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윤 내정자의 경우 97년 외환위기 당시 재경원 금융정책실장으로 당시 재경원 차관이었던 강만수 전임 장관과 함께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인사다. 또 2004-2007년 금융감독위원장으로 작금의 경제위기의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땅투기 의혹, 자녀 편법 증여 의혹, 본인의 군 면제 의혹 등 도덕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 김앤장 고문으로 1년간 6억 원 받아
▲ 지난달 30일 장관 내정 후 인천경제청을 방문한 윤증현 내정자. ⓒ뉴시스 |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4일 낸 인사의견서에서 윤 내정자의 '금산분리 완화 소신' 발언이 나온 시점이 '삼성은행 로드맵'이 나온 직후라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금감위원장이었던 윤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와는 정반대로 '금산분리 완화'를 적극 찬성하고 나서 정부 내에서 갈등을 야기했다. 문제는 윤 내정자의 이 같은 '소신 발언'이 삼성이 내부에서 '삼성 금융계열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로드맵'이 작성된 시점인 2005년 직후라는 것.
경제개혁연대는 "윤 내정자는 또 2004년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논란, 2005년 삼성생명 및 삼성카드의 금산법 24조 위반 논란 등에서도 금융감독당국 수장으로서 법의 엄격한 집행보다는 삼성의 기득권 보호에만 매몰되는 편향된 모습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윤 내정자가 지난 2007년 8월 금감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법률사무소 김앤장 고문을 지냈다는 사실은 그와 삼성의 관계에 더 의심을 갖게 한다. 김앤장은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삼성의 경영권 세습 문제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는 별개로 윤 내정자가 지난 2008년 1년간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받은 고문료가 6억 원이나 된다는 사실도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만하다. "도대체 무엇을 했길래" 이렇게 많은 고문료를 받았냐는 것.
MB정부 총리, 주미대사, 재정부 장관 모두 김앤장 출신 이명박 정부 내에서는 '법조계의 삼성'이라 불리는 김앤장 고문 출신이라는 사실 역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승수 총리도 김앤장 고문 출신이다. 최근 주미대사로 내정된 한덕수 전 총리도 김앤장 고문을 지냈다. 이들은 모두 수억 원 대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이 법률사무소로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은 규모와 인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의 고문 덕분이기도 하다. 김앤장이 경제, 법조, 외교 등 각 분야 고위 관료를 거액을 주고 고문으로 영입하는 이유는 이들을 통해 현직에 있는 관료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할 수 있기도 하지만 '회전문 인사'를 통해 이들이 다시 고위 관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의 행정, 외교, 경제라인의 수장이 모두 김앤장을 거쳤다는 사실은 현 정부에서 김앤장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는지 보여준다. 한편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의 남편,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의 남편도 김앤장 소속 변호사다. |
97년 이후 두 번의 경제위기 핵심에 윤증현이 있었다
또 윤 내정자의 전력 역시 논란거리다. 경제개혁연대는 윤 위원장이 97년 IMF 위기 뿐 아니라 현 경제위기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환율급등의 문제를 불러왔던 단기 외채 급증 및 외채구조의 악화가 그가 금감위원장으로 있었을 때부터 시작된 일이라는 것. 또 그가 금감위원장으로 있던 시기에 개인 주택담보 대출 및 건설업 관련 기업대출도 급증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국내 금융시장의 혼란 및 건설업·조선업 등 실물부문의 부실은 상당 부분 금융감독의 실패가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윤 내정자는 과거 10년간 우리나라가 경험한 두 차례의 경제위기에 모두 중대한 귀책 사유가 있는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작금의 경제위기 극복과 새 경제질서 구축에 오히려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내정자는 또 97년 당시 울산 주리원 백화점에 150억 원의 대출이 이루어지도록 조흥은행에 압력을 행사하고, 진도그룹에 1060억 원의 대출이 이루어지도록 서울은행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땅투기, 편법증여, 노모의 1억원대 펀드투자 등 재산 관련 의혹도
윤 내정자는 '부자'라면 의례 받는 땅 투기, 편법증여 등의 의혹도 받고 있다.
윤 내정자가 신고한 재산은 서울 강남 도곡동 아파트 8억8000만 원, 예금 3억7225만 원, 경남 함안 전답 7057만 원, 배우자 골프회원권 8350만 원 등 본인의 재산이 14억1200여 만 원이고, 부인과 모친, 장녀의 재산까지 합하면 총액이 21억7100만 원에 이른다.
첫 번째 의혹은 땅 투기 의혹이다. 함안군의 논 4필지는 원래 윤 내정자 부친 소유의 땅이었는데, 등기부에 '매매'라고 기록돼 있는 것이다. 윤 내정자는 거래 당시 서울에 거주했기 때문에 농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윤 내정자는 그러나 상속 받은 토지인데 농지개량조합의 농지개량작업을 하면서 소유권을 잠깐 바꾸는 과정에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부인 이모 씨의 양평 밭도 논란이다. 지난해 8월 밭 두 필지를 매입했는데 매입을 위해 채소를 재배하겠다는 농지취득자격 증명서를 받았으나 농사를 짓지 않은 것이다. 윤 내정자 측은 "내년 봄부터 농사를 지을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장녀가 소유한 삼청동 단독주택도 의혹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윤 내정자의 장녀는 지난해 3월 프랑스인 이모 씨, 미국인 한모 씨 등과 함께 8억8000만 원 짜리 집을 공동으로 구입했다. 장녀의 지분은 1/3로 3억9000만 원 가량이 된다. 그런데 그럴만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논란거리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에 따르면, 장녀는 2001년 대학을 졸업했고 2001~2001년 사이 5000여만 원을, 2003~2004년 한 방송사에 근무하면서 1억700만 원의 소득을 올렸으나 2005~2006년에는 300만 원 안팎의 소득 밖에 못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임 의원은 "윤 내정자가 금융감독위원장 퇴직 후 2007년 9월 신고한 재산현황에 장녀의 재산이 1억5000만 원이었다"며 '편법증여'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윤 내정자는 "딸이 번 돈"이라는 입장이다.
윤 내정자 노모의 '펀드'도 논란거리다. 윤 내정자의 모친 권모 씨는 주식형펀드, 채권혼합펀드, 환매조건부채권, 머니마켓펀드 등에 총 1억3942만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권 씨가 82세의 고령이라는 점 때문에 윤 내정자가 노모의 명의로 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게다가 투자 시기도 2007~2008년으로 윤 내정자의 금감위원장 퇴임 직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진구성 탈구 및 좌슬관절 운동제한고도'라는 병명으로 병역을 면제 받게 된 과정에 대한 추궁도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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