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국정 최고 책임자의 사과나 유감 표명 한마디 없고 6명의 무고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진압 경찰에 대한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일부 보수 진영이 살인 진압을 합리화하는 모습에서는 조금의 생명 존중 의식도 찾아보기 힘들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모든 생명을 고귀하게 여기어 생명을 앗아가는 어떤 행위도 결코 가볍게 처리하지 않았다. 고위 관리나 목민관이라 하더라도 백성들의 생명을 실수로라도 빼앗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왔고 그것이 통치의 기본이었다.
이번 용산참사를 조사하고 대응하는 정부의 모습 그 어디에도 생명을 중히 여기는 모습을 엿볼 수 없을뿐 아니라 생명을 빼앗은 행위조차 정부가 나서서 스스로 합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행위는 통치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러한 정부의 생명 경시 태도 때문에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서조차 생명을 우습게 여기는 생각이 싹트고 있다는 것이다. 용산 참사 이후 시간이 변할수록 김석기 경찰청장 책임을 묻는 여론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일부 국민들의 마음엔 '공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사람 몇 명 정도야 죽여도 큰 문제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끔찍한 일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가 생긴 것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무고한 여성 7명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도 발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최소한 공권력에 대한 기준은 지금과는 달랐다고 확신한다. 국민을 대신해서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국민의 생명을 업수이 여기고 살생까지 하는 상황에 대해 단 한번도 용서하지 않았던 것이 우리 역사의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광주 살인 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통령까지 지낸 전두환, 노태우를 구속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명령에 따라 국민의 생명을 업수이 여기고 있는 경찰 집단에 대해 너무나 관대해지고 있다. 검찰에서 농성자 전원을 구속시키고 경찰이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하는데도 분노하지 않고 있다. 이정도의 상황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발생했다면 아마 폭동에 가까운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것이 매우 두렵고 불안하다. 이렇게 생명을 무시하게 되면 작은 일로 이웃을 살해하고, 작은 다툼으로 친구를 죽이고, 조그만 잘못이 있어도 경찰이 시민들을 살인 진압을 해도 아무도 이에 대해 문제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한국은 이성을 상실한 국가가 될 것이다.
이제라도 사람의 생명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과 역사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최소한의 조건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경찰 책임자의 사법 처리이다. 정권의 이익을 위해 이를 미루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
또한 사람의 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의 가치를 함부로 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뒤집혀 생태계를 파괴하고 4대강을 망치고 그 속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죽이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인정되면 그 사회에서 사람의 생명도 이익을 위해 쉽게 희생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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