 임시정부 법통과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은 외면한 채. 결국 집권 1년 만에 청와대의 시민사회비서관도 뉴라이트 성향 인사가 차지했다.

이러한 정파주의에 사로잡힌 이명박 정부는 모든 정책을 정치화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뒷산에서 시위대를 눈물을 흘리며 '아침이슬'을 들었다고 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광우병 대책회의와 촛불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가 시작되었다. 대통령이 사과하고 추가협상이 있는 직후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그 후 광고불매운동을 주도한 네티즌 2명을 구속하고 인터넷을 통제하려고 시도했다. 정부를 비판하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도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 한 누리꾼이 패러디한 '명박산성'. 명박산성은 이명박 정부의 '소통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명박 정부 1년 동안 시민단체에 대한 대대적인 '마녀사냥'이 계속되었다. 시민단체가 국가보조금을 지원받는 것이 과거 정권과 유착해서 부패하고 부도덕한 행동을 한 것처럼 비난했다. 심지어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단체에 비영리단체 등록을 취소하고, 지원금을 환수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렇게 모든 시민단체를 '우군'과 '적군'으로 구분하여 대처하였다. 또한 미디어관계법 처리에 반대하는 언론노조의 파업도 사실상 "정치투쟁"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런 행동은 철저하게 선거를 위해 반대파를 남겨두지 않고 제거하려는 군사작전처럼 보였다.

이러한 정치화와 배제가 가장 극적으로 결합되어 일어난 사건이 바로 '용산 참사'이다. 물론 전철연의 폭력행위를 옹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농성 철거민과 아무런 협상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곧 바로 특공대 투입을 결정한 것은 지나치다. 정부의 '통치'에 일절 국민의 '참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국정철학의 발로에 다름 아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용산 참사의 원인으로 철거민의 과격시위보다 경찰의 과잉진압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이 많다. 또한 법질서 확립과 인권 보호가 대립할 때 인권보호가 더 우선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더 높다. 정부는 이런 국민여론의 결과를 곰곰이 생각해보야야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서울시의 재개발 행정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용산 참사의 원인으로 세입자를 무시하는 재개발 사업을 방관한 서울시의 책임이 크다. 4개월 만에 속전속결식 합의를 끝낸 행정절차에서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지시와 명령만 남았다.

결국 사람이 죽었는데 정부의 사과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국민을 '배제'한 정부의 독선과 오만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

현재처럼 경제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게 필요하다. 특히 국가적 위기사태에 초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 이명박 정부가 취임한 후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로 개편되었지만, 노사정의 사회적 협의는 제 자리 걸음이었다.

경제위기가 발생한 후 1월 19일 노동부 장관은 일자리 나누기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노사정 협의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임금을 낮춰 고용을 유지하는 개별 기업의 '양보 교섭'이 우선이고 노사정 대화는 후순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 없는 일자리 나누기는 더 큰 갈등을 키울 것이다.

다시 2월 3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가 개최되었지만,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대책회의가 "정부와 재계의 이익만 대변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민주노총을 배제한 사회협약을 체결했지만, 사실상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이 참여할 수 있도록 비정규직 문제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루어야 한다. 급한 일은 빨리 결정해야 하지만, 더 시간이 걸리는 일은 충분히 토론을 벌여야 한다.

그 뿐 아니다. 경제위기가 본격화해지면서 기간제 근로자, 일용직, 자영업자의 숫자가 급속하게 줄어들고 취약계층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익단체가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여 근로자와 사회적 약자 모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노사정의 사회적 협의가 근로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지 않도록 기업의 헌신과 희생 의지를 보여야 상호간 신뢰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노동조합을 시장경제의 장애물로 생각한다면 사회적 대화란 사실상 노동조합을 협박하여 양보를 얻어내는 장치에 불과하다. 이는 조지 오웰의 <1984년>에서 보여준 대로 언어의 기만에 불과하다.

고통분담도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lesse oblige)의 정신을 살려서 사회지도층이 먼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이러한 노사정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동반자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좋은 거버넌스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어야

유엔(UN)에서 '좋은 거버넌스'의 8가지 특징으로 참여, 합의, 책임성, 투명성, 반응, 효과성과 효율성, 형평과 포용, 법의 지배를 지적했다. 이러한 거버넌스를 통해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장 취약한 사회집단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사회의 다양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물론 좋은 거버넌스를 완벽하게 갖추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속적인 발전과 사회통합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의 개혁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1년 전 이명박 대통령도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취임선서를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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