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화마 피했던 사람이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화마 피했던 사람이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왜?"

시민·사회단체 "절차 무시한 부검 이유도 밝혀야"

용산 참사에서 숨진 일부 희생자의 사망 경위와 사인에 관한 의혹이 재차 제기됐다. 현재 검찰은 화염병, 새총 등 농성자의 행위에 대한 수사 결과를 언론에 내놓을 뿐, 사인 의혹 부분에 대한 수사 경과는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 진상 조사단'은 4일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검찰은 고인들 죽음의 의문부터 풀어야 한다"며 "이대로라면 곧 발표할 예정인 검찰의 수사 결과에 강한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생존자 진술, 영상 자료와 일치"

앞서 조사단은 "이번에 사망한 고 윤용헌, 이성수 씨가 화재 발생 후 망루에서 옥상으로 뛰어내렸다"는 생존자 지석준 씨의 진술을 공개했었다. 이성수 씨는 망루 1~2층 사이에서, 윤용헌 씨는 4층에서 다른 희생자와 함께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됐다. (☞ 용산 참사, 진실은 무엇일까…5대 의혹 해부)

조사단은 기자 회견에서 "유족들이 문화방송(MBC)을 방문해 고화질 영상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 씨의 진술과 일치했다"며 "살았던 자가 왜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되었는지 검찰은 수사하고 의문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이날 망루 모형과 MBC 영상을 비교하며 의혹을 다시 한 번 제기했다.

MBC가 제공한 영상을 보면, 지석준 씨는 자료상으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인물 A씨와 함께 망루에서 옥상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 씨는 당시 "이성수 씨가 자신의 다리 위에 떨어졌다"고 진술했다. 지 씨의 진술을 염두에 두면 A씨가 바로 이성수 씨라는 것.

난간에 매달린 지석준 씨와 같이 있던 이 씨는, 지 씨가 추락하는 시점에 카메라 시야에서 사라졌다. 조사단은 "이성수 씨가 불길 속으로 다시 들어가 화마에 죽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바닥에서 불길을 피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망루에서 2차 화재가 발생한 1월 20일 오전 7시 25분부터 26분까지 촬영된 사진. 조사단은 생존자인 지석준 씨의 진술과 사진 상에서 이성수 씨로 추정되는 A씨(빨간 화살표로 지목된 인물)의 이동 경로가 일치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사진에서 지 씨가 추락하고 있고, 이 씨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용산철거민사망사건진상조사단
조사단은 유가족이 영상을 보고 A씨의 인상 착의가 이성수 씨와 일치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단 측은 사고 당시 마지막까지 망루에 남아 있던 14명의 위치를 추적한 결과 영상에 나타난 A씨를 이성수 씨가 아닌 인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숨진 희생자 4명과 A씨를 제외하고, 영상에 나오는 5인의 생존자는 모두 위치가 확인됐으며, 다른 4명 또한 인상 착의와 진술로 미뤄 A씨가 아니었다는 것.

진상조사단은 "사진으로는 확인되지 않지만 윤용헌 씨 역시 망루 4층에서 옥상 바닥으로 떨어졌고, 바로 망루에서 떨어진 남일당 건물 쪽으로 이동했다는 진술이 있다"며 "검찰은 의혹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에 참가하는 다산인권센터 박진 활동가는 "왜 살아있던 사람이 불에 탄 시신이 됐는지를 두고 유가족이 갖고 있는 의혹은 검찰이 밝히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지 않고서 이들의 죽음은 의문사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유가족에겐 끊임없는 의문과 멍에를 안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 조사단이 추정한 희생자 시신 발견 위치. 지석준 씨와 함께 베란다에 있다가 지 씨의 추락 당시 사진에서 사라졌던 이성수 씨는 망루 안 1~2층 사이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 ⓒ용산철거민사망사건진상조사단

"신분 확인, 부검 아니고도 가능했다"

조사단은 검찰이 이례적으로 사고 당일에 희생자를 부검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망자 유품을 통해 신분 확인은 충분히 가능했다"며 "신분 확인을 위해 조기 부검을 했다는 말은 진실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유족들은 시신이 안치돼 있는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서 비닐백에 보관돼 있는 고인들의 유품을 확인했다. 이 중에는 고 이상림씨 앞으로 용산구청에서 보낸 민원회신 자료를 비롯해 각종 소지품이 있었다.

또 조사단은 검찰이 당시 시신의 신원을 알 수 없었고, 현장에서 체포된 농성자들의 체포 시한이 48시간이었기 때문에 급박하게 시신을 부검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 사실을 두고도 "농성자 체포 시한과 부검은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다"며 "그렇게 빨리 부검한 후 보름 가까이 지금까지 검찰이 밝혀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검찰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고 특히 유족들의 승낙이나 통지에 관한 법적 절차를 거쳐서 부검을 실시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검찰은 수사의 편의만 내세워 부검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후 지난 2일에야 비로소 유족들에게 결과를 통보했고, 이런 검찰 수사의 진실함과 공정함을 믿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검찰은 자신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수사의 공정함과 정당함을 인정받고 싶다면, 지금까지의 부검과 관련한 절차 및 그 결과에 대하여 한 점 감춤도 없이 낱낱이 공개하고, 유족들에게 진심이 담긴 사죄를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대로라면 죽음은 의문사로 남을 것"

조사단은 "유가족들은 부검 과정에서 이유를 알 수도 없이 배제된 이후 끊임없이 사인 은폐와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들의 의문을 풀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고인들의 사망원인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진술과 사진 등을 제시하며 사망 경위와 사인 규명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에 대한 수사는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지금, 철거민들에게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제기된 사망 경위와 사인 의혹부터 조사하고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사단은 오는 6일경으로 예정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본 뒤 추가로 의견을 밝히는 기자 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