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경제 위기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국내의 제반 영역에 침투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사람들은 세계화를 마치 외부에서 쓰나미처럼 밀려와서, 수동적으로 받아들여만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의 국가는 핵심적인 '조정자'로서 세계화의 전면적 확산보다는 예컨대 경제자유구역과 같은 공간에 세계화를 우선 추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신자유주의 전면화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일 수 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경제자유구역에 선정되지 못한 지역에서 자기 지역에 경제자유구역을 유치하려는 지역 개발연대가 활동을 하도록 하는 세계화의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는 서울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 사업은 '동북아의 중심도시, 국제적인 상업도시, 금융 거점도시'를 내걸고 추진된 세계 도시화의 일환이었다. 이 사업을 통해서 청계천 노점 상인은 닭장 같은 동대문운동장으로 집단 이주를 해야 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의 성공(?)을 발판삼아 대통령이 된 이명박을 좇아서,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시정의 핵심으로 세계화를 내세웠다.
오세훈 시장은 우선 근대 문화 유산 동대문운동장을 부순 자리에 '세계 5대 패션도시를 만든다'며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앤 파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으로 이 전 시장에 의해서 쫓겨났던 상인은 또 다시 도심에서 더욱 먼 곳으로 집단 이주를 하였다. 이런 비자발적 집단 이주는 주로 전쟁에 의해서나 발생한다. 서울 시민에게 오 시장은 내전을 일으킨 '전쟁 사령관'이고, 서울은 전쟁터일 뿐이다.
▲ 용산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국제 금융 업무 지구 청사진. ⓒ프레시안 |
그러나 지금까지 용산에서 살고 있는 시민과 그들의 터전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테러'로 지칭되는 용산 참사와 같은 예외적 사건이 발생할 때만 그들은 '2등 시민'으로 잠깐 언급될 뿐이다.
그간 안전상, 안보상의 이유로 반대했었던 제2롯데월드도 세계적 초고층 건물을 세워 경제에 기여한다며 이명박 정부와 오세훈 시장의 합작으로 기어이 관철되었다. '좌파 신자유주의' 노무현 정부에서도 반대했었던 제2롯데월드가 기적처럼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 공간에 대한 시민의 선택권이 줄어들고, 자본의 선택권이 한층 강화됐음을 반증한다.
▲ 제2롯데월드 조감도. ⓒ프레시안 |
작금의 세계 도시 주창자들은 누구보다 더 높은 초고층 건물을 세우면 저절로 세계 도시가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는 마치 어렸을 적 친구들 간에 누구 성기가 더 큰가 쟀던 것에 다름 아닌 치기어린 발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남근주의적 발상이 비단 애들 싸움으로 그치지 않고, 시민을 내쫓는 '내전'으로 확산된 엄연한 현실이라는 점이다.
재개발을 비롯한 도시 계획에서 도시 간 경쟁이 아닌 연대의 패러다임 정립이 필요하다. 세계 도시를 원한다면 이명박 정부와 서울시는 서울을 자본의 전쟁터가 아닌 기존 시민과 더불어 살아갈 공간으로 만드는 고민부터 해야 할 것이다. 자기 품안에 있는 국민들도 안아주지 못하면서 세계를 안으려하는 그 오만함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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